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수원에서 벌어진 오원춘 살인사건으로 인해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불과 석달만에 또 다시 제주와 통영에서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되풀이되면서 정부가 성범죄자 공개 제도와 전자발찌 착용 등 각종 해결책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범죄와 흉악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제도 자체와 운영방법을 막론하고 정부의 범죄 예방 대책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비판했다.

이어 “성범죄를 여타 강력범죄에 비해 보다 엄중히 처벌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상대적으로 가벼이 여겨 온 우리 사회의 관행을 뜯어 고치고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즉각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협의회는 “2007년 혜진․예슬양 살해 사건, 2010년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에 이어 이번 통영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어린 소녀도 가정형편상 사회적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통계에서 최근 돌봄 공백 상태에 있는 아동이 100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부모의 보살핌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소득층 아동들이 성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협의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자녀를 포함한 모든 아동들을 전사회적으로 지키고 보호하는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그들을 위한 안전망을 강화하는데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50%를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해 성범죄자의 사회적인 적응과 정신적인 치료를 도와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협의회는 “작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명의 어린이가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앞에서, 경찰과 정부는 예산과 인력 부족을 내세우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보다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심각한 저출산 위기로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사회안전망에 이렇게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서야 누가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는 일이다.

이에 협의회는 “정부는 즉각적인 대책 마련과 강력한 사회 안전망 구축에 총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며 “충분한 대책 없이 또다시 이런 사건이 재발된다면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정효정 기자  hj@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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