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안은혜 기자]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파동이 결국 내홍(內訌)으로 번질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민연금 최광 이사장은 홍완선 국민연금기금 운용본부장에 대한 연임 불가 방침을 통보하고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2년이며, 1년 연장이 가능하다. 홍완선 본부장은 지난 2013년 11월 임기가 시작되어 오는 11월 3일 임기가 끝난다.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인사권은 국민연금 이사장이 갖고 있다. 국민연금은 홍 본부장에 대한 연임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 결과 기금운용본부장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후임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14일 공문을 보내 “공단 이사장의 기금이사 비(非)연임 결정은 그 근거와 절차에 있어 미흡하고 부적절한 조치라고 판단되며 이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금이사 비연임 결정을 재검토해 주시고 조직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란다”며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 결정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최 이사장은 추석 연휴 전후로 복지부의 정진엽 장관에게 홍 본부장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장관은 수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

최 이사장은 지난 12일 복지부의 반대에도 홍 본부장에게 연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 기금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갈등이 표출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떼어내 공사(公社)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 개편안에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 홍 본부장은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견을 보인 것.

복지부는 “공단 내에서 이사장과 기금이사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내부인사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조치 등으로 국민연금기금 운용 및 공단 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은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통상 새로운 기금운용본부장을 공모할 경우 임기 만료 2~3개월 전에 기금이사추천위를 구성하고 공고를 낸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임기 만료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임 본부장 공모 절차에 착수하면서 인사 지연에 따른 운용 공백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측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 따라 연임 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에는 ‘준정부기관의 상임이사는 준정부기관의 장(최광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임 여부는 임명권자가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복지부는 지금까지 기금운영본부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협의가 있어왔는데 최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며 주무부처를 무시하는 처사에 불쾌함을 토로하며 복지부 장관의 승인은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운법은 26조 2항은 ‘다른 법령(국민연금법)에서 상임이사에 대한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두도록 정했으면 상임이사의 추천에 관해서는 그 법령을 따른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법(31조 6항)은 기금이사 계약에 대해 ‘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면 국민연금 이사장이 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했다.

양측은 기금운용본부장을 연임시키는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법 규정을 놓고 정반대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비연임 결정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관·기관장 경고나 해임 건의 등으로 징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인사권을 무시하고 ‘월권행위’를 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에 대한 임명과 면직은 복지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말까지다.

▲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한편, 적립금 500조원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연임을 두고 최 이사장과 복지부가 정면 충돌한 원인을 두고 기금운용본부가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민연금 이사장의 직속 부하이지만 규정상 투자 관련 결정권은 기금운용본부장이 갖는다. 이는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와 대체투자 사후관리 감독권 등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때문에 이 둘의 권력 싸움이 결국 복지부와의 갈등으로까지 번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민연금 이사장이 협의했던 관례만 믿고 애매한 법 규정도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장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입장과 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한 사안을 단독 결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복지부 입장은 명백한 법령 해석차이다. 

한편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교동창인 최 이사장은 친박계 인사로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고, 홍 본부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문이다. 최광 이사장과 홍완선 본부장은 취임 직후부터 잦은 갈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홍 본부장이 자신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기금을 운용했다고 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 당시 홍 본부장이 보고 없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만난 뒤 삼성 입장을 전폭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삼성 오너 패밀리에게 유리하게 산정된 합병 비율 때문에 국민연금이 입은 손실은 3200억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법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번 인사파동의 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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