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인구절벽’이라는 절망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저출산 현상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혼 추세 완화’를 저출산 대책으로 내놨다.

2006년 66조원을 저출산비로 퍼부었지만 합계 출산율이 1.19명으로 반등에 실패했다며 앞으론 초혼 연령 낮추기로 방향을 바꿔 2020년까지 1.4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육수준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결혼이 늦어지는 건 이미 세계적 추세다. 우리나라 보다 결혼 안하는 호주는 합계 출산율이 1.93명이다.

유엔이 ‘2014 인구상황’ 보고서에 “결혼과 출산의 연관성이 약해졌다. 아시아의 북아프리카를 제외하곤 지난 20년간 태어난 아기들의 절반이 (동거를 비롯한) 혼외 출산이다”고 적었다.

우리나라는 2013년 혼외출생아가 전체 출생아의 약 2%를 겨우 넘는 1만명이어서 아직 혼외출생자는 희소하고 일반적이지 않다.

프랑스(52.6%), 스웨덴(54.7%), 영국(45.4%), 미국(36.8%), 독일(32.1%) 등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혼외출생을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인식이 다른 까닭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주민자치센터에 가서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외출생아는 누락될 가능성도 크다.

아이가 태어난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출생 즉시 등록을 하는 미국과는 대비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 부터 생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질 뿐 아니라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지만 유엔 가입국인 우리나라는 여전히 현 출생신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출산율이 급락했다가 2.1명으로 회복된 프랑스를 참고하자. 프랑스는 1993년 출산율 1.65명을 위기 신호로 인식한 후 출산?육아 관련 예산을 국내 총생산 대비 5% 넘게 책정했다.

국가가 아이를 키운다는 정책 뿐 아니라 양성평등 의식, 자녀에게 올인하지 않는 문화도 출산율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처럼 미혼?비혼모 등 혼외 출산에 대해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권리가 보장돼 있지만 사회적 차별로 미혼모는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충실히 갖추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여성에게 정부가 가족 수당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20세 미만의 자녀가 4인 있는 여성에게는 매월 417유로(약 50만475원)가 지급되며, 11세 이상의 자녀에 대하여는 가족 수당이 늘어난다.

그리고 어린 아이를 돌보는 보모 혹은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육아 휴가를 얻을 경우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출산 후 직장에 돌아오면 출산 전과 같은 지위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출세에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며 걱정할 필요없이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청소년 자살 막는 정책 필요

통계청 등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교생이 사흘(2.74일)에 한 명 꼴로 자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자살의 주된 원인은 성적 및 진학 문제(39.2%), 가정문제(35%)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추컨대 가정에서의 가족 간 여가활동 및 대화의 결여, 가정의 불화, 성적?입시 위주의 가정?학교교육 풍토 등이 학생들로 하여금 극심한 스트레스를 갖게 하고 불행감을 갖게 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조사한 ‘2014년 한국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에서도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74(OECD 회원국 평균 100)였다. 6년째 OECD 소속 국가 중 최하위이다.

미성년자녀 살해 부모 극형에 처해야

생활고 등으로 시달린 부모가 자식을 먼저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만을 두고 죽는 것이 걱정되기 때문에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동정해서는 안되겠다.

일부라도 우리 사회에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계속 존재하는 한 자녀를 자기와 별개의 한 사람의 인격체로 생각지 않고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살하면서 자녀들을 살해하는 부모의 수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미성년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죽이고 자살기도 한 후 살아난 부모가 있다면 일반인을 살해한 살인범보다 더 극형으로 다스려야 미성년 자녀를 죽이는 행위가 근절될 것이다.

미성년자 임산부 학습권 보장해야

3% 수준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미성년자 임신 비율은 대만(13%), 싱가포르(8%), 일본(4%) 등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불법낙태가 만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소홀히 여길 일이 아니다.

청소년 미혼모에게 미국이나 유럽 각국처럼 재정 지원까지 해주는 상황은 아니라도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학습권을 보장하고 학교와 사회에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조치는 필요하다.

불법낙태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사회적 담론을 시작하면서 미혼모 학습권보장에 대한 논의부터 먼저 매듭짓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대만에서도 2004년 ‘성평등 교육법’을 제정, 임신한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및 보호의무, 임신 출산 학생을 위한 시설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법을 제정하고 2007년 9월부터는 학생 출산 휴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 미혼모는 56일 출산휴가, 육아휴가 2년을 받을 수 있다. 출산?육아휴가 기간 출석 인정, 성적은 휴가 후 재시험으로 대체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유아 생명 구하기 위해 베이비 박스 과도기적으로 필요

아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선 안된다. 영아 유기를 조장하는 베이비박스를 설치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충분히 동감한다.

그러나 여고생이 회장실에서 아이 낳아 버려 아이 사망 등의 기사를 우리가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사회의식 변화와 미성년자 미혼모, 비혼모 보호제도가 규정되어 제대로 시행될 때까지 한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베이비 박스는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베이비 박스는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현실적으로 부족한 상황과 시설이 있더라도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부모, 특히 미성년 미혼모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은 아기의 생명과 직격될 수 있다. 즉 추운 겨울 날씨에 연약한 아기들이 동사할 수 있기 때문에 베이비 박스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후 아기를 입양기관에 등록하는 방법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아기의 유기 수가 늘어난 이 시점에서 베이비  박스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준비하는데 전통적인 가족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이미 그런 어려움을 경험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정책을 마련한 선진국들의 제도를 참고로 해서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최우선적으로 이미 태어난 생명, 잉태 중인 생명,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생명 보호정책을 지원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양정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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