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공화당 경선 출마 후보 간에 외모 비하 발언이 미국은 물론 세계의 화제가 되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Donald Trump)가 61세의 여성 후보인 피오리나(Carly Fiorina)를 향하여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고 싶겠냐”고 외모지상주의적 막말을 한 것이다.
전 휼렛패커드의 최고경영자로서 한 때 세계 최고의 여성기업인으로 찬사를 받아온 피오리나는 “내가 살아온 한 해 한 해와 모든 주름이 자랑스럽다”고 당당하게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2006년에 개봉된 코미디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보여진 외모지상주의는 결코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적 신분이나 지식 또는 재력의 정도와도 무관하게 인간들의 마음 밑바탕에 깔린 보편적 심리 상태임을 말해준 것이다.

비록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성형중독, 취업과 결혼에 있어서 차별적인 대우의 심화 및 황금만능주의로 인한 사회분위기 저해 등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가 야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 후보자들 조차도 외모를 자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영국의 런던 정경대 교수를 지낸 하킴(Catherine Hakim)은 한 개인의 아름다움 즉 매력을 중요한 경쟁력으로 보고 매력자본(erotic capital, honey money)이라고 표현했다.

외모는 물론 유머감각이나 활력, 세련된 매너 등 개인의 매력이 사회적 지위나 소득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이나 조직 운영에 유리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 농업, 제조업 중심의 산업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지고 TV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의 호감도가 더욱 중요시 되기 때문이다.

즉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볼 때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매력은 중요한 자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외모가 경제 활동에서 유리한 여건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미국의 텍사스대학교 다니엘 해머메시(Daniel Hamermesh) 교수 또한 미국 내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통해 밝혀내고 이를 ‘미인경제학’이라는 책에 소개함으로써 외모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과 사회적 성찰을 제시했다.

피오리나는 사람은 ‘얼굴값’이 아니라 정신과 능력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고 트럼프의 막말에 멋지게 반격했고 많은 미국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건데 하킴이나 해머메시의 주장대로 사람들은 좀 더 아름다운 외모와 상대방을 끄는 매력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소중한 자원임을 알고 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한다.
이 시대의 연예인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왕권세습이나 독재국가가 아닌 나라의 지도자들은 모두 외모에서 호감을 주는 매력의 소유자들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전문 경영인들 또한 비슷한 추세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성형수술이 가장 많다는 우리나라 국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외모지상주의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면에 개탄만 하고 있기 보다는 외모지상주의가 매력자본의 한부분임을 인정하고 매력자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이를 취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좀 더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하킴의 주장대로 매력자본은 얼굴과 신체적 아름다움은 물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호감을 주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모두 포함한다. 즉, 재산이 많은 부모를 둔 것처럼 타고난 외모도 훌륭한 매력자본이 되겠지만 이밖에도 유머감각이나 세련된 매너와 같은 매력의 모양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매력의 포인트는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활력, 즉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다. 아무리 외모가 준수해도 병약하고 무기력한 상대방에 매력이 느껴지겠는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각자의 건강 습관에 달려있다.

9월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헬시에이징(Healthy aging, 건강한 노화) 포럼에서 발표된 바의 의하면 OECD 29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노화지수(healthy aging index)’는 25위로서 하위권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건강과 관련된 인프라가 취약함은 물론이고 신체활동 불충분과 같은 개인의 노력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극심한 서구의 기업들은 개인의 능력이 있더라도 체중이 과비한 경우 고위 경영자로 잘 쓰지 않는다.

명분상으로는 과비한 사람은 극도의 경쟁에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지만 기실은 호감도 면에서 매력자본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비를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과의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체중 관리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몸에 배인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보다는 짧은 시간에 손쉽게 살을 빼려는 욕심 때문이다. 균형 잡힌 식사, 활발한 신체 활동, 긍적적인 사고가 생활습관이 돼야 한다.

최근 들어 격렬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직장이나 가정에서 몸의 활동량을 늘려 체열 발생을 높이는 니트(NEAT, 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이다.
미국 레바인(James Levine) 박사가 체계화시킨 체중감량 방법으로서 우리의 일상 활동량을 늘려 열량소모를 높이는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이다. 즉 이러한 건강습관을 잘 지키며 이로써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매력자본 축적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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