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박상문 기자] KT&G 전현직 임원들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해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무더기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김석우)는 지난 9개월간의 KT&G의 비리 수사를 통해 백복인(50) KT&G 사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 42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1일 밝혔다.

이들 중에서 KT&G 전·현직 주요 임직원이 7명, 협력사 및 납품업체 임직원이 17명, 광고업체 임직원이 7명, 광고주가 6명이다. 기소된 42명 중 민영진(58) 전 KT&G 사장을 비롯한 15명은 구속 상태다.

민영진 전 KT&G 사장. <사진출처=뉴시스>

민 전 사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협력사나 광고업체, 부하 직원 등으로부터 납품 편의나 인사 청탁 대가로 1억8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협력업체 두 곳으로부터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6000만원의 뒷돈을 받았고, 사장이 되기 전인 2009년 10월에는 인사 청탁 대가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4000만원을 챙겼다. 민 전 사장은 2010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KT&G를 이끌었다.

백 사장은 마케팅본부장 시절인 2011년 2월 광고대행사로부터 수주 청탁과 함께 5500만원을 받았다. 2013년에는 민 전 사장의 배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한 핵심 참고인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도 있다.

그 밖에 전 부사장이었던 이모씨(60) 등은 납품단가를 유지해주고 협력업체 지정을 돕는 대가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담뱃갑 인쇄 협력업체로부터 6억4500만원을 받아 구속기소됐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KT&G의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전모씨(57)는 노사 협의에서 명예퇴직제 도입 등 경영진의 요구를 돕는 대가로 민 전 사장으로부터 4540만 원짜리 파텍필립 시계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검은 관행은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KT&G가 협력사를 지정하고 자격을 유지하는 것을 이권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2002년 민영화 이후 공공기관 평가, 감사원 감사 등의 감시에서 벗어나 각종 비리에 노출되면서 불거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KT&G가 민영화 이후 방만하게 회사를 운영한 점이 드러났다"며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업체들 중 전·현직 사장의 비리 혐의가 모두 확인돼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라고 말했다.

<사진출처=뉴시스>

박상문 기자  msp29@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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