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보상과 관련한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2차 조정기일인 지난 16일 오후, 서울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에서 김지형 조정위원장(왼쪽줄 뒷쪽에서 세번째)이 모두발을 하고 있다.

[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고 김경미씨가 항소심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이종석)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김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 중 벤젠 등 유해물질과 전리방사선 등에 노출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했거나, 적어도 이와 같은 노출이 발병 및 이로 인한 사망을 촉진한 원인이 됐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고 김경미 씨는 1999년 4월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반도체 기흥사업장 2라인에서 일하다 2004년 2월 퇴사했다.

이후 2008년 4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2009년 11월 만 29세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이에 김씨의 남편은 “김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고,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했다. 이어 2심 역시 1심의 판단이 옳다며 공단 측의 항소가 기각됐다.

이로써 지난해 고 황유미·이숙영씨에 이어 세 번째로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의 백혈병 피해가 인정됐다.

앞서 고 황씨 등은 지난해 8월 이들에 대한 산재를 인정한 2심 판결에 공단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한편, 반올림은 김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서둘러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얼마 전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2차 조정위원회에서 삼성은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안을 내놓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직업병 피해 사실을 애써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삼성은 반복된 산재 인정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잘못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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