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요즈음 대도시 상업지역을 걷다 보면 한 건물 건너 한 개꼴로 커피숍이 즐비하며 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우리나라 유명 커피전문점들이 프렌차이즈 창업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높은 수익률과 창업비용을 허위광고 한 곳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는 우리사회의 커피 열풍을 시사하는 것으로서 작년 우리나라는 약 11만 톤의 커피원두를 수입하여 세계 6위의 커피 소비대국이 되었다. 그런데 카페인 섭취는 커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음료(energy drink)에도 과라나(guarana) 열매에서 추출한 카페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2010년부터 우리나라에도 불기 시작한 에너지 음료의 소비증가는 가히 폭발적이어서 2010년도에 5천 톤에도 못 미치던 에너지음료 국내소비량이 2년이 지난 2012년에 이미 4만 톤을 초과하였다.

카페인은 커피열매는 물론 과라나 열매, 차, 코코아 등에 널리 존재하는 성분이며 일반적으로 안전한 물질(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된다. 따라서 우리 몸의 잠을 쫓아내고 집중력을 키워주는 각성제로서 시험이나 과제물에 쫓기는 학생은 물론 차를 운전하거나 야간 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안전한 기호식품이며 필수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커피의 향과 감미료의 달콤함이 성인들을 매료시킨 것은 오랜 커피문화와 역사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에너지음료의 역사는 매우 짧은데도 불구하고 소비층이 성인은 물론 초 중고등학생까지 넓게 파고들고 있다.

1987년 오스트리아의 레드불(Red Bull)이라는 음료회사가 제조. 판매를 시작한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는 순식간에 서구국가들을 거쳐 2010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핫식스(Hot Six)라는 제품이 출시되었고 외국에서 수입된 제품과 함께 다른 탄산음료를 제치고 소비량의 폭발적인 증대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그만큼 고카페인 음료가 긴장과 피로에 찌들은 현대인들이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두뇌활동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OECD 18개 나라 가운데 우리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꼴찌라는 통계치가 보여주듯이 어린 초 중 고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피곤하고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서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긴장감이나 연말 업무성과 달성에 대한 부담감으로 잠을 설치는 날이 많을수록 카페인 섭취는 비례해서 늘어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졸고 있는 학생이나 젊은이들에게 커피나 에너지음료와 같이 달콤한 각성제는 무척이나 구매욕을자극할 만하다.

“청춘 차렷”이나“바쁘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광고를 등장시켜 젊은 층을 사로잡는 국내 어느제품과 같이 에너지음료의 맛과 상업광고는 어린아이들에게 까지도 깊숙이 파고 들었다.작년도 어느 대학원생의 학위논문에 의하면 서울 지역 중학생 설문조사 결과 중학생 절반 이상이 에너지음료를 피로회복제 음료로 생각하고 있으며 졸리울 때 상큼한 맛 때문에 마신다고 했다. 중학생 절반 정도가 마셔본 경험이 있으며 이들은 에너지음료를 마시면서도 그 제품의 카페인 함량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대학생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예상대로 88%의 학생이 에너지음료를 마셔본 경험이 있고 초등학교 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학생도 8% 이상이었다. 이 음료를 마신 이유 역시 주로 공부할 때 잠을 깨고 피로회복을 위해서라고 했다. 따라서 어린 초등학생들까지도 마시는데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자녀들 책상위에 에너지음료를 밀어 넣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성에 대한 산업계 주장이나 정부의 안전성 분류에도 불구하고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으로 사회적인 우려는 깊어지고 있고, 에너지 음료가 20여년전에 상용화된 서양에서는 이미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어 강화된 법적 규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카페인 에너지음료 과다섭취와 관련한 응급실 방문횟수가 2007년 약 1만 건에서 2011년에는 약 2만 건 이상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급기야 2011년 미국에서는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를 마신 후 사망했다는 소송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와 사고발생 위험에도 불구하고 커피에 더하여 고카페인 에너지음료까지 카페인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경쟁과 긴장으로 인한 피로사회에서 감미롭고 순간적이며 일시적인 각성제의 욕구가 크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것은 어린이들부터 생각없이 마셔대는 에너지음료들로 인해 카페인 부작용과 중독의 우려가 높아지는데 있다. 다행히 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카페인 함량이 높은 음료의 학교매장 판매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학교매장이 아니더라도 원한다면 밖에서 쉽게 이들을 구매할 수 있기에 학교매장 판매금지의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이보다 더 중요한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카페인 과다섭취에 따른 부작용과 카페인 중독이나 금단현상을 알콜중독이나 마찬가지로 치료가 필요한 정신장애로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1인당 커피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국에서는 이미 커피중독이나 금단현상을 정신장애로 분류하고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는 이를 치료하는 클리닉까지 운영하고 있다. 한두 잔의 커피 섭취는 잠을 쫓아 의식을 맑게 하고 사고력을 높이며 항산화 물질로 서 암세포 발생을 억제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카페인 과다섭취는 불면증, 칼슘 배설 등을 일으키고 커피중독에 다다르면
짜증, 신경과민, 불안 , 손떨림 등의 신경정신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아무 생각 없이 마셔대는 에너지 음료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지않도록 부모와 보호자들의 카페인 중독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 및 지도 그리고 스스로 카페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물론 두뇌세포는 한번 손상되거나 잘못 각인되면 회복이어렵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중독성이 있는 카페인의 과다섭취가 아니라도 두뇌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를 통해서 뇌의 건강과 왕성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뇌기능에 필요한 신경전달 물질이 고갈되지 않도록 신경전달 물질의 재료가 되는 단백질(아미노산)과 콜린이 충분히 함유된 레시틴(lecithin), 이들이 잘 활용되는데 필요한 동물성 식품 유래 타우린(taurine)과 비타민 B군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즉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커피나 에너지음료 섭취를 자제하거나 억제하고 대신 두뇌의 영양소 보충에 유의하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로서 긴장과 피로를 최소화하는 것이 피로사회를 벗어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왕성한 두뇌활동으로 성공적인 삶을 지향하는데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jun34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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