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몇 년 전부터인지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말이 떠돌더니 그 후 여기에 취업과 주택마련을 포기한 ‘오포세대’ 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이어서 인간관계, 희망, 꿈, 등등 포기할 항목이 너무 많아 셀 수도 없다는 ‘엔(N)포세대’ 라는 자조적인 신조어들이 인터넷은 물론 각종 공중매체에 난무하고 있다.

급기야는 이처럼 희망이 없어서 지옥같이 깜깜한 나라에서는 더 이상 살수 없다는 뜻의 ‘헬(hell, 지옥)조선’ 이라는 단어가 젊은이들은 물론 기성세대들 사이에도 널리 퍼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과거 조선시대의 신분사회처럼 부모들의 신분이 정해져 있고 자식들의 운명은 부모의 신분을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부모들의 재산, 권력, 지위에 따라 금, 은, 동, 흙 등으로 서열화 되어 있고 태어난 자식은 부모의 신분 서열이 상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분의 세습화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또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으로 표현한다. 한번 물고 태어난 수저로 인하여 빈부격차가 고착화되고 자식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젊은이들은 ‘노오-력’ 이라고 함)을 다해도 그 신분의 벽을 뚫고 계층 상승을 할 수가 없는 사회라는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신분상승이나 인생역전은 연속방송이나 소설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아르바이트나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임시직으로 열심히 일해본들 흙수저를 놓을 수 없다는 한탄과 자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저론’ 에 대한 질책성 신조어로서 ‘자식론’이 등장하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았어도 열심히 자신의 재능을 살려 돈 많이 벌고 출세하여 부모 호강시키는 ‘금자식’도 있고, 부모의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부모를 거지로 만드는  ‘흙자식’도 있지 않는가.

‘수저론’은 현실도피를 위한 자식들의 변명이고 자기위안용 핑계거리라는 주장이다. ‘수저론’도 ‘자식론’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세대간의 갈등이요, 아픔을 겪고 있는 자녀들을 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서양에도 부잣집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자라나는 아이를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고 한다.

빈부격차가 세습화 될 것이라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세계적인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의 담론 주제가 되고 있다.

그들의 설명이 어떠하든 지구상의 가용자원은 유한한데 세계 인구는 날로 증가하고, 세계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뉴노멀’ 시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재산이든 지식이든 가진 자가 경쟁에 유리하기 때문에 금수저, 은수저를 물려준 부모네들 자신은 물론 자기자식들을 위해서도 기득권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젊은이들의 자포자기식 사고와 기성세대에 대한 불평불만은 자살의 급증, 집단 히스테리와 같은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기에 대통령은 ‘청년 희망 펀드’ 조성을 통해서 청년구직과 일자리 창출, 청년창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성남시와 서울시는 각각 ‘매월 100만원’을 주는 청년배당‘ 과 ‘ 매월 50만원을 주는 청년수당’을 제안했다.

이러한 사회적 캠페인이나 사회복지 정책의 효용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정치지도자들이 우리 자녀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음이 그나마 다행이다.

금, 은수저는 물려주지 못했으나 두 자녀를 무난히 사회에 진출시켜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도록 뒷바라지한 한 아버지로서, 그리고 대학 졸업생을 취업지도 해왔고 현재 중소기업에서 취업을 돕고 있는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정책적 배려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우리 자녀들과 부모들의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없는 한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은 언발에 오줌누기식 단기 처방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첫째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과잉사랑이 자식들의 전인적(全人的) 인격 형성을 방해하고 역경지수를 낮추어 장기적으로 행복지수를 떨어뜨리고 있음을 깨달았으면 한다.

‘헬조선’ 이라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그토록 부끄러워하고 저주까지도 서슴치 않는 흙수저 자녀일지라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미국자녀들의 금수저 못지않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자녀들을 이렇게 비참하게 망가뜨린 것이 부모세대 꼰대들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기성세대 부모들은 더 이상 부모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자녀들의 삶에 과거기준으로 간섭하거나 훈수를 두지말자.

부모님께 걱정 끼쳐드리는게 부담스러워 작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지방근무를 못하겠다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변호사, 의사가 아니라면 공무원이 되어 평생 쫓겨날 걱정 없이 살아야하고, 대기업이 아니면 언제 망할지 모르니 불안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실린 글들을 보면 ‘흙수저’로 태어나서 희망이라곤 없고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으니 시골에 가서 농사라도 지어야 하겠단다. 왜 농업에 종사하면 실패한 인생인가? 성공적인 농기업을 일구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인가?

두 번째는 자녀들로 하여금 성공학이나 행복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평적사고’ 이론의 창시자인 하바드 대학교 드보노(de Bono)교수가 쓴 성공학에 보면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행운을 부르는 긍적적 사고, 지구력, 타고난 재능, 시대흐름의 네 가지를  들었다.

좋은 직장, 좋은 직업이 성공의 기준이 아니다. 자녀교육의 목적은 자녀가 가지고 태어난 스스로의 재능(달란트,talent)을 찾아내 그 자녀가 그 재능을 길러서 보람 있게 쓰게 만드는데 있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이 학교 잘 다니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자신의 장래나 행복을 위함이 아니고 부모를 기쁘게하기 위함이라는 사고의 틀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셋째는 정부는 젊은이들의 복지정책을 세우되 직접적인 현금지원은 젊은이들을 무능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거나 학교나 공교육에서 습득하지 못한 기술습득이나 재능 발전에 도움을 주어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력을 키워주도록 해주어야 한다.

혹시라도 젊은이들이 고시원에서 공무원시험 준비에 우리가 낸 세금을 사용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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