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자금 992억원을 횡령해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로 기소된 SK그룹 최태원(52) 회장 최재원(49) 수석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 부회장이 지난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거액을 인출해 공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윤석열)는 2011년 12월 최 부회장 계좌에서 수표로 인출된 680억원이 김원홍(51)씨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최근 확인했다. 김원홍은 전 SK해운 고문으로 최태원·최재원 형제의 선물투자 대리인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998년부터 최씨 형제와 알게 되면서 몇 차례 최 회장의 돈으로 선물투자에 성공하면서 신임을 받은 인물로 검찰은 SK 계열사에서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금 명목으로 들어간 돈을 세탁해 김씨가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사용한 사실에 대한 혐의를 추적 중에 있다.

김씨는 최씨 형제 일가와 함께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으나 2011년 3월 출국해 중국에 머물러 있어 기소중지된 상태다.

한편 이번에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680억원은 검찰이 기소할 때는 내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돈으로 검찰이 최 부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2011년 12월 23일 최 부회장 계좌에서 인출돼 김씨의 계좌로 송금됐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원범)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이는 최 부회장 명의로 이뤄진 투자가 실은 최 회장의 주도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관계자는 “검찰도 용도 및 출처에 대해서 큰 문제 없는 돈으로 파악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문제 되는 부분이 있다면 재판을 통해 충실히 소명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