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약품이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전국 의사들에게 수십억대 금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부채표’ 브랜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국내 최장수 제약사 동화약품이 50억 원 상당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의사들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전문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47조 제2항 약사법)로 동화약품 영업본부장 이모(49)씨 및 에이전시 대표 서모(50)씨와 김모(51)씨,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등 159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3명을 기소중지했다고 8일 밝혔다.

동화약품은 전국 923개 병의원 의사에게 50억7000만원 상당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2008년 12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처벌법규가 시행되고 난 후 단일사건 적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다.

동화약품은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중순까지 광고대행 에이전시 3개사를 통해 의사들에게 설문조사·번역 등을 요청, 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가장해 1회당 5만~11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4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모 의사에게 2012년 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9개월간 의약품 처방 대가로 원룸을 임대해주고 매달 월세 약 40만원을 내주는 등 현금 이외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1년 말경 월 100만원 이상의 자사 의약품을 처방한 의사 29명에게 81만원 상당의 해외 유명 브랜드 지갑을 제공해 2350만원 상당을 리베이트로 쓴 것으로 파악됐다.

동화약품은 의사들에게 매달 일정금액 이상 의약품 처방을 해줄 것을 약속받아 미리 돈을 선지원하는 방식과 일정 기간 이후 처방된 만큼의 수당을 지급하는 후지원 방식의 전통적인 리베이트 수법을 써왔다.

또한 영업사원 개인이 사적으로 사용한 카드와 현금 영수증을 회의·식대 명목으로 허위 정산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했다.

검찰 수사결과 동화약품은 지난해 12월 공정위로부터 리베이트가 적발돼 시정명령 및 9억원 상당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는 등 공정위 조사대상임에도 반복적으로 리베이트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동화약품은 에이전시 대표가 광고업자에 해당돼 약사법 상 범행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에이전시를 주체로 리베이트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전시 대표 서씨의 경우 검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나의 에이전시를 운영하다 정리하고 다른 이름의 에이전시를 다시 차려 범행을 이어가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제약회사는 대부분 복제약을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원료 원가가 많이 들지 않는다. 원가를 제외한 부분은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리베이트가 이를 막고 있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오랜 전통의 중견 제약회사 마저도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수수 사실이 확인된 의사 923명 및 해당 제약회사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면허정지, 판매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