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인수 합병 없이 회사를 키워온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국내 2위인 대형마트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면서 오리온의 사업 다각화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은 인수 자문사로 노무라를 선정하고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매각 주관사인 HSBC에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고 투자설명서를 받아갔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지난해 오리온 부회장으로 거취를 옮긴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회장실 아래에 있던 전략과 법무, 감사, 홍보 부문을 독립시키는 등 회장실 폐지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리고 그룹 내 중복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수직계열화를 시켜 내실을 다지는 작업을 했다.
 
먼저 오리온의 제품 포장 자회사인 아이팩과 오리온스택인터내셔널을 합병하고, 오리온 중국법인 오리온푸드컴퍼니가 종속회사 오리온 스택컴퍼니를 흡수․합병했다.

그룹 정비를 끝낸 허 부회장은 꾸준히 현금을 모으며 본인의 주특기인 M&A로 시선을 돌렸다.

오리온은 그간 담철곤 회장의 스타일에 따라 리스크가 있는 M&A보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선호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에 진출해 있지만 현지 기업을 인수하지 않고 현지 법인을 통해 사업을 키웠다.

IB업계에서는 오리온이 단독으로 최대 7조원 규모의 홈플러스를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오리온의 올해 3월말 현금 및 단기 유가 증권 규모는 5748억원이다.

따라서 사모펀드와 손을 잡고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리온 측은 홈플러스 인수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입찰 참여 여부 등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오리온이 성장 동력 부재를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홈플러스 인수전에 적극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오리온은 과거 편의점 바이더웨이를 운영하다 2006년 매각한 적이 있어 유통업에 처음 진출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허 부회장은 이마트를 통해 신세계 그룹을 키운 경험이 있어 오리온도 제 2의 이마트를 만들 꿈을 갖고 홈플러스 인수전에 참여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106.2%로 양호해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하기에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계는 오리온이 홈플러스 인수전에 성공할 경우 롯데처럼 제조업과 유통업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선 오리온의 홈플러스 인수 계획은 현실성이 낮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찬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유통업에 진출하면 제품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홈플러스가 보유한 매장과 부동산을 개발해 이익을 얻는 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오리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900억원 수준으로 홈플러스 인수 시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매각대금 대비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가 매우 작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오리온이 비제과 사업부문을 매각했고 제과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점에 근거하면 오리온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희정 기자  penmoim@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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