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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정전체제를 부끄러워하며 평화조약을 상상하다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유종일 이사장>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승인 2016.06.27 10:10

한반도에서 분단과 정전은 샴쌍둥이처럼 한 몸이 되어 작동하고 있으니 이름하여 ‘분단정전체제’다.

분단정전체제의 장기화는 군사화를 원인으로 한다. 군사주의의 전개과정과 그 영향을 의미하는 군사화는 행동, 사고, 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데 한반도의 경우에는 남북관계, 남북한 사회,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모두 발생한다.

분단정전체제가 장기화되는 것은 그 아래서 기득권을 취하는 강력한 연합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들은 한반도를 넘나든다.

소위 분단기득권 세력은 군사화를 정당화 하고 그것을 활용해 적대와 대결의 분단정전체제를 지속시킨다.

이 글은 분단정전체제가 군사화를 요인으로 하는 한반도형 장기 적대구조임을 밝히고, 그 극복 방향과 대안으로서 평화조약을 제시한다.

화해협력 기간 동안의 시행착오와 평화 상상하기에 따르면 분단정전체제를 넘어 통일평화를 나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다섯 가지 방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회복 유지시키는 교량으로서 평화조약을 상상해보고 있다. 이제는 분단정전체제를 부끄러워하고 평화조약을 얘기할 때가 되었다. 
 
군사화로 보는 분단정전체제
 

그동안 우리는 분단체제, 정전체제, 이렇게 나누어 말해왔다. 분단체제는 민족이 남북으로 서로 달리 살아오며 적대하고 증오해온 세월이 굳어진 결과와 그런 상태를 말한다.

정전체제는 3년여 동안의 동족상잔의 전쟁을 (종식한 것이 아니라) 중단한 후 155마일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불안한 평화를 유지해오고 있는 물리적 대치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이 둘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분단체제는 전쟁을 통해 굳어졌고 정전체제는 분단으로 지속되고 있다.

우선, 분단정전체제는 나를 지키고 상대를 무찌를 수 있는 물리력과 그런 태도를 정당화 하고 정신무장으로 구성된다.

또 분단정전체제는 세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일어난다. 또 동아시아 차원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일명 THAAD)를 한국에 배치하는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 요격을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분단정전체제의 극복은 동아시아 평화와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 통일평화를 남북관계 차원으로 한정해보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물론 한반도형 비평화 구조는 남·북한 사회의 대내적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국가보안법이 건재하고 많은 비판에서 불구하고 테러방지법이 제정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은 국가안보, 국민통합의 명분 아래 억제 당한다. 국가재정의 편성에서도 안보·정보 분야는 투명성 없이 성역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른 한편, 군사화(militarization)는 장기 분단정전체제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데 적합한 개념이다.

군사화는 주로 군사주의가 사회에 침투하는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과정과 그것이 사회화, 일상화, 내면화 된 상태를 일컫는다.

군사화의 특징은 군의 정치적 과대성장, 군의 비국방 분야로의 진출, 군사문화의 사회화, 체제의 군사적 성격의 제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군사화의 원인으로는 강대국간 경쟁, 강대국의 팽창욕, 군부엘리트 간 갈등, 군부의 정치적 야욕 등 다양하다.

군사화는 행동, 사고, 구조 등 삼차원에서 형성된다. 먼저, 군사주의적 행동은 폭력을 과도하게 사용한 것으로서 직접적이고 관찰가능하다. 한반도는 1950-53년 전쟁을 겪었고 그 과정과 이후에 이념적 대결로 두 분단 권력에 의한 광범위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 분단을 폭력적으로 굳혀가는 과정에서 미군의 제주도와 북한 지역에 자행한 학살과 폭격, 그리고 주한 미군기지 일대에서의 조직적 성폭행도 노골적인 군사주의 행동에 포함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 미군기지 일대에 발생하는 인권침해, 환경오염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민군복합항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향토마을을 분열시키고 자연을 훼손하는 일도 그렇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가 일상화, 제도화 되어 있고 해상과 육상에서 물리적 충돌이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안보위협을 이유로 군사주의 문화를 일상화 했고 핵개발을 감행하고, 2009년 4월 “선군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헌법에 명시하였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은 한미동맹관계를 발전시켜 북한 도발 징후가 탐지될 경우 선제타격하는 군사전략을 공식화 했고, 한미일 삼각안보협력의 틀에서 정보, 작전, 연습 등의 분야에서 군사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예방 공격 준비와 관련되는 것으로 남북한이 군사주의적 행동을 취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 마음 속의 군사주의는 사람의 폭력 성향을 말하는데 개인적, 집단적 차원을 망라한다. 인간 생명과 고통에 대한 무시, 명분에 대한 집착과 적을 비인간화 하려는 의욕의 결합, 물리적 힘을 과시하고 그것을 문제해결의 최고 수단으로 삼는 태도, 군대의 상징을 가치 높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말한다.

한국 사회의 경우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권리가 분단을 이유로 제한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적(利敵) 행위로 간주되기도 한다.

정치적 반대세력 혹은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에 대한 적대의식을 ‘친북’, ‘종북’이라고 덧칠하는 것은 마음 속의 군사주의가 정치사회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반북 적대의식은 그 자체로 정당한 태도이자,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행동을 합리화 해줄 수 있는 유용한 사고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북한에서 불가능한 자유의식은 “민족분열주의세력”, “사대매국분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원천적으로 억제되어 있다. 요컨대, 마음 속의 군사주의는 군사주의적 행동과 연계되어 구조적 군사주의를 만들어낸다.

셋째, 구조적 군사주의는 국가 수준과 국제 수준에서 각각 발견할 수 있다. 국가 수준에서는 군사부문이 타 부문에 비해 갖는 상대적 크기(예산, 인력, 정책 등)와 타 부문과 맺는 관계(문민통제, 군부독재, 위계관계 등)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국제 수준에서 군사주의는 동맹국 간 무기거래 증가와 군사적 통합, 군사기술 이전 등으로 나타난다.

무기 공동생산을 통해 동맹국들 사이에 경제적, 군사적 통합이 추진된다. 합동군사연습, 군장비 표준화, 정보공유 및 합동지휘체계 형성은 구조적 군사주의를 추진하는 수단이자 그 실제이기도 하다.

한미동맹관계는 구조적 군사주의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화된 “동맹의 세계화”는 한미 간 구조적 군사주의의 진화를 보여주는데, 이는 이미 박정희 정권의 베트남 파병, 노무현 정권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으로 예고된 것이었다.

미제 무기 위주의 군 현대화 사업과 한미일 3국 간 군사정보공유, 한반도를 넘어선 한미일 간 해상군사연습도 비대칭적 동맹우호관계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 군사주의의 좋은 예이다.

북한의 경우 동맹관계의 해체로 핵무기 개발을 비롯한 독자적인 무기체계 및 군사전략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군부의 정치사회적 위상 증대로 정책결정에서 문민통제 약화, 자원배분에서의 왜곡, 위계적, 가부장제적 문화의 일상화가 두드러져 보이는데, 이 역시 구조적 군사주의의 전형적 현상들이다.

남한의 경우에도 과거 군부권위주의 정권 시기에는 북한과 유사한 현상을 나타나기도 했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그 잔재가 사회 곳곳에서 온존하고 있다. 
 
분단정전체제의 장기화 요인
 
군사화 요인에 대한 연구를 크게 보면 구조적 요인에 주목하는 연구와 특정 단일 요인에 주목하는 연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구조적 접근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세계적인 군부 동맹과 무기거래로 정치·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군대-산업체-정부-학계(군산관학)의 복합체이다. 무기 개발이 인적, 물적 자원을 낭비하고 군사적 긴장을 유발한다는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는 군비증강으로 건강, 교육, 주택 등에 자원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은 전세계 군비 지출의 50%, 세계군사연구개발의 90%, 세계무기거래의 70%를 차지하였다.

보다 문제는 이들 소수 무기 수출국들과 수입국들 사이에는 후원-수혜관계가 형성되는데,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무기 수출 및 군사원조는 수출국들에게 우호적인 정권 창출과 군사화를 초래했다.

한국은 중동의 권위주의 친미국가들과 함께 미국과 비대칭적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나라들은 빅브라더가 만들어내는 세계분쟁에 연루(entrapment)될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은 미국의 베트남, 이라크 침략에 동조한 바 있고 앞으로 이런 경우는 더 늘어갈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지켜준다는 미국의 안보 공약, 결정적으로는 전시작전권이 미군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단일 요인 접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 중에서 특정 요인을 중심으로 군사화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정치적 요인은 정치세력의 기득권 유지 혹은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두고 군사화를 설명한다. 박정희 정권을 포함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3세계 군부 권위주의 정권은 그 명분이 산업화든 자주국방이든 반공이든 군부의 권력 장악 및 유지가 실제 목적이었다.

북한 역시 사회주의 이념이 사회의 군사화를 은폐하는 기능을 하지만, 김일성 중심의 유일영도체계 확립과 이후 세습체제는 군사주의의 사회화, 일상화에 의해 확립된 것이다.

외세의 정치적 개입은 한반도의 분단정전체제를 형성 유지시키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해 문민통제를 제약하고 있다. 대내적 차원에서는 특정 외부세력에 대한 적대의식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행태에서 잘 나타난다. 북에서 “친미사대분자”, “반통일분열주의자”, 남에서는 “친북”, “종북”이라는 낙인은 메카시즘의 부활을 보는 듯하다.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인도 주목할 만한 하다. 사회문화적 요인은 대중이 군사화를 당연하고 가깝게 생각하도록 하는 문화적 폭력의 촉매로 작용한다.

남한의 경우 군부와 그에 결탁한 브로커 집단이 군납비리, 무기도입 과정에서의 부정을 자행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대중매체와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군대식 행동방식을 미화하는 일은 군사화 효과의 사회문화적 요인이자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2010년대 들어 국내에서 “종북세력”이란 단어가 언론에 무분별하게 쓰이고, 경제침체 속에서 소외와 고립 상태에 있는 고령의 시민들이 폭력적이고 극우적인 정치행동에 나서는 일은 사회문화적 차원의 군사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어버이연합-전경련-청와대-국정원-언론의 반북극우활동 커넥션은 분단정전체제 하의 기득권(세력)의 재생산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모든 권력에 대한 문민통제와 평화교육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불온한 평화조약 상상
 
군사화는 분단정전체제의 원천이자 그 결과이다. 분단정전체제의 장기화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차원의 군사 대결구조에서부터 남북한 사회의 비평화 구조와 그 구성원들의 마음과 태도에 걸쳐서 진행된다.

그동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남북 간에는 2000~2007년 사이, 북한과 미국 간에는 1994년 후반부터 2000년까지, 남한 사회에서는 민주화 이후 점진적으로 분단정전체제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고 분단 기득권 세력으로부터의 반대도 거셌다.

통일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과제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에 부합하는 접근 방향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다섯 가지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를 함께 적용한다는 뜻에서 ‘포괄 접근’이라 부르고자 한다.

다섯 가지 포괄 접근 방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인도적 문제해결 우선,  민관협력, 정경분리에 의한 신뢰구축 활성화,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의 조화, 점진적이고 비가역적인 접근이다.

이런 방향성을 갖고 역대 정부의 대북통일정책과 남북관계를 평가하고 통일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길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종착지로 가는 중간 지점에 적정 목표를 수립하고 그것을 달성한 후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일련의 상호조치를 단계적으로 진행해 평화체제의 길을 닦아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동결과 한미합동군사연습 중단, 북한의 핵시설 사찰 수용과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남북, 북미 대화 개시, 대화 중 도발 중단,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 직전 단계에서 한국전쟁 종식 선언, 북핵의 완전 폐기, 남북연합 공식화, 북미관계 정상화 등이 가능한 경우의 수이다. 그러나 점진적인 접근이 온전한 의미를 가지려면 각 단계에서의 합의와 실천이 후퇴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비가역적 접근의 실효는 합의사항의 동시이행, 그리고 합의 이행 시 인센티브와 불이행시 처벌이 뚜렷해야 한다.

점진적이고 비가역적인 접근은 결국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길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 중 하나가 평화조약 체결이다.

대한민국(한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조선), 중국, 그리고 미합중국은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관련국들 사이의 전면적인 친선우호관계 수립을 바탕으로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할 목적으로 이 조약을 체결한다.

조약 당사국들은 인류 보편가치를 존중하고, 국제연합 헌장을 준수하고, 남북한의 평화통일을 지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아래와 같이 합의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공약한다.

위 글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 4월 21일 64회기 2차 실행위원회에서 채택한 평화조약안의 전문이다. 평화조약은 교전 당사자들이 전쟁 종료를 목적으로 문서를 통해 취하는 명시적 합의를 말한다. 평화조약은 전시상태를 평화상태로 변경시킨다는 점에서 현상유지 하의 불가침조약과 구별되고, 조약의 체결권자가 국가원수라는 점에서 체결권자가 군사령관인 정전조약과도 구별된다.

한국전쟁은 동아시아에 냉전을 확립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전쟁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의 서명으로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하 정전협정)으로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 등지에서 일어나는 무력충돌과 상호 비방은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 없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하기에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일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정전협정도 “쌍방의 한급 높은 정치회담을 진행하여 평화적 해결을 달성하는 것”(제2조 13항)을 언급하며 평화조약 체결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관련 당사국들은 정전 70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 평화조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평화조약의 당사자와 정전조약의 당사자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이 연합군을 편성하여 작전한 경우 정전조약 당사자와 평화조약 당사자는 각기 정해진다. 한(조선)반도 평화조약의 당사자는 한국전쟁의 일부 당사자와 한국전쟁 종식으로 평화를 누릴 당사자를 포함한다.

한국전쟁의 일부 당사자는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북조선과 중국, 그리고 국제연합군을 주도한 미국, 그리고 정전협정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실제 교전의 일방으로서 많은 인명 피해를 본 한국을 말한다.

평화조약은 한국전쟁의 종식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한 지속가능한 평화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보장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중국은 전쟁의 당사자인 동시에 평화보장의 역할을 가지기 때문에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방식은 당사국들의 입장과 논의 당시의 맥락을 반영하여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여기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평화조약의 내용은 조약 당사자가 임의로 합의하여 정하는 것으로 일정한 유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대행위를 종료하고 평화상태를 회복한다”는 내용은 반드시 포함되는 사항이다.

평화조약은 통상 일반조항과 특수조항을 포함하는데, 일반조항은 적대행위 종료, 점령군 철수, 압류재산의 반환, 포로 송환, 조약의 부활 등이 포함되고, 특수조항은 손상 배상, 영토 할양, 요새 파악 등이 포함된다.

한(조선)반도 평화조약은 총 7개장 16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조약도 일반조항과 특수조항의 내용들이 혼합되어 있는데  승패가 나지 않은 전쟁,  장기간의 정전 상태, 핵전쟁 위험 등을 고려해 신중하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

7개 장의 제목은 전쟁 종료와 이행 조치, 경계선과 평화생태지대, 불가침과 관계 정상화, 군비통제와 비핵지대화, 평화관리기구, 타 조약과 법률과의 관계, 발효 등이다.

6.15에서 시작해 6.25, 7.27을 거쳐 8.15까지를 역사적 기념일로 치부할 수 없다. 분단을 넘어 통일로, 정전을 넘어 평화를 상상하는 기간이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상상하는 일은 불온하고 발칙한 일일 수 있다. 분단정전체제 하에서 이익을 누려온 세력과 거기에 익숙한 마음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상태 하에서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평화조약은 분단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통일평화로 나아가는 교량과 같은 것이다.

군사화의 전형인 분단정전체제를 넘어 통일평화를 상상하는 일, 그것을 민주시민의 권리로 생각하는 일, 그 징검다리로 평화조약을 꿈꾸는 일을 시작할 때다. 사실 국내외에서 한반도 평화조약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우리 자신과 후대를 위해서다.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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