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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건설사업을 놓고 지역개발의 논리와 환경보전의 담론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우선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의 경우, 사업 예정지인 강화ㆍ옹진군 주민들과 시민ㆍ환경단체 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주민들은 조력발전 사업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강화도, 장봉도, 영종도 등 3개 섬이 조력발전을 위한 방조제로 연결되면 접근성이 개선돼 관광 수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화군과 옹진군도 각각 지난 5월과 6월 인천시에 건의서를 보내 조속한 사업 추진을 건의했다.

그러나 시민ㆍ환경단체들은 조력발전소 건설로 생태계 교란과 어족자원 고갈이 우려될 뿐 아니라 세계 5대 갯벌인 강화 일대 갯벌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사업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인천시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더라도 해양환경변화에 따른 제반 문제점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는 이상 사업 추진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가열됨에 따라 2014년 1월 착공한다는 당초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고 있는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은 강화ㆍ장봉ㆍ영종도를 잇는 방조제를 건설하고 방조제 하부에 3만KW급 수차발전기 44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옹진군 굴업도 골프장 건설사업을 놓고도 해당 지자체와 환경단체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은 굴업도 내 120만㎡ 터에 골프장을 포함, 호텔ㆍ마리나 시설을 갖춘 해양레저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환경단체들은 그러나 매ㆍ먹구렁이ㆍ황조롱이 등의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굴업도가 무분별한 개발계획으로 인해 황폐화될 수 있다며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인천시도 골프장을 빼고 자연 훼손면적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굴업도를 개발해야 한다며 환경단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옹진군은 이에 대해 "환경단체 반대에 부닥쳐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계획에서 골프장을 제외하라는 것은 굴업도를 개발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옹진군의 행정구역을 인천시가 아닌 경기도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이밖에 계양산 골프장 조성사업도 법정 소송까지 야기하는 등 개발과 환경보전의 논리 사이에 치열한 격전이 전개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계양산에 12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환경단체들은 향토적 유서가 깊은 계양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계양산 1평 사기 시민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인천시는 결국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위한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반려했고, 롯데건설은 지난해 7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인천시는 지난 6월 26일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롯데건설은 판결 다음 날 곧바로 `도시계획시설 폐지 고시 취소'라는 새로운 행정심판을 청구, 계양산 골프장 건설사업을 둘러싼 논쟁은 2라운드를 맞게 됐다.

한편 ‘서해안의 보석섬’으로 불리는 인천 굴업도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CJ그룹 계열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최근까지도 주민들 및 환경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어 화제다. 

얼마전에는 주민과 등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한 일종의 ‘영역표시’인 철조망을 설치해 인근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현재 이 섬에 골프장을 포함한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대기업이 관광단지 조성에 반대 여론이 이어지자 ‘힘자랑’으로 허가기관과 시민들을 사실상 협박하고 있다”며 철망 제거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시와 환경단체들은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안전사고와 산불예방, 쓰레기적치 우려 등을 이유로 굴업도 주 등산로인 개머리능선과 송신탑으로 올라가는 주변에 가시 철망과 울타리를 높이 50~70m로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씨앤아이레저산업측은 최근 ‘불가피한 사유로 출입할 때는 명단과 출입목적, 시기를 통보해 사전 승인을 받고, 사진 촬영에 반드시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역주민들에게 보냈다.

앞서 씨앤아이레저산업은 2010년에 굴업도 선착장 등 4곳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게시판을 설치하고 무단출입 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문을 내걸기도 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철조망 설치가 대규모 관광단지 조성 반대여론을 막기 위한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굴업도 출입을 막아 섬 보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굴업도는 약 8000만~9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말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재가 콘크리트 반죽처럼 버무려진 화산쇄설암이 쌓이는 등 거듭된 화산활동의 자취와, 침식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섬이다.

문화재청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라고 평가했다. 굴업도에는 평일엔 하루 평균 20~30명, 주말엔 100여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인천시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철조망 설치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굴업도는 관광지로 지정이 안된 상태인 데다, 사유지여서 철조망을 제거토록 지시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7㎢(52만평) 면적에 16가구가 살고 있는 인천 옹진군 덕적면 굴업도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2000년 초부터 5년 동안 굴업도 토지를 사들여 현재는 98.2%를 매입해 놓은 상태다.

업체는 4000억원을 들여 굴업도에 숙박시설과 골프장(9홀+연습장 9홀), 콘도(150실), 호텔(120실), 생태학습장, 수영장 등 휴양시설 등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천시에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사전환경성검토서 절차에 위법성 등이 있다’며 보완하도록 통보했다.

씨앤아이레저산업 관계자는 “환경단체 관계자가 섬에서 실족 사망해 안전사고 예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관광객들의 무단 야영으로 오물이 발생하는 등 환경도 훼손돼 자산관리 차원에서 철조망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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