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발진 주장 차량을 조사한 결과 급발진이라고 의심할 만한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30일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 용인 풍덕천 2동 사고(스포티지R)와 지난 4월 대구 와룡시장 사고(그랜저) 등 2건의 급발진 주장 사고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급발진은 정치 상태 또는 저속으로 운행하던 차량이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고,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부터 내·외부전문가와 시민단체대표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운영, 최근 일어난 6건의 사고 중 차량소유자가 조사결과 공개에 동의한 스포티지R과 그랜저 등 2건을 1차로 조사해 이날 발표했다.

이날 류기현 자동차안전연구원 팀장은 "분석결과 사고자 주장과 다르게 사고 5초전부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고, 사고 2초전부터 속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결론적으로 기계적인 장치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포티지 차량의 경우 브레이크는 운전자 이 씨의 주장과 다르게 충돌 5초 전부터 충돌 때까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속도는 충돌 2초 전에는 6㎞ 수준을 유지하던 것이 충돌 순간에 36㎞까지 상승했다.

분당 엔진 회전수(RPM)는 충돌 2~5초 전까지 700~1500이었지만 충돌 직전 4000까지 증가했다.

조사단은 스포티지R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을 분석한 수치가 일반차량의 운행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조사단의 결과엔 의혹도 적지 않았다.

운전자 이조엽씨는 사고 차량의 제로백(0→100㎞/h 도달 시간)이 스포티지R의 정상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운전자 이 씨는 "EDR 분석 결과 사고 당시 0.5초당 속도 변화율이 13㎞로 나타나는데 이는 제로백(정지 상태의 자동차가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공기저항 등을 감안하더라도 4.7초 정도"라며 "이는 스포티지R 차량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차량과 동일한 차종인 스포티지 터보GDI 2.0의 공식 제로백은 7.1초이며, 유명 스포츠카인 포르셰 신형 카레라 시리즈의 제로백은 4.3~4.7초, 페라리550은 4.4초다. 스포티지 터보GDI 2.0의 제로백 성능이 수억원대 스포츠카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이 차량의 속도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차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단 관계자는 "동일 차량을 동일 조건으로 조사한 결과에도 0.5초당 속도 변화율이 10~12㎞로 나타났다"며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이 씨는 "처음에 공단측이 엔진제어장치(ECU)를 통해 사고 차량을 분석했을때는 충돌 당시 시속이 18㎞로 나왔는데 사고기록장치 분석을 통해서는 시속 36㎞로, 결과가 아예 다르게 나타났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윤영한 합동조사반장은 "EDR과 ECU의 속도 데이터가 다르게 나타난 것은 ECU 상의 속도 기록이 출동 2~3초 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이 씨는 우회전하는 구간인 사고 5~3초 전에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지만 EDR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세단에 비해 차체가 높은 SUV의 경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90도 회전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사단 측은 "충돌 5초전 사고 차량의 시속은 5㎞ 였으며, 동일한 조건의 실험 결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회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사고 당시 우회전을 3번 연속 한 상황이라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실험 차량의 경우 정치 후에 바로 우회전을 한 것이라 조건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동일 조건으로 실험한 결과 0.5초당 10~12㎞의 속도 증가율이 나왔다"며 "사고 차량 순간 속도는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고, 의심의 여지가 있다면 공개적으로 실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가속페달이 작동했다는 EDR 결과와 관련해서도 이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고가 난 직후 동승자인 아내에게 두 다리를 들어 보이며 밟지도 않았는데 급가속이 됐다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 측은 "사고가 난 직후에는 부품에 문제가 생겨 페달을 밟지 않아도 가속이 될 수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사단은 "EDR에 스로틀 밸브가 열린 것이 가속페달을 밟은 증거"라고 설명했다. EDR에는 스로틀 밸브 열림 정도가 처음에는 0~4%에서 충돌 1초전 96%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과 운전자는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두고도 주장이 엇갈렸다. 조사단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이 씨는 "동영상에 벨트를 착용한 소리가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차량의 이상 현상에 대한 추가 정밀 분석을 요구한다"고 건의한 상태다. 이에 대해 조사단은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억울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원하는 실험을 계속 하도록 건의하겠다. 기술적으로 객관적인 자료가 나올 때까지 하겠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2건 외에 10월에 추가로 2건의 급발진 주장 차량에 대해 EDR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최근 합동조사반에 급발진 의심차량으로 추가 신고된 32건의 차량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추가 조사에서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급발진 발생 가능상황을 설정해 공개 실험할 예정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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