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장세가 가파르다. 앞서 전기차 출시 초기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충전 인프라 부족’이 꼽혔으나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롯데, LG그룹 등 완성차 업계 안팎의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태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지난해 말 기준 30만5309대에 달하지만 관련 시장은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환경부는 무공해차 확대를 위해 올해 14만9000대 충전기를 추가로 보급하고, 2030년까지 충전기 123만대를 설치한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시장 파이가 커질 예정인 만큼 산업계도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체 개발한 초고속 충전 서비스 ‘E-pit(이피트)’의 보급을 확장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피트 충전 서비스는 이달 현재 전국 총 54개소 286기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2021년 4월 서비스 론칭 이래 4배 증가한 것으로, 그룹측은 2025년까지 500기의 이피트 충전기를 전국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피트는 최대 출력 350㎾ 규모의 초고속 충전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충전 속도를 자랑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통합 플랫폼(E-GMP) 기반으로 생산한 전기차를 이피트로 충전할 경우 평군 완충 시간은 18분30초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E-GMP 기반 전기차로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기아 EV6·EV9 △제네시스 GV60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과 GV70 전동화 모델도 각각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적으로 세운 전동화 차량 라인업 구축 계획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2025년까지 계열사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통해 국내 초고속 충전기 3000기를,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완속 충전기 2만대를 추가 설치해 고객들에게 충전 인프라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기기 고장 발생 시 즉시 대응 등 이피트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연중 24시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충전기 고장으로 충전이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하는 휴지율은 연간 3%로 낮아졌다. 지난 2022년 6% 대비 절반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고객들의 사용 편의성을 위해 충전 사업자 간 제휴도 높여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론칭한 '이피트 패스(E-pit PASS)'는 이피트 외에 제휴사 충전소에서도 제휴사 회원자격으로, 회원 요금과 똑같은 가격으로 충전할 수 있다. 이때 충전요금도 블루·기아 멤버스 포인트로 결제 가능하다.

이피트 패스는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한국전력, 에버온, 스타코프, 현대엔지니어링 등 5개 제휴사 충전소 총 7만2000곳에서 이용 가능하며, 올 하반기에 26만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롯데그룹도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그룹은 그룹사 전체의 신성장 테마로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를 꼽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최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스마트팩토리 청주 신공장 현장을 방문했다.

신 회장은 공장의 생산 역량, 사업 현황 등을 보고 받고 전체 시설을 둘러봤다. 이날 방문에는 고두영 롯데이노베이트 대표이사와 오영식 이브이시스 대표이사가 함께 했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기차 충전기의 범용성 여부, 극한 환경에서의 성능 테스트 등에 대해 질의하며 사업 현황을 점검했으며 "다양한 제품 라인업, 안정성 등 품질을 기반해 국내를 넘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브이시스가 약 200억 원을 투자해 지난달 29일 준공한 청주 신공장은 연면적 약 5000평의 5층 건물이다. 이번 신공장 준공으로 생산 능력이 약 2배 이상 증대되어, 연간 약 2만기의 전기차 충전기 생산이 가능해졌다.

청주 신공장은 고중량의 자재를 자동 이동시키는 물류이송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s), 인라인 컨베이어 벨트 등 자동화시스템 도입으로 인당 생산성을 두 배 이상 향상시킨 점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고객사 납품 기간 단축, 품질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롯데그룹의 유통, 호텔 등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도심 인접 지역에 지난해까지 4000기 이상의 충전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사업 역시 올해 초 미국 CES2024에서 일반 승용차(70Kw) 완충에 5분이 소요되는 1MW(메가와트)급 충전기 프로토타입을 선보여 국내외 관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는 등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브이시스는 확대한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올해 말까지 7500기의 충전기를 국내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미래형 대용량 모빌리티를 위한 메가와트급 충전기 개발에도 성공시킨다는 목표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전기차 충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조 단위 규모로 빠르게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LG전자는 현재 국내에서 7킬로와트(㎾) 완속 충전기, 100㎾·200㎾ 급속 충전기 등 2종을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에 참가해 해당 완속·급속 전기차 충전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주택용 7㎾ 완속 충전기는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사용이 편리하고, 벽부형·스탠드형 2가지 타입이 있어 공간 맞춤 설치가 가능하다.

100㎾ 급속 충전기는 차량 2대를 동시 충전할 수 있어 쇼핑몰, 병원, 레스토랑 등 공공 주차장에서 많이 쓰일 전망이다. 더 빠른 충전 속도를 지원하는 200㎾ 급속 충전기도 전시했다.

LG유플러스는 ‘안심-UP 충전시스템’과 ‘케이블-UP 충전시스템을 각각 운영 중이다. 안심-UP 충전시스템은 △화재 예방을 위해 과열, 과전압 등 이상 징후 포착 시 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 △사용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회원카드 태그나 앱 조작이 필요 없는 오토차징 △실시간으로 충전소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카메라가 달린 충전기 △충전 중 문제상황을 녹화하는 블랙박스 기능으로 구성돼 있다.

케이블-UP 충전시스템은 지난해 개발된 ‘천장형 전기차 충전기’다. 기존 주차장 바닥에 설치되는 형식이 아닌 천장에 설치 되기 때문에 충전 단자의 오염이나 침수를 방지한다. 또 충전기 설치를 위한 바닥 면적이 필요하지 않고, 1대의 충전기를 총 4구간의 주차 구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적은 전기 용량으로 총 3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로드밸런싱’ 기술이 적용된 게 특징이다. 이 기술은 가장 먼저 연결된 차량이 7kWh, 나머지 두 차량이 3kWh로 충전되다가 첫 차량이 끝나면 그 다음 연결 차량이 7kWh로 충전되는 방식으로, 적은 전력량을 사용해 여러 대의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게 제작했다. 

한편 국내 충전인프라는 향후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올해 공용 완속 충전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직접신청 보조사업에 1340억원을, 급속 충전시설과 완속 충전시설을 함께 지원하는 지역별 무공해차 전환 브랜드 사업에 2375억원을 각각 지원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는 7kW급 완속 충전기 11만기와 100kW급 급속 충전기 1만875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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