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날로부터 겨우 4개월 만에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은 처음 거론 당시,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됐던 예산문제로 중단위기에 놓였다. 어린이집 부족, 보육교사의 처우개선 등 무상보육 시행 이후 바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잠시 뒤로 물러나 있던 가장 큰 문제점이 너무 빨리 그 바닥을 드러내 무상보육을 환영했던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위기를 맞으면서 당초 정부가 예산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 갤럽이 공개한 영유아 무상보육에 관한 의견 조사에 따르면 2세 이하 영유아 무상보육은 ‘저소득층 대상으로 선별 실시해야 한다’고 답한 국민이 72.8%로 높게 나타났다.

조사는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2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85명에게 의견을 물었으며, 전 계층을 대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22%에 불과했다.

또 하나는 지자체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가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에 무리한 짐을 떠 넘겼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료 지원 신청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정부와 함께 보육 예산을 감당해야 했던 지자체들이 예산의 한계를 느끼고 시행 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현재 무상보육 지원 비율은 정부 60%, 지자체 40% 수준이다.

정부를 향한 비판이 심해지자 새누리당 진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당에서 이미 충분히 검토했고 4․11 총선 공약으로 내 놓은 사안이기 때문에 가치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당에서도 현실성을 충분히 고려했던 사안으로 영유아 무상보육은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대선 출마 선언 다음날인 11일 충청에서 중앙과 지방정부의 협력과 관련해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갈등을 예로 들었다. 박 전 위원장은 “정부는 재정지원에 자신감이 섰기 때문에 소득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 때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의 중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흔들리거나 중단될 경우 새누리당을 향한 비난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지자체다. 재원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서울 서초구도 무상보육 예산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무상보육 실시에 있어 정부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지자체에게 정부는 이렇다 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의 예산 부족 문제에 대해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3일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 일부를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 당장 문제를 막기에 급급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도움이 아니라 지자체에 빚을 떠넘기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2013년 3~4세 무상보육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렇게 빈 구멍 메우기에만 급급할 때가 아니지 않느냐는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만으로도 정부와 지자체가 휘청이고 있는데 3~4세로 확대됐을 때 그 여파는 누가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국민들 역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될 당시는 환영했지만 갈등과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시에 살고 있는 이모(33)씨는 출산 후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 두려 했다. 그러나 곧 정부에서 영유아 무상보육을 실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무상보육이 시행된 3월부터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다가 지난 4월쯤에야 간신히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이후 바로 직장에 복귀했지만 김 씨는 여전히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바로 영유아 무상보육이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 씨는 “정말 힘들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무상보육 중단 위기’라는 말을 듣게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른 부모들도 그렇다. 보육료가 언제 끊어질지 몰라 초조해하고 있는데 뉴스를 봐도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지 속 시원히 말해주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어린이집에서 무상보육 지원료를 부정수급 하는 등 편법으로 인해 예산이 새 나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것 역시 예산 부족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무상 보육 실시 이후 어린이집에서 종일반이 아닌 시간제로 이용하는 영유아 부모에게도 무상보육 지원료를 받도록 유도해 문제시 됐다. 정책 시행 이후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고 볼 수도 있는 문제다.

때문에 지금 정부에서 무상보육 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방법을 제시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부족 문제와 계속된 갈등으로 불거진 국민들의 부담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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