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정초부터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가 화제의 단어가 되었다. ‘증세는 없다’고 약속했던 이 정부가 실제로는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려 놓고도 교묘한 말장난으로 증세가 아닌 것처럼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연정책이라는 명목 하에 담뱃세 폭탄을, 그리고 근로 소득자들에게 있어서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자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해택이 없는 봉급 근로자들에게는 ‘13월의 폭탄’이 되었다는 것이다.

‘조삼모사’라는 단어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송나라 때 저공이라는 원숭이 사육사가 있었는데 기르던 원숭이의 숫자는 늘어나는데 먹이는 줄어들어 부득이 먹이 분배량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묻되 먹이를 줄여서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노라 이야기하자 원숭이들이 먹이가 적다고 화를 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침에 네 개, 저녁에는 세 개씩을 주겠노라 말하자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것이다. 저공이 간사한 꾀로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고사는 대개 좋은 뜻 보다는 잔꾀로 다른 사람들을 농락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거론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 만화가들이 인터넷에 조삼모사 패러디 만화들을 게재한 덕분에 더욱 친숙해진 고사이다. 그런데 천여 년 전의 원숭이 고사를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나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한 저공의 꼼수 이상의 교훈이 들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우리 건강과 복지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첫째, 우리는 송나라 저공처럼 말장난에 능란한 임기응변식 지도자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지도자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족한 먹이를 가지고 꼼수를 부려서 늘어난 원숭이 가족의 환심을 사려는 노력에 앞서서 앞으로 늘어날 원숭이 숫자를 예측하고 필요로 하는 먹이를 확보하려는데 좀 더 노력을 기울이는 미래 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저공들을 지도자로 세우고 싶다.

함부르크 트렌드 연구소라는 유럽에서 가장 명망 높은 최고의 미래연구소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지난 백여 년 동안 인류의 기대 수명이 전 세계 평균으로 매년 12주가량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한 개인의 기대 수명은 해마다 몇 주씩 더 연장되는 ‘지평선 연기 신드롬’에 따라 국가 인구의 노령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나 개인의 삶에 엄청난 변화가 몰려오고 있는 시기에 국민들이 꼼수라고 분개할 정도의 정책과 대안을 내놓는 천 년 전 저공과 같은 지도자들이라면 우리 앞날이 걱정이다. 선거에 이기고 보자는 정략에 따라 대책 없이 무상복지를 들고 나오고, 공평이라는 미명 아래 엄청난 비용이 낭비되는 현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증세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지도자들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연중 무시로 짙은 안개 속을 차로 달려야 하는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 대형사고가 나자 관계자들 모두 책임전가에 바쁘다. 안개가 없는데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조그마한 경고등 몇 개를 설치해 놓고 경고 신호를 보냈으니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안전관리당국 또한 현대판 저공이다.

두 번째는 원숭이들이 저공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저공은 먹이 부족을 핑계로 원숭이들을 내다버리거나 심지어는 죽여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원숭이들은 배당이 줄어서 화는 났지만 저공이 자기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협력하고자 하였으리라.

저공 또한 불만을 토로하는 원숭이들의 의견을 듣고 첫 번째 제안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전략적인 유연성을 보였다. 우리 또한 국가나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조차도 현재 상황에 대한 교감과 대책을 강구하기 위한 공동체적인 노력과 소통이 있어야 하겠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강구하는 화해와 협력의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세 번째는 원숭이들은 결코 우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하루 정량이 일곱 개로 제한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변화를 인식하고 두 번에 걸쳐 배분될 때 이왕이면 아침에 네 개를 수령하는 것이 세 개를 받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저공이 자칫 깜박하여 저녁을 빼먹을 수도 있고 두 번째 먹이가 저녁 늦게 배분되면 무척 배가 고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원숭이들은 위험관리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요령을 터득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터져 나오는 각종 사고와 재난은 위험관리와 일의 우선순위를 소홀히 한데서 발생한 경우가 허다하다. 저공과 원숭이간의 조삼모사라는 고사를 들추기며 상대방을 향하여 삿대질하기보다는 조삼모사의 고사가 주는 현대적인 교훈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좀 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이며 이해와 소통으로 살기 좋은 땅이 되었으면 한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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