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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3일(뉴욕시각 2일 오전 10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해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이 1월6일 4차 핵실험을 한 지 57일 만이다. 안보리의 역대 대북 제재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역대 대북 제재 결의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안보리는 이미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채택한 ‘결의 2094호’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때 ‘중대한 추가 조치(further significant measures)’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바로 소집된 안보리 긴급이사회에서도 ‘중대한 추가 조처’를 예고하는 언론성명(press statement)을 발표했다.

결의 2094호나 언론성명의 ‘중대한 추가 조처’엔 미국뿐만 아니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정부도 동의했다.

그러므로 결의 2270호가 역대 대북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 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이 동의한 안보리 결의 2270호의 대북 제재 수위가 한·미 양국 정부가 내심 예상한 수준보다 높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가 염두에 둔) 중간 지점을 훨씬 넘어섰다”고 했고, 미국의 서맨사 파워 유엔대사는 “많은 사람들이 안보리의 이런 제재  결의를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며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키려는 중국의 리더십에 감사를 표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단순하게 말하면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미-중 양국 정부의 타협의 산물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중 양국 고위층의 이례적인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서로 오가며 회담(1월27일 베이징, 2월12일 뮌헨, 2월23일 워싱턴)을 하고, 전화협의(1월7일, 3월9일)도 자주 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협의(2월 5일) 다음날인 2월 6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협의를 했다.

중국의 국가주석이 북한의 핵실험 대응과 관련해 다른 나라 정상과 전화 협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양국 정부의 요구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가 그만큼 비상하게 움직였다는 뜻이다.

미-중 정부의 움직임은 두 가지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 정부가 일찌감치 전략적 방침을 정하고 움직였다는 점, 둘째, 미국이 북핵 대응을 사실상 중국에 아웃소싱 했다는 점이다.

첫째 쟁점과 관련해서 1월7일 케리 미국무장관과 전화 협의 당시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

왕이 부장은 전화 협의에서 즉각적이고 힘있는 제재 추진, 비핵화와 평화체제 투트랙 접근, 북한의 핵동결은 근본적 해법은 아니지만 임시 해법으로 중요, 조선(북한)이 문제의 원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는 사실을 환기, 중국은 제재에 동의하지만 북한 인민의 복지(민생)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등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방침은 안보리 결의안 협의 과정은 물론 2270호 채택 이후에도 일관되게 강조되고 있다.

 둘째 쟁점과 관련해서 4차 핵실험 다음날인 1월7일 박 대통령과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 말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확약’을 통해서,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지전략)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구심을 해소하려 했으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정부의 12·28 합의가 “정의로운 결과”라며 “북한 핵실험이라는 공동의 도전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핵실험 대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군사 대응 또는 핵무장 시도 등) ‘독자 행동’을 제어하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데 관심이 쏠려있음을 방증한다. 염불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중국 정부가 한·미 양국 정부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 결의에 동의한 데에는, 북한의 로켓 발사(2월7일)와 미국 의회의 통합 북한제재법 의결(2월12일)이 변수로 작용한 듯하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추가 도발을 제어하려고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평양에 보냈지만 북한이 보란 듯이 로켓 발사 일정을 국제기구에 통보하고 발사를 강행하자 ‘더 강한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미국의 통합 북한제재법이다. 미-중 양국 정부 모두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안보리 결의와 통합 북한제재법을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관계로 여긴 듯하다.

통합 북한제재법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조항의 시행 여부를 행정부 재량에 맡겼고, 북한을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할지 재무부가 검토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의 제재 수위가 기대에 못 미치면 오바마 행정부는 통합 북한제재법을 전면적으로 시행하라는 압력을 의회 등에서 받을 수밖에 없다.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은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을 사실상 제재의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중 정부  모두한테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미국의 독자적인 통합 북한제재법의 전면적 시행보다는, 중국 정부의 선택에 따라서 그 실효성 여부가 결정적으로 달라질 안보리 결의의 제재 수위를 적절하게 높이는 것이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중국 정부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사상 최강’이라 불리는 안보리 결의에 동의한 배경이다.

통합 북한제재법의 전면적 시행은 중국과 ‘대결’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이런 선택은 오바마 행정부에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중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의 전면적 이행”을 거듭 다짐하지만, 그 함의가 한·미 정부의 해석과 전혀 다르다.

왕이 부장은 3월8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제재는 필요한 수단이고, 안정은 시급한 과제이며, 담판(협상)은 근본적 길”(制裁是必要手段，维稳是当务之急，谈判是根本之道)이라고 강조했다.

 ‘제재+정세안정+대화협상’의 3박자를 균형 있게 추진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의 전면적 이행’이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더구나 중국 정부는 “안보리 결의가 조선의 민생과 인도적 요구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안 된다”(3월7일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라며, 북한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제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70년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한국 외교부)라는 안보리 ‘결의 2270호’가 한·미 정부의 기대만큼 실효성이 없으리라는 전망의 강력한 근거다. 중국 정부는 자국 전략 방침의 근거를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찾는다.

실제 안보리 결의 전문에서는 북한 주민한테 ‘부정적·인도적 영향’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문 49항에서 ‘한반도 평화안정의 중요성’을, 50항에서 6자회담과 9·19공동성명 지지를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과정에서, 중국의 눈에 띄는 영향력 확대는 서로 다른 두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한·미와 북한이 ‘강 대 강’으로 대치하여 한반도 정세 불안정이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동북아 정세 안정의 강력한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과 전략적 타협을 토대로 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남과 북의 입지를 좁힌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상황 변화다. 남과 북이 치고받는 와중에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손을 떠나고 있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통일외교팀장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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