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3일 오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삼성그룹의 4개 계열사를 인수한 것에 대해) 기쁘다. 건강은 괜찮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회장이 다시 회사로 출근한 건 2년 4개월 만이다. 김 회장은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사내 업무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 복귀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계열사를 동원해 자신의 위장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배임) 등으로 김 회장은 올해 초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벌금 50억원, 사회봉사 300시간을 최종 선고 받고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7곳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바 있다.  

경개연 “김 회장, 특경가법 위반 유죄선고 집유중…경영복귀 적절치 않아”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5일 논평을 통해 “경제개혁연대는 회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올해 초 배임죄의 최종 유죄를 선고받아, 현재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김 회장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한화그룹 계열사의 전문 경영인들이 거액의 투자의사결정 등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김승연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총수이자 ‘사실상 이사’로 주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정민 연구원은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 한화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주주로만 남는다는 결정을 한다면, 한화그룹 각 계열사 경영진이 회사에 최대한의 이익이 되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현재 김 회장은 유죄선고를 받아 집행유예기간 중이기 때문에 총포·도검·화학류 등 단속법 등의 관련 법령에 따라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 한화케미칼 등의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책임져야 한다"

이번 삼성그룹 4개사 ‘빅딜’에 대해 사실상 김승연 회장이 결정을 내린 것은 김 회장이 ㈜한화 및 한화케미칼 등의 등기이사로서 내린 결정이 아닌, 회장의 지위를 이용한 ‘업무집행지시자’로서 회사 및 그룹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우리나라 재벌 체제에서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그룹의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을 독점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하지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등기이사 외에 의사결정에 참여한 자들의 책임소재를 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 이사직을 맡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총수로서의 권한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를 능멸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한화가 보유한 한화S&C 지분을 김승연 회장 자녀에게 저가로 매각한 건 및 한화투자증권의 대한생명 콜옵션 무상양도 건과 관련해 김승연 등 ㈜한화 및 한화투자증권 전직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 중이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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