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국내 65개 회원단체와 참여단체 소속 600만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 새 회장이 선출됐다. 3년 간 여협을 이끌 이번 수장에는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었던 최금숙 회장이 올랐다.

여협에 새 보금자리를 튼 최금숙 회장은 이화여대 법학과 교수이면서 ‘가족법 전문가’로 여러 차례 명성을 알린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21세기여성정치연합 상임대표로 활동하면서 여성정치 세력화에도 주력해오고 있다.

“1959년 창립한 이래 우리나라 여성들의 권익 신장과 지위 향상을 위해 선구적 역할을 해온 역대 회장님들의 뒤를 이어 소임을 맡게 돼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어깨가 무겁습니다.” 19대 회장 선출에 대한 소감을 묻자 최금숙 회장이 첫 소감을 털어놨다.

그는 선배 지도자들의 사명감과 열정을 이어받아 여성들이 맘껏 역량을 발휘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성의 행복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기자는 이처럼 최 회장이 앞으로 이끌 여협의 미래와 여성계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나눠봤다.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 개정에 매진
“여성 30% 공천할당 법적 의무화부터 총력 기울이겠다”

- 한국가족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법무부 법무자문위원회 위원장,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데 이어 2011년 제13대 여성정책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여성·가족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어디서부터 비롯됐을까.

“대학졸업 후 1975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부산가정법률상담소에서 법률상담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 상습적 가정폭력, 학대 등을 겪고 있던 수많은 여성들이 상담소를 찾았죠. 그 여성들과 함께 분노하고 울면서 이 땅의 여성들의 열악한 지위에서 오는 아픔을 치유해주고픈 열망을 품게 되었어요.

제도와 법이 바뀌기 전까진 그녀들의 삶이 개선될 여지가 없어 보였기에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 동등한 여성 상속분, 호주제 폐지 등 가족법개정운동과 여성 관련법 제·개정에 관심을 갖고 미력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길을 찾았던 것 같아요.

또 당시에는 거의 남성 영역이나 다름없던 법학분야에 있으면서 뒤에 올 여성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개선해야할 남성중심의 문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우수한 후배와 제자들이 졸업 후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서 역량을 발휘 못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며 여성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어요.”

-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했다. 여성의 인권이 향상된 오늘만큼 진일보된 여성의 발걸음 역시 앞으로 더 뻗어나가야 할 것이다. 취임하면서 주로 어떤 분야에 주력할 계획인가.

“그동안 우리는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죠. 제도적 측면에서 많은 부분 진보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요. 하지만 여성이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경제활동에 참가해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와 지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가야할 길이 멀다고 봐요.

여협은 가정과 사회에 견고한 성역할의 고정관념을 변화시켜 일·가정의 양립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양성이 함께 극복해야 할 과업으로 인식되도록 사회풍토를 조성하는 일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 근로환경의 개선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의사결정직에 남녀동수의 참여를 달성함으로써 진정한 양성평등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여성 30% 공천할당을 법적 의무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내년 20대 총선이 남녀동수의 참여를 향한 대전기가 될 수 있도록 애쓸 겁니다.”

정치계 ‘여성인력풀’ 넓혀야

- 새로이 개척하고 싶거나 파이를 넓히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정전 협정 하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요.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죠. 우리는 상대적으로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북한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며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통일과 외교 분야에 여성들의 관심과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또 탈북여성, 결혼이주여성, 장애여성, 한부모여성, 고령여성 등 사회 취약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권익보호와 온전한 자립을 위한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여성이 40%이상 참여토록 법제화돼 있으므로 여성들이 더 적극적으로 위원회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힘쓸 거예요. 특히 여성참여율이 현재 20%~30%에 불과한 주민자치위원회에 여성이 60%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2016년 총선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여성의 정치권 참여 파이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에 앞서, 여성 당원에 대한 정치교육 등 여성 정치인을 키워내는 제도적 뒷받침부터 필요하단 의견이 일고 있다.

“대다수 정당을 기반으로 정치 입문이 이뤄지고 있죠. 정당의 목적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키 위해 결집된 단체라는 측면에서, 정치인을 발굴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데 정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여성의 정치적 역량을 강화하고 준비된 여성정치인을 양성하기 위한 우리 여성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 정치인이거나 향후 정치영역에 진입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한 특화된 전문여성정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초당적인 여성정치인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고, 정치계에 여성인력풀을 확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 2012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부문 여성 대표성의 취약으로 우리나라 성 격차지수 (Gender Gap Index)는 135개국 중 108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대안책을 주문한다면.

“한국 의회의 여성의원 비율은 16.2%(2015.3.현재)로 여성의 대표성을 담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에요. 따라서 제도적으로 더 적극적인 개선책이 필요하죠.

비례대표의원비율을 100%이상 대폭 확대하거나 각 정당의 지역구 의원 공천 시 여성 할당율을 30%이상 하는 것을 의무조항으로 해 의회에 여성 진입 물꼬를 확실히 터주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책이라고 생각해요.

뿐만 아니라 준비된 여성정치인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전문 교육과정이 활성화되어야 해요. 이를 위해 여협은 여성 지도자 아카데미를 개설하는데 힘쓰고자 합니다.”

과연 교사가 자긍심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인가

-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줄지어 발생하면서 근본적으로는 보육교사의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보육교사의 가장 시급한 복지책을 손꼽는다면.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모든 책임을 단지 보육교사 개인의 성품과 자질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보육현실이 과연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인가를 고민해야 해요. 그들에게 가중되는 업무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이를 위해 우선, 보육교사가 되는 자격취득요건을 강화하고 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해요. 독일의 경우 1년, 프랑스는 1년 3개월의 실습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리도 장기실습과정을 거친 후 국가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자격취득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 주기적인 재·보수교육을 강화해야 해요.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의 인성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격적 소양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체계적으로 계속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세 번째로는 근로시간 조정과 초과 근로에 대한 보상책이 마련돼야 해요. 어린이집의 보육시간은 1일 12시간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보육교사의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이에요. 보육  외 업무까지 과중되고 있죠. 초과 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네 번째, 보조교사와 대체교사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요. 어린이집 교사 1인당 보육 아동 수가 연령별로 차등은 있지만 많게는 23명의 아동을 돌보며 온갖 행정업무와 잡무를 함께 부담하고 있어요. 근로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점심시간과 휴게시간, 법정 휴가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해요.

 마지막으로 감정노동관리 대책이 중요합니다. 교사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상담 전담요원을 두거나 감정노동관리사의 순환상담을 받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건강검진도 받게 하는 인프라구축이 필요하다고 봐요.”

- 지난달 24일, 어린이집 폐쇄회로 설치를 의무화한 영유아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국적인 CCTV 설치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다수 여론이 보육시설의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고 국회가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방치한 것에 대한 비난 수위 역시 높아요. CCTV 설치가 아동학대사건으로 불안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는 수단이 되고, 심리적인 통제와 감시의 역할을 한다고 기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한편으론 교사와 아이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고 우수한 교사 확보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봐요.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CCTV 설치유무를 보육시설 정보사이트에 제대로 공시해 보육수요자에게 알려주고, 시설 선택 시 보육 수요자가 그 정보를 중요 기준으로 삼을지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에요. 이와 함께 CCTV를 설치한 보육시설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실용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동학대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보육서비스의 질 개선을 위한 본질적인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해요. 국공립어린이집 확대도 중요하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경쟁력 있는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죠.

이를 통해 국가가 보육의 질을 적정수준으로 담보하고 보육서비스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 자질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보육교사가 오래 근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해요.”

- 앞으로 이루고 싶은 바람이나 풀고 싶은 숙제가 있다면.

“여성이 삶의 주체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나갈 수 있도록 질 좋은 여성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 취약계층 여성자립지원 확충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겠습니다.

더불어, 모두의 바람인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북 간 친인척 경조사 참여 및 서신왕래를 현실화하고,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전달할 수 있는 기관(예컨대 신탁청)을 설치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앞으로 회원단체들을 포함한 전국의 여성 지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고자 해요. 다름을 존중하고 평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협의 활동에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과 격려를 부탁드려요.”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