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우리는 지금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하여 자기 멋대로 말하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

자기의 생각이 상대방의 의견과 다를 때에는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잘못이라고 심한 말로 비방하며 공격한다. 그 결과는 혼란과 무질서이며 일상은 어둡고 우울하며 짜증스럽다.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는 세계 57위이고 OECD 38개국 중 35위이다.

청소년들의 대화 중에 튀어 나오는 비속어는 말할 것도 없고, 의견이 다른 SNS상의 표현에 대한 댓글은 읽기도 역겨울 정도이다. 길을 걸을 때 어깨를 치고 지나가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고, 도로 운전시 깜박이 신호 한번 주지 않고 끼어든다고 투덜대는 것은 푸념거리에 불과하다.

보이스피싱 전화에 항의를 할라치면 오히려 갖은 수모를 당하기 십상이다. 교육을 위해 자식을 학교에 보낸 학부모가 자기 자식을 무시했다고 담임 선생에게 행패를 부리는 교권 침해가 도를 넘어 그토록 존경 받아온 교사라는 직업이 기피 직종이 되어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고 구성원의 개인선(個人善)과 공동선(共同善, common good)의 조화를 추구하는데 앞장서야 할 이 나라의 지도자, 지식인, 전문인 등 엘리트 계층이 오히려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있음에 감사하고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야 할 성직자들이 3대 세습의 북한 독재정권을 편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돌아오는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추락하기를 기도하는 천주교 신부,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궁핍한 줄 모르고 대학에 다니면서도 공산독재를 옹호하고 미대사관이나 군사령부에 무단 침입하여 반미 시위를 하곤 하는 진보연합 대학생들, 자칭 여성 인권운동의 선구자들이 성희롱, 성추행, 성범죄를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엘리트들이다.

연봉 수억원을 줘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의료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의대생 정원을 늘리는 정책을 세우자 돌보아야 할 환자들을 병원에 남겨둔 채 길거리 시위에 나선 의사들은 어떤가. 이보다 더욱 안타깝고 암담한 광경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는 제멋대로 정치 지도자들이다.

수많은 특권이 주어지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기소 또는 재판 중인 피의자, 범법자들이 옥중에서 까지 정당을 조직하고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정치적인 사건이 아닌 위조, 선거사범, 뇌물 등의 잡범임에도 자신들을 수사하거나 기소한 경찰, 검찰,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 하는 것을 정강정책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이들은 교수, 변호사, 공무원 등 엘리트 계층 출신들로서 자신들의 면책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까지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제멋대로 살고 싶은 지식인들이다. 이 나라의 발전과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공동선 추구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안위, 권력 추구가 우선이고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종교, 제도, 도덕, 양심 등 행위 규범은 무의미한 듯하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지식과 정보의 평준화, 경제 수준의 향상과 함께 자유주의적 민주정치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개인주의와 방종의 결국은 윤리, 도덕, 종교 및 제도적 권위의 상실이다.

그리고 권위의 상실은 방종과 혼란을 초래한다. 각각 자기의 소견만이 옳다고 주장함으로 인하여 구성원 간에 끊임없는 갈등과 분열, 무질서와 혼란의 시대를 불러온다. 마치 기원전 1000여년 전 이스라엘 민족의 왕정이 시작되기 전에 있었던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사사기 21:25)”라는 혼란과 암흑의 사사기 시대에 비유된다.

이스라엘 민족은 지도자인 여호수아와 장로들이 세상을 떠난 후 영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가정의 윤리와 종교적인 질서가 파괴 되었다. 즉,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흐려지고 율법의 가르침이 없는 탓에 각자가 자기의 소견에 따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제멋대로 살았다.

그 결과 무질서와 혼란은 갈수록 증폭되었고, 동족끼리 갈등하고 분열하였으며, 상대방을 향한 분노와 폭력, 살육이 난무했던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이며 정치가인 라마르틴(A.M.L.P.Lamartine)의 “역사는 미래를 가르쳐 준다”라는 말처럼 역사의 교훈에서 미래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배워야 한다.

이스라엘 사사기가 보여주는 교훈 즉 가정윤리와 종교나 사회적 제도를 통한 질서 확립이 우리가 직면한 인구절벽, 가족의 와해, 정의 사회구현을 회복하는 단초가 될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가정의 윤리와 질서는 가족의 중요성과 부모의 권위의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작년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25~49세 남성의 47%가 미혼이라고 한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출산율이 0.65명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인구 절벽과 가정의 와해는 가족사랑과 윤리의 상실을 가져오며, 가족의 행복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치중하게 된다. 아울러 부모의 권위는 상실되고 하나밖에 없는 자녀는 우상화 된다.

더욱이 쉽게 헤어지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족의 상처는 부부는 물론 자녀에게 주는 불신, 분노, 상실감이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을 불러오고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악마를 꺼내오게 된다. 국내 1호 여성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관)인 이진숙씨에 의하면 어렸을 때 불편하고 불쾌했던 경험만 있으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두 번째 교훈은 종교, 제도, 규범을 통한 질서 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는 물론 종교지도자들 즉 이 나라 엘리트 계층의 역할이 매우 중요시된다.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민주국가에서는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 하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지배적인 이념이 된다. 즉,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자유 민주국가에서는 개인의 능력 이외에 계층과 부모의 배경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 부의 세습과 특권의 대물림과 같은 불평등 요인이 작용하게 된다.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인 센델(M. Sandel)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능력주의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승자는 자신의 승리에 대한 감사로 사회적 연대를 통해 공동선을 이끌어야 할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엘리트 계층의 지식인, 전문가, 지도자들은 공동선을 이끌어 내기는커녕 자기들만의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동료들끼리 카르텔(carter, 이윤극대화를 위한 담합)을 형성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갖 음모와 선전 선동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온갖 특권과 특혜를 누리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공동선이나 사회 정의는커녕 범죄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있기에 국민들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엘리트 계층을 퇴진시키고 정직하고 청렴결백한 지도자, 지식인, 전문가들이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이 깨어 서로 연대하여 투표와 시민운동을 통해서 공의로운 엘리트 계층이 형성되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각기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사회의 미래는 암울하고 불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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