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천경제자유특구 중 하나로 개발된 영종하늘도시. 2009년 아파트 분양 당시 LH는 영종하늘도시를 국제항공물류 및 상업, 문화의 중심 도시로 거듭난다고 홍보했었다. 하지만 LH는 거듭된 투자유치 실패로 사업은 커녕 기반 편의시설마저 유치하지 못하자 입주민들의 거센 입주거부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LH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시 등이 나서서 조율을 말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대안은 없는 상태다.

병원, 파출소 하나 없이 방치된 도시…분양 철회 소송 휘말려
제 3연륙교, 손실보전금과 교통량 부족으로 건설무산위기

지난해 11월 입주민들은 사업시행사인 LH 및 관련 기관 등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입주거부 시위 및 기타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입주예정자대표연합회 정기윤 회장은 “마을 명이 영종하늘도시라고 하는 데 하늘 밖에 볼 것이 없다”며 비꼬았다. 영종하늘도시 19만여㎡면적 가운데 있는 것이라곤 아파트 7개 단지와 올 9월 개교로 예정된 초등학교만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병원, 약국, 상점과 같은 편의시설은 물론 조경공사 및 쓰레기 집하관 등 기초 생활기반 시설도 전무하다. 6km 너머에 있는 영종도 시내로 가지 않으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 시행사인 LH는 8월초까지 현재 운영되는 시내버스 1개 노선과 1개 노선을 추가확보하고 건설사, 인천중구청 등이 각각 비용을 대어 아파트 단지 내 셔틀버스와 공영버스 등을 증차하는 등 원활한 대중교통을 약속했지만 이 또한 결과가 없다.

입주예정자대표연합회 이성태 교통분과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선은 버스 5대로 편성된 시내버스 1개 노선으로 배차 간격이 40~1시간에 달한다. 실제 실험해봤더니  왕복까지 최소 1시간 30분이 걸렸다”고 전했다.

파출소도 병원도 없는 마을

교통문제는 곧바로 생활권 문제와 직결된다. 생필품이야 일주일이나 보름치 사두면 되지만, 급환이나 치안문제는 대비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입주예정자대표연합회 숙정임 교육분과장은 “가로등이 정비되지 않아 해가 지면 지역 전체가 어두워진다. 1만여가구로 입주 계획이 잡혀 있는 도시에 치안을 위한 파출소 하나 없고, 갑자기 아플 경우 갈 병원도 없다. 건강과 치안에 예민한 아동의 경우 그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고 전했다. 

현재 영종하늘도시는 올 9월 개교 예정으로 초등학교가 건립되어 있고, 추가로 중학교 이전이 예정되어 있지만 학교 주변에 안전을 위한 장치는 하나도 없다.

”갑자기 자녀가 아프면 데려갈 병원이 없고, 주민을 지켜줄 파출소도 없고, 통학 때 마다 자녀가 건설차량에 벌벌 떨어야 한다면 이것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시행사인 LH 및 인천시 등은 병원 유치조차 하지 못했고, 치안을 위한 CCTV설치조차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취학하는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고 해서 나은 것은 없다. 6km 너머 영종도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가 유일한 대안인데 영종하늘도시와 외부를 연결시켜 줄 도로는 6차선 도로 하나 밖에 없다. 부모가 자가용으로 태워주려고 해도 도로가 6차선 1개 뿐이라 심각한 교통체증이 예측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건설차량까지 움직이게 되면 교통체증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LH 관계자는 “입주민이 다니는 도로를 따로 마련해 건설차량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계획”이라고 전했지만 하나 있는 6차선 도로를 어떻게 통제할 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8월 중순을 기준으로 이 도로엔 가로수와 보도블럭은 커녕 신호등조차 완비되지 않은 상태다.

자녀들 통학길 뿐만이 아니라 입주민의 출퇴근길 또한 깜깜한 상태다. 입주민 대다수 직장이 영종도 외부에 있다. 그러나 이용가능한 방법은 유료다리인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인천공항철도가 전부이이다. 모두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탓에 이용료가 만만치 않다. 왕복기준으로 영종대교가 15400원, 인천대교는 11000원, 인천공항철도도 7400원이나 된다.

제 3연륙교 무산될 위기

다른 경제특구인 청라나 송도도 미완상태이긴 하지만 영종하늘마을이 더 열악한 이유는 영종하늘마을만 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위생, 치안, 생활유통 부문에서 대안이 마땅치 않고, 교통상황이 협소하며 게다가 내륙과 섬을 연결하는 수단이 모두 비싼 민자대교라서 기획 초반부터 영종하늘도시는 다른 특구에 비해 제약이 많다.

그래서 다른 사업보다 영종도와 내륙을 연결하는 무료 다리인 제3연륙교 건설이 가장 강조되었다. 하지만 제 3연륙교는 막대한 보전금과 운행량 부족으로 쉽사리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이하 MRG)다. MRG는 민간회사가 도로나 다리, 지하철과 같은 사회간접시설을 건설할 경우 정부는 해당 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하는 제도로 월 수익이 운영비를 채우지 못하면 그 나머지를 지자체에서 지급한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가 이에 속한다.

인천대교를 소유하고 있는 인천대교주식회사는 제3연륙교를 건설할 경우 손실보전금으로 8조4천억원을 요구하고 있느나 인천시는 2조원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다리건설 허가권자인 국토부는 영종도와 내륙간 교통량이 추정치를 훨씬 밑돈다고 보고 있어 제3연륙교 건설을 피하고 있는 입장이다. 영종대교는 추정교통량의 42%, 인천대교는 71%이다.

그러다 보니 영종브로드웨이, 밀라노디자인시티, MGM스튜디오,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 분원 등 까지 굵직한 사업들도 투자유치 지연으로 사업이 무산될 지경이다. 투자가 무산되니 분양가도 덩달아 하락해 평당 천만원에 달했던 분양가는 10~15%가량 하락된 가격에 불리고 있고, 최저 750만원선까지 부르는 공인중개사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입주민 3천여명은 입주예정자대표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시행주체인 LH와 인천시등에 11월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잔금납부 거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LH와 인천시 등은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인해 투자가 위축되면서 사업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입주하여 생활권이 형성되면 자연 상권이나 기타 편의시설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며 입주거부를 지양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입주민은 “살기 좋은 곳에 사람이 모이는 법인데, 일단 황무지에 사람을 모아 놓고 살기 좋은 곳을 조성하겠다고 말하는 LH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주장은 자가당착적 모순이 있다”며 “교육, 교통, 위생, 치안 뭐 하나 없는 영종하늘도시에 어떤 미래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