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엔 생금의 해가 뜬다

-구 이 람

더 밝아라, 햇귀

새해의 해는 눈이 밝아 귀까지 맑아진다

세상 밑바닥 뼛속까지 보고 듣는다

햇볕 너무 강하면

눈멀어 보이지 않고

종소리 너무 세게 울리면

귀 먹고 마나니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라도

떠오르는 해는

눈 밝고 귀 맑아

새 날을 순금 지게에 지고 오나니

날마다 스물네 시간

일하고 잠자고 밥 먹는 일

새해엔 더 눈 크게 뜨고

귀 열어 밝게 들어야 한다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평-

지난 한 해도 참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저기 또 둥근 해가 떠오릅니다. 속절없는 그 시간의 걸음을 진정 멈춰버릴 수는 없을까요? 이 세상 그 누구도 그 어떤 권세, 아니 억만금을 다 준 다해도 시간을 거스르거나 앞지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시간 앞에서 무릎 꿇고 공손히 동행해 가야 합니다. 하여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는 생전 처음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서로 새해 인사를 나누며 좀 더 평안하고 행복한 한 해를 보내려는 빛나는 마음을 갖습니다.

새해 새 희망을 품고 맑은 눈과 밝은 귀를 열면 마음도 새롭게 활짝 열릴 것입니다. 세상 밑바닥 뼛속까지 보고 들으려는 노력은 더욱 고결합니다. 좁은 길을 넓히고 새 길을 만들어가며 걸어가려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거나 들으려 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 시는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햇볕 너무 강하면/ 눈멀어 보이지 않고/종소라 너무 세게 울리면/귀먹고 마나니” 즉,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는 욕망과 이웃을 모른 척 하고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탐내면 생금의 장엄한 새해가 빈손의 묵은해로 돌아올 것을 미리 염려하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는 희망 하나만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충만한 삶을 살아갈 고마운 일이라고 여기게 됩니다. 새해를 위해 마음 깊이 품은 소망은 따뜻한 밥과 국이며 노래하는 술로 채워지라는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따듯이 데우며 푸짐하고 슬기롭고 착하게 한 판 꿈을 펼쳐보라는 것입니다. 새해 새 희망으로 예쁘게 힘찬 발걸음을!

구명숙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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