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로 인해 대형마트의 초저가 자체브랜드 상품, 즉 PB상품의 소비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재부터 유아용 기저귀까지 최소한도의 위생을 준수해야 하는 제품에서 이물이 계속 보고되면서 PB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마저 높아져 가고 있다.

서울강북구 수유동에서 살고 있는 이모씨. 이 씨는 지난 8월 말엽, 홈플러스에서 자체 브랜드 밴드테이프형기저귀를 구매했다가 기저귀에서 쌀 알 크기의 검은 이물을 발견했다.

이 씨는 이물조사를 하러온 해당 PB 상품 생산업체 직원에게 “이물 부위에서 벌레의 다리 같은 것이 보였다”고 전했지만 이 직원은 단지 칼로 해당 부분을 찢어 육안으로만 확인했을 뿐 성분확인을 위한 간단한 시료채취도 하지 않았다.

생산업체 직원은 이 씨에게 “제조 과정에서 기저귀의 원료인 펄프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펄프가 뭉친 것”이라며 “위생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펄프 뭉침 현상을 기저귀 제조 단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편에 속하는 결함”이라며 “보통 생산단계에서 미리 제거되지만 업체 실수로 출하까지 된 것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없어야 할 이물이 발견 된 것부터 문제”라며 홈플러스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 씨는 이미 지난 6월말 경 홈플러스에서 시레기를 샀다가 구더기가 들끓어 모두 버린 경험이 있는 만큼 홈플러스의 위생관념이 극도로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2011년 3월 ‘알뜰상품 디저트 과일 맛 종합캔디’에서 약 8㎜ 길이의 철사가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4월에는 ‘표고절편’(농산물)에선 세균 수 및 이산화황이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을 팔다가 적발됐다.

지난해 8월 ‘좋은 상품 참조미오징어’와 ‘좋은 상품 백진미 오징어’에서 대장균이, 10월엔 ‘고춧가루’에서 식중독 균이 검출됐다. 

올해 들어서도 1월 ‘깍두기’와 ‘배추김치’에서 연이어 식중독 균이 발견됐다.

식품 특성 상 위생에 더욱 신경 써야 할 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출하에만 급급해 위생관리에 허술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홈플러스 측은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업체 측에 책임을 떠넘길 뿐 특별히 개선된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아무리 치밀하게 구축해도 현실적으로 수백, 수천가지 PB제품을 모두 다 관리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형마트가 무조건 시중 제품보다 낮은 생산단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질의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마트들이 PB제품 비중을 늘리면서 하청 업체들 사이에서도 단가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다시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는 셈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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