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계약, 중소상권침탈 등 비상생경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롯데마트가 재개발을 앞둔 재래시장에 롯데마트를 입점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 3월 동반성장 중장기 로드맵과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공개 보고서인 ‘2011 롯데 동반성장 보고서 ’를 국내 기업 최초로 발간하는 등 동반성장지수 최우수 기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한 바 있어 더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재개발 선정 재래상권에 지분 알박기, 시공부터 물밑작업 치열 
납품업체 기업 기술 ‘쏙’…중소자영업자 침탈에 보수단체조차 진저리 

서울시는 지난 5월 16일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안’이 건축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홍제동 298-9일대 2만6665㎡지역에 건폐율 53.31%, 용적률 505.30%가 적용돼 지하 4층, 지상 46∼48층 주상복합아파트 3개동(693가구·임대주택 52가구 포함)과 홍제천을 따라 36개층 업무용빌딩, 그리고 4층 규모의 판매·문화시설이 건립된다.

홍은동과 홍제동, 연희동 등 서대문구 주요 주택가 중심에 있는 기존 재래상권인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등 노후화된 상가도 전면 정비된다. 이곳 상가 건물은 건축된 지 40여년이 지난 건물로 낙후 등의 문제로 상권이 침체되자 전체 상인의 3분의 1이 떠나는 등 상권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건축심의가 통과되자 이 지역 중소상인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계획안 일부에 대형마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곳 상가에 임차해 있는 상인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은 이 지역이 재정비되면서 조성된 상가에 안착할 것을 원하고 있지만, 유진상가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롯데쇼핑이 영향력을 행사해 롯데마트를 입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계획이 결정되면 해당 지역내 건물주 및 건물에 대한 지분을 가고 있는 사람 및 회사들은 조합을 결성한다. 엄연한 사유재산을 나라가 재개발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은 이 지역에 어떤 용도로 어떤 건물을 만들 것인지, 또 상점이 입점한다면 어떤 점포를 입점하는 지에 대해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유진상가 1층에 있던 굿모닝마트를 운영하던 CS유통을 인수하면서 덩달아 CS유통분만큼 유진상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조합 총회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롯데가 이 지역에 대형마트를 세우기 위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였다”며 “향후 총회에서 롯데가 롯데마트 입점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경우 우선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인왕상인 상인회 측은 “롯데쇼핑이 지난해 인수한 굿모닝마트까지는 포인트 통합을 제외하고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했지만 새로 지어지는 상가건물에 롯데마트가 입점하게 되면 유진상가 및 인왕시장상인들은 모두 내몰릴 처지가 된다”고 호소했다.

한 상인은 “아직 조합에서 결정난 바는 없지만 롯데마트가 입점하게 되면 좌시하진 않겠다”고 전했다.

물밑작업, 재개발 시공까지

구청도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조합에서 대형마트 입점을 결정하면  뒤집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청 관계자는 “건축계획안에 상가 용도가 일부 할인마트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어떤 점포가 유치될지 조합에서 결정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롯데마트처럼 대형마트가 입점할 것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며 “차후 심의 때 조합만의 의견이 아니라 해당 지역 중소상인들의 의견도 함께 절충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구청은 조합과 임차상인 사이에서 단순히 의견제시 및 조정 정도의 개입만 가능한 수준이라 조합의 의사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임차 중소상인들은 도시정비법에 의거 영업손실보상비와 우선분양권을 부여받지만 영업손실보상비는 3개월간의 영업손실분을 산정해서 지급하는 것이라 현재처럼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선 그리 큰 금액을 기대할 수 없다. 또 새로 지은 상가에 대한 우선분양권도 조합의 입장에 따라 행사하기 어렵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CS유통을 인수해 굿모닝마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재개발과 롯데마트 입점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한 조합 관계자는 “롯데건설 관계자가 시공사로 참여하려 하는 등 롯데그룹에서 이 지역 상권에 관심이 지대하다”고 전했다.

통행세 다음은 기술유출

뿐만 아니라 롯데는 납품사 기술탈취 혐의로 계열사가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롯데는 겉으로는 상생경영과 동반성장을 외치면서 뒤로는 계열사를 이용, 협력사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그 이중적 면모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날카롭다.

경찰은 중소기업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롯데그룹 내 ATM 사업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주) 본사를 8월 초 압수수색 했다. 롯데피에스넷은 롯데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공급하는 회사다.

경찰은 올 상반기 ATM 업계의 산업기술 유출 의혹을 내사하던 중 롯데피에스넷이 중소납품업체인 네오아이씨피의 ATM기 구동 소프트웨어 등을 탈취했다는 정보를 입수,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검찰이나 공정위가 아닌 경찰이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건으로 대기업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인 만큼 파장도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네오아이씨피와 공동기술과 관련 합의를 한 상태로 개발비까지 지급한 후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명백한 근거가 있는 만큼 소명할 부분에 대해 경찰에 모두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7그러나 롯데피에스넷은 7월 공정위로부터 ‘타 계열사와 거래하는 협력사 중간에 서서 아무런 역할없이 통행세를 받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불공정거래 대상자로 직접 거론, 증거자료까지 제시하며 추궁했다.

또한 각지에서 ‘롯데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7월말엔 참기업윤리감시위원회와 대한민어버이연합 회원 등 보수단체까지 롯데의 상생경영을 무시하는 행태를 비난하고 나서 롯데에 대한 비상생 면모는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