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영국 본사로 빼돌리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계획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0일부터 정기검사를 진행하던 중 SC은행 내부직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제보 받고 문건을 확보했다.

고배당을 추진키 위해 만들어진 보고서에는 11억 달러의 송금 목표 금액이 명시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SC은행이 11억 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한꺼번에 본사로 송금하려다 금융당국에 덜미가 잡힌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SC은행은 2015년 3월 주주총회까지 돈을 송금한다는 목표와 계획을 진행키 위해 올 4월부터 정부 최고위층과 금융당국 기관장들을 언제, 어떻게 접근할지와 한국 정부에 제시할 회유수단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7월 첫째 주에는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 피터 샌즈 회장은 지난 7월 2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SC그룹의 한국사업 철수설을 부인, 한국에 동북아 지역본부를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C은행은 2006년부터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010억원을 본사로 송금하는 행보를 밟아왔다. 그동안 SC은행이 쌓아둔 수익금 규모만 해도 현재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올해만 해도 실적을 예상하기 힘든 가운데 3분기까지 SC은행은 1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 2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짐에 따라 SC그룹이 과거 한국에서 번 돈을 본사로 송금하려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이다. 당국은 SC은행 전현직 임직원의 이메일을 조사하는 등 나머지 종합검사 일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거세지는 사외이사 책임론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SC은행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1조원대 고배당 계획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다 적자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사외이사 체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5일 SC은행은 오전 이사회를 개최 후 사외이사 추천 후보 위원회 결과에 따라, 정기홍 이사와 김세호 이사가 만장일치로 재선임됐다고 밝혔다.

정기홍 이사와 김세호 이사는 모두 지난 2010년 12월 16일 선임 이후 올해 2014년 12월 15일이 임기 만료일이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권태신 이사회 의장의 추천을 거쳐 재신임에 성공했다.

현재 SC은행의 사외이사 6명 가운데 4명은 당국 관료 출신으로 꾸려져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의 경우 현재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권 이사는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주) 사외이사로도 재직하고 있다.

정기홍 이사와 김세호 이사 역시 관료출신으로, 정 이사는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고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KDB생명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김세호 이사의 경우 전 철도청장을 지냈고 건설교통부 차관을 맡은 전력이 있다. 이광주 이사 역시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국제·외환 담당)로 한은 국제국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영국 SC본사에선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2010년부터 비상임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현재 SC은행은 1분기에는 284억1000만원, 2분기에는 222억8400만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태이다. 누적기준으로 보면 3분기 들어 682억1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SC은행의 순이자마진(MIN) 역시 3분기 1.90%로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0.06% 포인트 내려간 수치로 집계됐다. 

이에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SC은행 역시 엄밀히 따지자면 국내 은행이기에 앞으로 SC은행에 포진해 있는 사외이사진이 타 국내 은행과 마찬가지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 고액 배당 로비 논란이 불거진 상황 속에서 대부분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 SC은행 사외이사가 금감원 검사에서 또 다시 ‘연결 고리’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배당 논란에 중간배당금 1500억원 확정

이처럼 1조원 배당설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던 SC금융지주는 최근 약 4500억원의 배당 계획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올해 1500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하고 향후 2년간 총 3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방침도 세웠다.

SC금융은 5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영국 본사로 1500억원 이내의 금액을 배당하는 내용의 2014년도 중간배당안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중간배당에 추가해 관련 승인 절차를 거쳐 향후 2년간 3000억원 이내의 배당을 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이번 배당 계획은 지난 9년 반 동안 적절한 배당이 이뤄지지 않아 누적된 유보이익 규모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포함한 자본건전성 지표를 고려해 정했다는 입장이다.

SC지주는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9년 반 동안 약 4조6000억원을 한국 시장에 직접 투자해 배당으로 가져간 금액이 4510억원”이라며 “연평균 투자수익률로 약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결국 해외 본사로의 송금을 국부 유출로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을 잠재우기 위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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