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로비 조형물 너머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 조미나기자]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발표한 가운데, 핵심 골자인 현대증권 재매각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오는 4월과 7월에 각각 1200억원과 2400억원대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 측은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밝히며, 벌크전용선사업부·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 매각을 통해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실행할 계획이다.

지난 2일에는 “2013년 말 유동성(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확보 자구안을 마련했지만, 해운업황 침체 등으로 인해 기존 자구안만으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가 자구안을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마련한 추가 자구책에는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현대증권 등 금융3사에 대한 공개매각과 대주주 사재출연이 포함돼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담보대출과 현대아산 지분매각으로 700여억원을 조달하고, 현정은 회장이 300억을 사재출연해 현대상선에 총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것.

현대증권 매각, 이번엔 성사될까

현대그룹 자구책의 핵심인 현대증권 매각 관련 업계에서는 매각 성사 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0월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이하 오릭스PE)와 현대증권 매각을 진행했다. 하지만 오릭스가 지분 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매각이 불발됐다.

지난 매각과정에서 ‘파킹딜(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꾸미고서 일정 기간 뒤 다시 지분을 되사는 계약)’ 의혹이 불거지며 매각에 어려움을 빚었던 만큼, 현대그룹은 “매각은 모든 시장 참여자들에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라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현대증권의 인수 후보로는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 그리고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던 파인스트리트가 거론되고 있다. '대우증권이 팔린 이후 큰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낮은 만큼, 복수 증권사들이 현대증권 인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KB금융그룹과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증권 인수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여성소비자신문>과 통화에서 “현대증권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수계획에 대해 논의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또한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는 검토해 본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 증권사 인수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 현대증권 매각에 대해서도 회사 내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증권 매각이 불발될 경우,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에는 심각한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2일 '현대상선 정상화 지원방안 회의'에서 "법정관리를 제외하고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구안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며 "자구안 이행을 전제로 지원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을 이행할 수 없을 경우, 채권단의 재무 지원이 중단될 것이란 경고였다.

조미나 기자  mina77@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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