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차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당시 토론 장면.

하지만 지난해 전국 새일센터의 최저 취업률은 3.8%, 최고 취업률은 78.8%를 기록했다. 센터별 취업률 차이가 극과 극을 달린 셈이다.

특히 가장 낮은 취업률을 보인 경남 김해시 동부새일센터의 경우, 155명이 구직에 나섰지만 단 6명만이 취업했다.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6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새일센터 취업 여성 절반 “6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단기·저임금 직종 위주 훈련은 한계 있어” 비난 여론 들끓어

새일센터는 육아·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대상으로 직업상담, 구인·구직 관리, 직업교육훈련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다. 현재까지만 해도 전국에 140개의 새일센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전국별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관련 직종을 살펴보면, 80% 정도가 서비스·사무관리 분야에 편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여가위 국정감사에서 민현주 의원은 “직업훈련 기간 역시 1개월에서 3개월 단기훈련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어 양질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새일센터의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취업 상황을 고려할 때 프로그램 수만 늘려 진행하는 단기·저임금 직종 위주의 훈련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 자리에 참석한 강은희 의원 역시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한 여성 절반이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있다”며 "장기간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직종에 취업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정치계의 쓴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달 26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치혁신 여성원탁토론회에서 현 정부를 두고 “여성이 원하는 최우선 민생과제를 철석같이 약속해놓고 파기만 일삼는, 여성 없는 여성 대통령 시대”라고 지적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준비된 여성 대통령도 아니었고 여성의 삶도 절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그 예로 비정규직·저임금 시간선택제 일자리 대량 양산, 무상보육 공약 파기 등을 들었다.

실제로 정부는 4년 전, “2014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며 ‘제1차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 기본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성과는 있었을까.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해 여성 경제활동률은 50.2%로, 4년 전인 49.4%보다 0.08%포인트 소량 상승한 행보를 달렸다. 이에 정부는 또 다시 2차 경단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2019년까지 여성 경제활동률 60.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처럼 1차 기본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여론의 시선과 여성 정책에 대한 정계의 비판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1월 20일에는 제2차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촉진 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가 다시 열렸다.

여가부가 주최하고 여성정책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공청회에는 새일센터, 노동계 등 현장 관계자, 여성고용 관련 전문가, 관계부처 관계자 등이 참석해 제2차 기본계획안의 주요 과제에 대해 토론의 시간을 나눴다.

여가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서비스를 내실화하기 위해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등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활성화’ 영역 과제를 보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직여성 등의 경력단절 예방을 신규 영역으로 설정해 청년·재직 여성의 경력개발, 취업 여성의 모성 보호와 복귀 지원 등도 포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안 발표 후 이어진 토론회에는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100대 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은 5%대, 여성임원은 1.5%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김순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여성본부장은 “경제활동 촉진 기본계획안은 여성의 경력단절예방 지원 중심으로 수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가정 양립 정책에서 일·생활·균형 정책으로

그의 말처럼, 한국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아시아에서도 최저 수준이다. 국내 1~3급의 고위공무원단 중 여성은 총 62명으로 전체의 4% 수준이다. 4급 이상 관리자급으로 범위를 넓혀도 8%대에 그친다.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은 30대에 접어들었을 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미미한 공보육 등 가족친화정책, 가사 및 양육의 부담을 여성의 일로 당연시하는 의식으로 여성 관리자 배출이 저해되고 있다는 게 김순희 여성 본부장의 설명이다.

김순희 여성 본부장은 경제활동촉진 기본계획안의 방향과 관련해 “우선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에서 일·생활 균형 정책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316시간으로 OECD국가 중 최고를 달리고 있다. 이는 노동자가 가정에 있는 시간을 뺏는 것으로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친화적인 문화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여성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한 강구책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은 젊은 여성들의 고 학력과 일하고 싶은 욕구에도 불구하고 전일제 중심의 장시간 노동이 정착된 경직된 고용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립·공립 보육시설의 부족을 비롯해 공공보육서비스의 부재 등 사회적 환경이 여성들의 일하고 싶은 욕구를 가로 막고 있는 셈이다.

김순희 여성 본부장은 “경력단절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 못지않게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여성노동자의 노동시장 정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본계획이 보완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금지의 실효성과 비정규직 사회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저소득층 사회보험 국가지원 역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효과적으로 금지, 피해자 구제의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기본계획 방향이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끝으로 “성평등한 노사관계의 정립을 위해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집단적 노사관계 뿐 아니라 개별적 노사관계에서도 성평등이 작동하도록 정책 목표가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인재 양성차원에서 임원할당제 도입을 위한 정책과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실질적인 목소리도 두터웠다. 새일센터에 근무하는 오경숙 충북여성새로일하기 센터장은 “정책과 추진 과제를 거꾸로 가야 한다”며 “범부처 협력체계 구축이 먼저 된 후 가족친화적 기업·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이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가정 양립사회 환경 조성이 기본이 된 후 보육돌봄 인프라 강화, 재직여성 등의 경력단절 예방에 이어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활성화가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오경숙 센터장에 이어 고혜원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정부부처 각각의 계획의 비전을 공유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정부부처의 여타 계획에서도 대부분 여성 경제활동의 강화가 주요한 아젠다로 제시되고 있는데 계획의 비전은 사실상 같이 가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관련 여성 계획의 비전을 검토하고 여가부나 고용부 차원에서라도 연계해 제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혜원 연구위원은 모성보호제도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는 “현 정책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확산에 대한 내용이 제시돼 있지 않았다”면서 “휴직과 더불어 지속적인 경력개발이 가능한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확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기업의 일자리 지원 기준이 임금 감소와 최소고용유지기간 축소 등 기존 기준보다 약화되는 추세”라면서 이에 대한 보완이 급선무라고 내다봤다.

이어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정부는 여태껏 여성을 노동자가 아닌 돌봄 전담자로 인식했다”면서 “여성이 동등하게 일할 수 있고 가정 내 노동 역시 남성과 함께 할 수 있는 공동노동·공동돌봄으로 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초저출산’ 난관에 부딪힌 대한민국

저출산 사태에 따른 여성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럽의 경우, 1970년대부터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 변화가 복지 국가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숱하게 제기돼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선 여러 여성정책들이 강구돼왔다.

OECD 국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 문제에 대응키 위해 일과 가정생활 양립을 통한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활성화에 주력했다.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을 꾀해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도 적극적인 대비를 갖춰온 셈이다. 하지만 늦장 강구책 준비로 우리나라는 이미 심각한 '저출산' 난관에 부딪혔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간한 ‘2014 유엔인구기금 세계인구현황 보고서 한국어판’을 살펴보면  2010~2015년 한국 여성의 합계출산율(평생 낳는 아이 수)은 1.3명이다.

마카오·홍콩(각 1.1명)에 이어 세계 203개국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평균 2.5명을 낳는 세계 여성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초저출산 국가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과도하게 낮은 출산율 문제는 한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위협적인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래 인구 전략으로서 출산율 제고를 통한 적정 인구 규모 유지와 함께 생산 동력 확보를 위해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우리나라 여성들은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한 여성 인적 자본의 향상을 이룩했다”면서 “여성 인적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미래에 다가올 저출산 고령사회의 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가 여성 취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지 2년째를 맞이했지만 결혼 등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경력단절여성 통계’에 따르면 2014년 4월 말 현재 결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은 197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2만2000명이 늘어났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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