[여성소비자신문 김성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계의 부당한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그간 국내 대형 백화점들은 입점업체들을 상대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인테리어 비용을 전가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백화점 CEO 간담회에서 '백화점과 중소입점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에는 판매수수료 인하와 함께 매장 이동 및 인테리어비용 부담 완화, 판촉행사 관행 개선,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 및 자율적 상생유도 등이 포함됐다.

이번 대책은 최근 백화점 현장조사, 중기중앙회 실태조사, 백화점 입점업체 간담회 등에서 문제된 사안을 해소하고 불공정거래 단속을 강화하기위해 마련됐다.

이날 열린 간담회에는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김영태 현대백화점 대표, 황용득 갤러리아 대표, 정일채 AK백화점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동안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입점 업체들에게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최대 40% 이상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면서도 해외 고가 브랜드의 수수료율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2015년 기준 백화점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7.9%지만 전체 26개 상품군 중 12개 상품군에서 40∼49%대의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회의에 참석한 백화점 대표들은 정부 대책을 따라 40% 이상의 높은 판매수수료를 각사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수수료 인하시점은 현재 입점계약 만료 후 재계약 시점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매장 이동 및 인테리어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입점 후 1~2년 내에 백화점의 요구로 매장을 이동해 인테리어 비용을 지출한 엄체는 최소한의 입점기간을 보장되도록 하는 내용도 공정거래협약서에 명시된다. 또한 입점업체가 매장이동·퇴점 가능성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유통분야 표준계약서에 관련 정보제공 절차를 반영했다.

지난 2월 중기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노력으로 판촉행사 관행이 상당히 개선되었으나 수익성이 낮은 일부 점포를 중심으로 여전히 판촉행사 참여강요(8.7%), 판촉비용 전가(9.1%) 등이 이뤄져왔다. 이에 판촉행사 강제참여, 무료사은품 제공 강요 등 판촉행사 관련 관행을 유형화해 법위반 심사지침에 포함했다.

또한 공정위는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백화점에 전담감시팀을 운영해 불공정관행 점검 주기를현행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백화점도 상생 프로그램 운영을 늘려 중소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롯데 백화점은 중소기업 전용판매관 확대, 우수 중소기업 해외판로 지원, 신세계 백화점은 우수 중소기업 신규 입점 확대, 현대 백화점은 지역특화 식품판매관 입점업체수 확대 등을 약속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방안 시행으로 약 7천100여개 업체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5개 백화점 CEO들은 입을 모아 “정부대책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40% 이상의 높은 판매수수료는 각사 사정에 맞게 자율 인하”하는 등 스스로 마련한 백화점업계 자율 개선방안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약속했다.

정재찬 위원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강조하며 “백화점과 입점업체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맞춤형·체감형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판매수수료 직접규제 등 정상적인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는 규제 일변도의 대책은 지양하였으며, 입점업체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맞춤형 대책에 초점을 두었다"며 " 장기간 소요되는 법개정 대신, 기존 제도운영을 보완하고 집행방식을 개선하여 신속히 현장체감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중소기업계도 이번 정부의 방침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50%에 근접하는 백화점의 높은 판매수수료를 40%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 인테리어비용 부담 완화, 불공정거래 감시 등은 과거 선례가 없는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성민 기자  smk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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