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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분석] 소설가 ‘한강’, 문학계 젊은 기수에서 대표주자로 발돋움韓 여류작가의 힘 증명, 소설 한류 기대감도 높아져
김영 기자 | 승인 2016.05.18 16:35

[여성소비자신문 김영 기자] 영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오후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맨 부커상 시상식에서 한국의 여류 소설가 한강(46)이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에 선정됐다.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맨 부커상을 한국인이 수상한 것은 그녀가 처음이다. 앞서 그녀는 국내 대표하는 문학상인 이상문학상 역시 35세의 젊은 나이에 수상한 바 있다.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 중 한 명으로 불리던 그가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강에게 맨 부커상을 안겨준 '채식주의자' <사진제공=뉴시스>

올해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6인에 오른 이들은 터키의 오르한 파묵, 중국 출신 옌렌커, 앙골라의 호세 에두아르도 아구아루사, 이탈리아의 엘레나 페란트, 오스트리아의 로베르트 제탈러 그리고 한국의 한강 등이었다.

모두가 세계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쟁쟁한 문인들로 이들 중에서도 노벨 문학상 수상한 오르한 파묵과 중국을 대표하는 문인 옌렌커 등은 이미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문학계의 거장이다.

한강과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 영미권 유력 언론은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미국 문단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영국 인디펜던트지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톤킨 역시 “소설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호평했다.

또한 톤킨은 ‘채식주의자’에 대해 “잔혹한 공포 또는 멜로드라마를 넘나드는 기괴한 스토리이며, 매우 강렬한 알레고리로 가득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재치와 절제가 이뤄진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앞서 국내 문학작품의 경우 번역의 애로사항이 커 맨 부커상 수상후보에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국내에서는 한강의 맨 부커상 수상을 “한국 문학의 대단한 쾌거”라며 두 손들고 반기고 있다.

아울러 문학계에서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또 다른 국내 작품의 영미권 출판이 활성화 될 것이며, 새로운 문화 한류가 조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 중이다.

그런가하면 업계 일각에서는 “맨 부커상 수상작의 경우 그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노미네이트되고 최종 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한다”며, 사상 최초 한국 문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까지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지난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게재한 중편 소설로, 2015년 1월 1일 영어판이 출간됐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결심 속에 자신의 모든 존재를 지워버린 영혜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2010년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한국인 최초 세계 3대 문학상 수상

맨 부커상은 스웨덴 노벨 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여겨질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권위있는 시상식이다.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일각에서는 ‘제2의 노벨 문학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68년 영국 부커 그룹 후원을 받아 시작해 ‘부커상’이란 이름으로 한동안 불리다가, 2002년 금융기업인 맨 그룹이 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며 현재 명칭인 ‘맨 부커상’으로 변경됐다.

애초에는 영(英) 연방국가 작가들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시상이 이뤄졌는데, 2005년부터는 비(非) 영 연방국가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도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시상 중이다. 단 인터내셔널 부문의 경우 영문판 번역자에게도 상을 공동수여하고 있으며, 이에 한강 역시 영문판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이번 상을 공동수상했다.

그런가하면 맨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6인의 작품에 대해서는 특별판을 제작되며, 최종 수상자에게는 5만 파운드(한화 약 8600만원)의 상금도 지급된다.

소설가 한강. <사진제공=뉴시스>

한국 문학의 대표 기수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한강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 <서울의 겨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 ‘붉은 닻’을 출품하며, 소설가로서도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가 등단 때까지는 '한강현'이란 필명을 잠시 쓰기도 했으나, 이후로는 한강으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한강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동 대학교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녀의 작품 특성에 대해선 '밀도 있는 구성과 시적인 문체'가 우선 거론된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장편 ‘검은 사슴’(1999년) 등을 통해서는 "슬픔과 외로움 등 인간 내면의 근원적인 감정들을 잘 표현해 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에는 소설집 ‘채식주의자’에 삽입된 중편소설 ‘몽고반점’을 통해 제29회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심사위원 7인은 전원일치 평결로 한강을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는데, 이 상이 생긴 이래 1970년 이후 태어난 작가가 수상자에 오른 것은 한강이 처음이었다.

이와 관련 당시 문학계에서는 ‘여타 70년대생 문인과 달리 진중한 문장과 웅숭깊은 세계 인식을 보여줬다’고 한강을 평하며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 중 한 명’으로 그녀를 지목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이어령 역시 한강의 작품 ‘몽고반점’에 대해 “기이한 소재와 특이한 인물 설정, 그리고 난(亂)한 이야기의 전개가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차원 높은 상징성과 뛰어난 작법으로 또 다른 소설 읽기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또한 한강은 지난 2014년 쓴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는데, 역사나 정치 또는 사회에 대한 거대 담론이 아닌 개인의 고통과 내면에 천착한 글쓰기로 눈길을 끌었다.

‘부전여전’ 대단한 문학엘리트 집안

한강의 경우 빼어난 글솜씨만큼 화려한 집안 내력 역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단한 문학엘리트 집안 출신이기 때문으로 그녀의 아버지 한승원은 ‘불의 딸’ ‘포구’ 등을 집필한 유명 소설가다. 특히 한승원은 지난 1988년 임철우와 공저한 ‘해변의 길손’을 통해 딸보다 먼저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한강의 오빠인 한동림 역시 소설가로 활동 중이며, 남편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 또한 문화평론가로 명성이 상당하다.

한편 한승원은 딸인 한강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한 바 있다.

딸의 맨 부커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로는 “딸애는 진작에 나를 뛰어 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 기자  young@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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