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박영준 기자] 근래 금융권 인사는 눈치를 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권의 낙하산으로 내려와 금융권의 알짜 요직을 꿰찬 사람들만 50명에 육박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는 최고경영자뿐만 아니라 비교적 눈치를 덜 보는 감사와 이사 자리까지 포함됐다.

특히 특정 학맥의 입김이 정상적인 인사시스템을 무시하고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은 또다시 관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아니 이번엔 ‘정치금융’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가 발 빠르게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치금융의 중심에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을 일컫는 ‘서금회’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인사들이 잇달아 금융사 수장으로 중용되는 중이다.

이번 정권 들어 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의 시작은 홍기택 KDB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이었다. 홍 회장은 지난해 4월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에 올랐다. 지난 3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선임되면서부터 서금회는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정연대 코스콤 사장도 서강대 출신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 김윤태 산업은행 부행장,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 등이 금융권 전반에 포진하고 있다.

결국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에서도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행장 후보로 서금회 출신의 이광구 부행장을 선정했다. 이 후보는 한 달전까지만 해도 행장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밀어준다는 소문이 나오면서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기 전부터 내정설에 휩싸였다. 연임이 유력했던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며 외부 압력을 시사하고 후보에서 스스로 사퇴했다.

특정 후보를 ‘윗선’에서 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눈치 없이 자리를 지킬 경우 조직에 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같은 정권의 금융권 인사 개입은 과거 정권부터 끊임없이 나왔던 논란이다. 학맥·인맥 중심으로 인사를 독식한다는 이야기는 이명박 정권 당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인 ‘호금회’에도, 노무현 정권 시절의 ‘백은회’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금융권의 인사 난맥상이 생긴 배경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이러한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금융권 인사를 둘러싼 잡음을 깨끗하고 명확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인사에서부터 ‘구태의연’을 끊지 못한다면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요원할 것이다.

박영준 기자  jun34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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