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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실했던 중소기업의 부도, 그 뒤에 숨은 재벌가 중견기업의 횡포?희성전자 갑질 논란... 건실했던 중소기업, 거래 약속 믿다가 팽당해
김영 기자 | 승인 2016.05.30 18:36
정신현 오렉스 대표가 공개한 희성전자 납품단가 인하율표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범(凡) LG가 기업인 희성전자와 조명기기 제조업체 오렉스간 소송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오렉스 측은 “희성전자의 도를 넘어선 ‘갑질’이 건실했던 중소기업을 망하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희성전자는 “오렉스가 과도한 사업확장에 따른 경영실패를 애꿎은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항변 중이다.

조명기기 제조업체 오렉스(대표 정신현)은 2012년 2월 부도 처리됐다. 지난 2009년 110억여원을 투입해 지은 LCD 백라이트 유닛(BLU)용 유리관 제조공장이, 발주물량 부족으로 가동 중단상태에 빠지자 결국 회사 자체가 문을 닫은 것이다.

정신현 대표는 회사 경영상태 악화 원인이 ‘발주를 약속했던 희성전자의 거짓말 때문이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정 대표는 “2008년 12월 희성전자 측이 LG디스플레이가 추진하던 V6 프로젝트에 참여해줄 것을 먼저 권유했고, 이에 따라 공장까지 신설했는데 이후 희성전자가 당초 약속했던 물량의 1/10 수준만을 발주해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 대표는 희성전자가 거짓 발주를 약속한 배경에 해외 협력사의 부품단가 인하 목적이 있다고 밝혀왔다.

이에 정 대표는 구본식 희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 11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가 하면, 회사 부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희성전자에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6월 서울고등법원은 정 대표가 제기한 사기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으며, 올 4월 검찰은 사기 건 재정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역시 정 대표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1심 재판부가 정 대표의 주장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원고 패소판결을 내린 것.

특히 희성전자와 오렉스 사이에는 납품계약을 확정짓는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구매의향서만 두차례 희성전자가 오렉스에 보낸 것으로 법원 역시 이 부분에 있어 양측간 거래가 실제로 추진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지난 2월 희성전자 전 대표 포함 이 회사 관계자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손해배상 항소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이전 재판과 달리 충분한 자료를 모아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협력사 단가 인하 목적 VS 샘플 제작만 문의

희성전자가 오렉스로 보내 온 구매의향서.

정신현 대표는 법원에 제출한 손해배상 항소이유서를 통해 “2008년 12월 10일 피고(희성전자) 측이 엘지디스플레이의 V6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했고, 그달 22일 원고(오렉스)에서 참여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측은 기존 유리관의 공급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피고가 원하는 고유전율 유리관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고, 피고 측에서 V5유리관의 대체납품일정을 검토 후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에서 새롭게 시작했던 V6프로젝트 관련 BLU 공급을 책임지게 된 희성전자가 그 안에 들어갈 유리관 공급업체로 오렉스를 선택해 먼저 접근해 왔으며, 오렉스가 신규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기존 유리관 납품을 요구하자 이를 희성전자가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이어 “당시 희성전자는 태국 LLG사 제품을 100% 사용중이었다”며 “V6유리관 사용화 시점인 2011년 이전까지 약 1년 이상의 공백기간 동안 V5유리관의 안정된 납품을 통해 V6 유리관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를 조기에 회수하려는 차원에서 V5유리관 대체납품을 요구했고 희성전자 역시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희성전자의 기존 유리관 대체납품 약속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일 납품 약속 없이 사업에 참여했다면, 외국의 사례처럼 개발비 명목의 선급금 등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가는 신규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희성전자 측의 기존 제품 납품 약속 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믿고 공장 신설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 강조하며 “당시 SV창업투자사가 오렉스에 대해 20억원의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LG디스플레이와 희성전자 그리고 오렉스간 회의에 창투사 심사역이 참여해서 내린 결정”이라 덧붙였다.

또 그는 “희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관계자의 구매물량 준비요청이 있었기에 창투사 내부 검토 4일 만에 투자결정이 났다”며 “공장을 짓기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역시 희성전자가 두차례에 걸쳐 보내준 구매의향서를 보고 성장공유형 CB를 통한 4억원 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햇다.

희성전자의 확실한 발주약속이 있었고 이를 창투사와 중진공에서도 신뢰했기에 억대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양측간 정식 계약서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중진공 투자 유치를 받을 당시 계약서를 요구했으나 희성전자 개발팀에서 ‘계약서 작성부서은 다른 관리부서 관할이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기피했고, 희성전자가 ‘일단 구매의향서면 어떻겠냐’고 하자 중진공 역시 이를 동의해서 그냥 넘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측에서 재차 정식 계약체결을 요구하자 희성전자는 공장이 건설되면 납품을 위해서라도 자동적으로 계약이 체결되니 빨리 공장이나 짓고 샘플을 제공한 후 계약을 요구하라고까지 했다”고 덧붙엿다.

아울러 정 대표는 “희성전자가 오렉스와 납품계약을 체결할 듯한 모습만 보이다가, 해외 업체로부터 유리관을 공급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렉스 제품이 나오기 직전인 2009년 4분기 이후 LLG사는 물론 세계 최대 유리관 제조업체 NEG사의 희성전자 유리관 납품단가가 지속적으로 인하됐다”며 “우리와 납품계약을 맺는 듯한 뉘앙스만 풍기면서 동시에 한 쪽에서는 기존에 거래하던 해외 협력사의 부품 단가를 인하했던 것으로 우리와 거래를 하려했던 것 역시 기존 업체의 부품단가 인하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희성전자 입장은 전혀 다르다. 희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 “오렉스 측에 샘플제작만 의뢰했을 뿐 양산체제 완비를 요구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샘플제품을 보고 스펙이 되면 구매한다는 내용의 구매의향서를 보낸 것일 뿐”이라며 “물동량에 대한 계약은 전혀 없었다. 되레 오렉스의 공장 신축에 대해선 우리 측에서 말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상식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며 “구매의향서만 보고 구매결정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다”고 재차 덧붙였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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