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문건 유출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화 본사 건물을 찾았다. 수사팀은 9일 한화그룹 본사에 위치한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 진모 차장의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건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진 차장은 한화그룹 내 경영기획실에서 국회·경찰 등을 대상으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경찰 정보관들과도 친분을 맺어왔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소비자신문>이 한화 관계자와 통화했지만 “해당 사안은 회사가 아니라 개인 차원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연루된 직원이 경영기획실에서 국회 등을 대상으로 대관업무를 담당해온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한화 측은 “한화S&C의 대관업무를 맡고 있는 과장급 직원”이라며 “개인적으로 관련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직원에 대해서만 수색이 들어간 것"이라고 일단락했다.

앞서 검찰은 박 경정과 최 경위, 한 경위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e메일 송수신 기록을 정밀 분석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인물을 발견했다. 바로 한화S&C의 대관업무를 맡던 진 차장. 그는 6년 동안 국회와 정부, 경찰 등을 상대하는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 ‘정보계의 마당발’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에 근무 중인 최모 경위 등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동향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열람하거나 복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척시키는 중이다. 검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들고 나갔던 문건 일부가 진 차장에게까지 건너간 사실까지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된 경찰관들의 공무상 기밀 누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개인의 문서 유출과 관련된 부분으로 어떤 문건인지는 특정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 ‘등에 업은’ 승마협회 박 전 전무

한화그룹은 문건 연루와 관련해 “개인 차원의 문제”라고 입을 닫고 있지만, 의혹은 갈수록 증폭하는 모양새다. 진 차장에게 전달된 유출 문건 일부에 승마협회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은 더욱 쏠리고 있다.

현재 정 씨는 딸의 승마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개입하는 등 승마협회에 각종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씨의 딸인 정 양은 오는 2015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합격한 상태이다.

승마협회 요주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정윤회 씨의 ‘승마계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승마협회와 각 시도승마협회에 대한 문체부 감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끝에 담당 문체부 간부들의 자리 교체로 이어진 과정의 핵심 인물로도 거론된 바 있다.

일각에 따르면 박 전 전무와 정 씨는 승마훈련장 원장과 승마 학부모로 만나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 국가대표 정모양이 처음 말을 탔던 당시 서울승마훈련장의 원장이 바로 박 전 전무라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2012년 6월 당시, 신모 전 한화 계열사 임원이 차기 승마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박 전 전무가 본격적인 승마협회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또 박 전 전무를 승마협회에 복귀시키기 위해 한화 출신 승마협회 임원들의 움직임까지 포착됐다는 의혹이 가세해 한화의 ‘정 씨 문건 연루’ 관련성은 심상치 않은 모양새를 띄고 있다.

승마 분야 한 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 말 박 전 전무가 김광원 승마협회장(한국마사회 겸임) 연임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한화그룹을 승마협회 회장사로 만들기 위해 본격 나섰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 측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관련된 의혹과 관련해 전면 부인하는 행보를 밟고 있다. 한화 측은 “선대 회장 때부터 이어온 승마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화 측은 박 전 전무가 매달 한화 측으로부터 일정 급여와 차량 지원을 받고 있다는 승마계 인사들의 잇따른 의혹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입장이다.

검찰 "한화와 승마 분야, 무관하지 않을 것"

▲ 정윤회 씨

실제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마에 대한 애착은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가 대한승마협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데다 협회 임원진 대부분이 한화그룹 임직원들로 꾸려져 있다.

또한 김 회장의 3남 김동선 씨가 현재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김동선 씨는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검찰은 현재까지 한화S&C 소속인 진 차장이 입수한 청와대 문건은 정윤회 씨와 대한승마협회 관련 동향 문건으로, 정보1분실 소속 한 경위를 통해 유출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보통 대관 부서의 1차적인 임무는 소속 기업과 관련 있는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고 반영케 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와 경찰, 검찰, 증권가에 돌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해당 기업의 총수 관련 내용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은 진 차장에게 제공된 정보 가운데 승마협회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 역시,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승마협회장을 맡고 있는 등 한화그룹이 승마 분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향후 한화그룹 후계구도와 관련된 핵심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한편, 승마협회는 12월 18일부터 열기로 한 추계 전국승마대회를 날씨 등을 이유로 취소했다. 해당 대회에는 정 씨의 딸인 정 양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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