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경제 활성화 방안인 ‘창조경제’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된 지 벌써 3년여가 경과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창조경제란 용어와 관련해 구체적인 개념이 확실치 않다는 여론의 지적이 쏟아진 바 있다.

이후 국정감사를 통해 관계부처들이 가닥을 잡고 2013년 11월 국회연설 등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본적인 개념이 정립됐다. 이른바, 벤처기업의 다수 양산을 통한 경제활성화 기획으로 정책의 모양새가 갖춰진 것이다.

그렇다면 ‘창조경제 드라이브’가 고용의 측면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남성 기업인과 여성 기업인 사이에 차등적인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지 논의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경제 시대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창조기업의 운영 실태를 비롯해 여성기업인이 맞닥뜨린 도전 과제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12월 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는 ‘창조기업의 여성 친화성과 창조경영 실태’를 주제로 한 제91차 여성정책포럼이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 이택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창조기업의 창조성과 고용효과’를,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이 ‘경기도의 여성창조기업 사례’를 발표해 미래 정책과제에 대한 고견을 주고받았다.  

현재 여성 창조기업의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장애물로는 남성 중심적 사업관행을 비롯해 접대문화, 술자리문화가 손꼽히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여성기업인들에게 남성 중심적 세태를 따르도록 강요하는 관행이 끈질기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창조기업 ‘고용 잠재력’ 무궁무진

이를 해결키 위한 토론에 앞서 이택면 연구위원은 창조산업 세세분류별 전국 2000개 기업체를 표본 추출한 창조기업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그는 창조기업의 창조경영 실태, 여성 대표자 기업과 남성 대표자 기업 간 차이, 창조경영의 고용 효과와 성별 차이 등을 살펴본 결과에 대해 논의했다.

▲ 12월 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조기업의 여성 친화성과 창조경영 실태> 포럼 현장

이택연 연구위원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이나 인력지원을 받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지적재산권 보유할 가능성과 혁신 도입할 가능성이 더 높고, 창조경영을 위한 노력을 더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같은 연구는 정부의 재정지원 및 인력지원 정책이 기업의 창조성·혁신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택면 연구위원은 “여성창조기업의 경우 여성인력 고용 잠재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창조기업에 대한 기업의 인력지원 정책은 여성 인력 고용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창조산업 생태계의 조성과 활성화를 통해 기업의 창조·혁신 노력이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선순환구조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창업자들의 고군분투

실제 창업여성들의 사례를 조사한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 소장은 경기도에서 거주하면서 창업한 여성기업인들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여성 고용 촉진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발표했다.

조정아 소장은 올해 5월 11일에서 7월 10일 동안 심층인터뷰를 통해 창조적 기업 활동의 계기와 개척과정, 여성기업인으로서의 장점과 한계점을 연구했다.

그 결과, 사업내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 기업인들은 창업 성장의 여러 단계에서 다른 어려움을 겪거나 극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파티 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여성 기업인은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결혼해서 1년간 집에 있는데, 내가 집에 있을 스타일이 아니다. 아이 낳고 뭔가 배워야겠다 싶어 여성센터에서 교육받고 창업했는데 2년간 프리랜서를 했다. 누가 나한테 일을 안주니까, 일은 하고 싶고 준비를 해야 하니 센터 어린이집 파티를 제안해서 자원봉사를 해봤다. 정말 미약하게 시작했다. (중략)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지만 방송 일을 하고 주부로 1~2년 동안 있다 창업했으니까. 웃기는 게 주부로서의 일 년은 짧은 것 같지만 그 단절감과 감각 상실이 일반 회사원으로서의 몇 년은 지난 것 같았다. 나름대로 주부로서 넋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이 데리고 파티를 열심히 했는데도 단절감이 엄청 컸다.”

조 소장은 “이들 모두 경력단절 여성으로서 사회활동의 첫출발이 용이한 강사나 프리랜서로 출발한 것이 공통점이었다”면서 “누구도 알아주는 사람 없이 열의를 다해 활동을 한데다 무보수로 일했다. 이들 여성 모두 공통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사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도 깊었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가르치는 학생이나 경력단절여성에게 취업기회를 열어주고 싶어 했던 의지가 상당했던 것이다.

사례발표 이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선 김유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이 “여성기업의 정부지원 정책에 대한 인지율이나 이용률이 남성기업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지원에 대한 여성기업의 이용률 제고를 위한 특별한 노력과 여성기업 우선지원 및 할당제 도입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기업의 정부지원 정책 활용의 애로사항을 살펴보면, 정보 부족(37.7%), 신청자격조건의 까다로움(30.95), 지원규모 부족(8.2), 신속지원 부족(7.2%) 순으로 나타났다.

임희정 교수(한양사이버대) 역시 “여성기업인들의 창업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금문제”라면서 “여성기업의 95%가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 사업체라는 점을 감안해 여성기업을 위한 전용자금을 마련하거나 대출심사기준을 여성기업가의 신용경력 등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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