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포스코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고가 인수 스캔들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미래에셋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부도위기에 몰렸던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면서 당시 최대 주주였던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의 지분을 업계 평가액보다 2배 가량 높은 1590억원에 사들여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성진지오텍은 계속 어려움을 겪다가 2013년 포스코플랜텍에 흡수합병되었는데 포스코플랜텍도 지난 3일 워크아웃에 들어가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인수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처지에 놓였다.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누가 결정을 했으며 누구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까? 금감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를 위한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은 이사회나 이사회내 관련 소위원회 (재정및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나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2010년 3월 17일에 이루어졌다.

다만 동일자로 이루어진 공시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에 따르면 이사회 승인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후 최종 확정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공시자료에 나타난 당시 회사규정에 따르면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사외 신규출자, 출자회사 증자 및 출자지분의 처분 (비철강 부문)’의 경우에는 사전에 사외이사 3인, 사내이사 2인으로 구성된 재정및운영위원회의 사전심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며 자본금 10%미만이라고 하더라도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사후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다. 

성진지오텍은 석유화학 플랜트 및 오일샌드 모듈제작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의 지분을 인수한 것은 비철강부문의 사외 신규출자에 해당하는 것이며, 당시 포스코의 자본금은 약 4824억원으로서 성진지오텍 인수거래는 자본금의 10%를 훨씬 넘어서는 1592억원 규모의 거래였다.

따라서 이 거래는 재정및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얻어 결정되었어야 하는 거래였다. 하지만 실제로 성진지오텍 인수계약 체결은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사전심의 없이 이루어졌으며 동 위원회의 심의는 이사회 하루 전 날인 2010년 4월 22일에야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포스코의 이사회는 곧바로 성진지오텍 지분인수건을 승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공시내용을 토대로 볼 때 제도적으로는 사전에 이사회 및 이사회 하부위원회가 비관련 다각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신규출자를 견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러한 장치들이 이미 결정된 거래를 합리화시켜주는 통과의례로 전락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2010년 4월 22일에 이루어진 재정및운영위원회의 결의에는 위원장인 유장희 사외이사와 역시 사외이사인 한준호 위원, 김병기 위원, 그리고 사내이사인 최종태 사장 그리고 김진일 부사장이 모두 참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 이튿날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총 8명 중 7명이 참석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당시 사외이사 의장은 안철수 현 의원이었다.

안철수 의원 측의 한 인사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한 책임론에 관하여 안 의원이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서 이사회에 제출됐던 자료를 검토한 뒤 가진 내부 회의에서 ‘당시 회계법인 1곳, 법무법인 1곳, 증권사 1곳에서 작성해 이사회에서 검토한 조사분석보고서를 다시 점검했는데 표면적으론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 주식 매수 관련 자료 등을 누락시켰으며 보고서 일부가 허위로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상당하기 때문에 조금 더 점검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당시 회사경영진이 이사회에 제시한 보고자료상 거래의 부정적인 측면이 누락되거나 은폐되었다면 이러한 보고서 작성 라인에 있던 사내이사들의 책임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지만 이를 진실한 것으로 믿은 사외이사들의 책임은 묻기 어려워질 것이다. 

여하튼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가 정상적인 경영 판단으로 간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며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에 관여한 이사들에 대하여 민사소송이 제기될 개연성이 높다.

포스코의 현경영진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포스코의 소액주주들 (1%이상 지분보유주주 또는 6개월이상 0.0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소제기청구를 거쳐 직접 문제가 된 포스코의 경영진 등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여의도투자권익연구소 김주영 변호사  jykim@hannuri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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