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들 앞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경고를 해대는 대통령의 모습이나 말투가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 참으로 거북스러웠다.

그 후 대통령의 분노가 전염되어서인지 여당지도자들의 화난 모습들이 갈수록 심해져 눈뜨고 볼 수 없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여당 지도자들 뿐인가?

계파간 갈등으로 인한 야당 지도자들의 화난 표정들 또한 여당과 큰 차이 없는 막상막하 지경이었다.

일 년 여 전에 있었던 세월호 참사로 갖가지 분노어린 시위와 구호가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진행중이다.

무능한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예방에 실패하고 사회는 온통 불신과 불만으로 들끓고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져 들고 있는데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지도자들은 불만 쏟아내기에 바쁘다.

그리스의 재정파탄으로 유럽금융이 요동치고 있으며 우리의 최대교역국인 이웃나라 중국에서는 주식시장이 30%나 폭락하면서 세계적인 금융대란이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분노를 과감 없이 표출하는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모습이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한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는 정치인들은 그 후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상승한다. 왜 일까? 아마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분노에 중독되어 있어서 이제는 그러한 분노를 즐기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기야 분노와 갈등은 오랜 기간 정치적 전술로서 상당한 효과를 보여 온 듯하다.  어떤 대통령은 국회의원 때 재떨이를 던지며 분노의 정치로 인기를 누렸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국민들 앞에서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화를 내며 국민통치에 분노의 기술을 활용했다.

그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지만 그의 인기는 지금도 꽤나 높은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 국민들 중 상당수는 분노에 중독된 뇌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불행히도 우리는 분노로 가득 찬 사회에 살고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생기는 살인이나 폭력사건, 주차시비나 주행 시 끼어들기로 발생하는 폭력사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어린이 폭행, 이유 없이 지나가는 행인 살인이나 폭행 등 분노조절 장애라는 병이 만연한 듯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에 의하면 전국의 폭력범 가운데 42%가 순간의 분노로 야기된 우발적 범죄라는 것이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원들의 발표에 의하면 분노에 중독되는 개인은 뇌세포 손상으로 뇌의 크기가 줄어든다고 한다.

마치 알콜에 중독된 뇌와 마찬가지로 분노하는 뇌로 인하여 체내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분노호르몬 분비가 촉진되고 증가된 호르몬으로 인하여 교감 신경에 의한 흥분 반응이 빨라질 뿐만 아니라 이 호르몬이 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에 독소로 작용하여 뇌세포 손상이 일어난다.

한편 세로토닌이나 엔돌핀과 같은 행복 호르몬 분비는 감소한다. 그 결과 집중력, 감정조절, 사리판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불만이 중복된 뇌를 가지고 운전대를 잡으면 난폭운전이 되고 나보다 약한 이웃에게는 묻지마 폭행을 가하게 된다. 미국 듀크대 행동의학연구소의 윌리암스 박사의 연구결과에 의하며 화나 분노는 신체 각 부위에 나쁜 영향을 미쳐 만병의 근원이 된다고 한다.

분노로 인하여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뿐만 아니라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어 혈압을 상승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며, 심혈관의 경직을 일으킨다. 화를 내면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8배 이상 높아진다.

잠시 머리를 식히려 찾아온 영화관에서도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평해전’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젊은이들의 말이다.

“이처럼 숭고한 참수리함정용사들의 죽음을 13년이나 개죽음 취급해온 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야?” 물질주의와 자기우상화 그리고 편 가르기에 경황없는 종교지도자들 또한 불만요인이 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이 나라의 불만중독을 치료한단 말인가? 따라서 불만중독 사회에서 살아남기란 구성원인 우리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첫째로 성숙된 선거문화를 가꾸어 나가자. 대중매체의 관심을 끌어야만 다음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불만조절 장애증상을 보이며 정치쇼를 하거나 정치공학에만 능수능란한 자들을 다음 선거에서는 과감히 퇴출시키도록 노력하자. 정치적인 쇼로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것은 정치적 후진성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좀 더 성숙된 시민의식을 갖도록 하자.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시위나 집단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러 들거나 나만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생각이 불만중독의 중요한 사회적 요인이다.

세 번째는 이처럼 불만이나 갈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자신의 보호를 위해 생존법을 익혀 나가야한다. 10여년전 100세로 세상을 떠난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이며 미국 노인협회 회장을 지낸 죠지 번스(George Burns)가 쓴 ‘행복의 처방’이라는 책에서 배울 점이 많다.

거기에는 긴 엽권련(cigar)을 물고 기분 언짢은 기사를 오려내고 구멍난 신문을 읽고 있는 그의 사진이 있다. 한번은 그가 여행 중 비행기가 추락할지도 모르는 위기상황에서도 너무 태연하기에 기자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비행기를 제일 잘 아는 조종사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비행기는 전혀 알지 못하는 자기가 왜 안절부절 할 이유가 없다고 하였단다.

불안이나 불만 등의 스트레스 관리에는 적절한 운동이나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단백질이나 비타민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즉 뇌의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 공급을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분노도 다른 전염병처럼 주위에 사람들에게 감염을 일으킨다. 우리 뇌에서 감정 기억 부위인 대뇌변연계에 분노의 감정이 저장되었다가 기회만 생기면 저장된 분노가 표출되어 화를 내게 된다.

따라서 분노중독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내 스스로 적절한 분노조절 관리 기술 즉 생존법을 찾아 분노에 중독된 자신의 뇌를 먼저 치유해보자.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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