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014년 7월 미국의 '볼커 룰(Volcker Rule)' 시행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내은행의 위험자산 투자를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자산운용을 제약하고, 금융투자상품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5일부터 은행연합회, 국내 은행과 함께 볼커룰 태스크포스팀(TF)을 운영하고, 볼커룰의 국내 적용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TF에서는 ▲볼커룰 규제의 세부내용 ▲볼커룰이 국내 은행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은행권 및 감독당국의 조치 필요사항 등을 상세히 점검·파악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국내 법무법인과 볼커룰 관련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10년 7월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원인 중의 하나로 지적된 은행의 위험투자를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룰'을 도입했다.

볼커룰은 은행들이 자기계정거래를 통해 증권과 파생상품,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을 제한하는 법안이다. 현재 미 정부와 금융권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JP모간 사태로 볼커룰 논의가 급진전되는 양상이다.

볼커룰에 따르면 단기매매차익을 위해 은행이 고객의 자금이 아닌 자기자금으로 증권이나 파생상품 등을 거래하는 자기계정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 사모투자·헤지펀드 투자·관리는 은행의 기본자본(Tier1)의 3% 이내, 해당펀드의 지분 3% 이내로 제한된다. 또 볼커룰 준법감시체제 운영 및 감독당국에 보고도 의무화된다.

규제대상 은행은 올해 7월21일부터 2년의 경과기간 이내에 모든 규제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예고된 시행규정안에 따르면 미국은행 뿐만 아니라 미국 내 현지법인과 지점이 있는 외국은행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은행지주사와 소속 계열사를 포함한 은행들도 볼커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볼커룰이 국내은행에 적용되면 위험자산 투자를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자기계정거래와 PEF·헤지펀드 투자가 제한돼 자산운용을 제약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주식·채권, 파생상품거래, 사모투자펀드(PEF)·헤지펀드 투자 등이 위축돼 국내 금융투자상품 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국내은행이 볼커룰 관련 법규준수체계를 운영하고, 보고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등 규제준수 비용도 상당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해외감독당국과 공동으로 볼커룰의 과도한 역외적용에 따른 문제점 등을 제기할 계획"이라며 "시행규정이 확정된 후에는 미국 감독당국과 볼커룰 협의채널 구축해 볼커룰 관련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승주 기자  sj.go@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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