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치료 전문약품을 생산하는 파마킹이 리베이트 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6일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파마킹 법인과 김완배 대표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또 경찰 수사결과 박모씨 등 의사 10여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고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사 수백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경기 성남 소재 파마킹 본사에서 ‘리베이트 장부’를 증거로 압수했으며, 이 장부에는 서울의 유명 종합병원을 포함해 전국 병원 수백 곳의 이름과 제공 금액이 적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검찰 등과 협의해 리베이트 액수 등 처벌 기준을 정한 뒤 입건 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마킹은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복리후생비, 차량유지비, 수선비 등 명목으로 운영 자금을 허위 기장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영업사원을 통해 의사들에게 약 처방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해당 업체가 세무조사 과정에서 공무원에게까지 뇌물을 제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이번 리베이트 수사와 관련, 의사협회와 의원협회가 중심이 돼 의사들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별도의 TFT를 꾸려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의약계 리베이트 단속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제공자 및 수수자를 긴급체포가 가능한 수준으로 상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이 국회에 상정한 리베이트 개정안은 처벌 수위를 현행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각각 ‘5년, 5000만원’으로 상향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리베이트 수수가 형사소송법상 3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될 때는 영장 없이 긴급체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로 제약업계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약협회 리베이트 무기명 투표, 시작부터 ‘잡음’

한편, 지난 4월 14일 제약협회는 제2차 이사회에서 ‘불공정거래 사전관리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사사인 50개 업체의 대표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한 제약사를 최대 3곳까지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에게 적어냈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지난달 말 설문조사에서 이름이 거론된 제약사 3곳의 최고 경영진을 비공개로 만나 관련 사실을 설명하고, 국내 제약산업계의 윤리경영 확립을 위해 협력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할 방침을 내세운 제약협회와 업계의 갈등이 빚어졌다. 제약협회가 설문조사에서 이름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제약사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

이와 관련 제약협회 관계자는 7일 <여성소비자신문>을 통해 “해당 설문조사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강제성이 없는 권고의 자리”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파마킹의 경찰 조사가 제약협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업계 시선도 있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 측은 “설문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당 제약사의 경찰 조사는 제약협회 설문조사와 전혀 관련 없다”고 답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자발적인 노력에 의한 설문조사는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순 기능’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협회의 설문조사에 대한 업계의 반대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국내 제약산업계의 윤리경영 확립을 위한 과도기적인 진통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설문조사는 분기별로 연 4회 실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23일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에서 열린 한국제약협회 기업윤리헌장 선포식에서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안은혜 기자  iamgrace.ah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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