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목련화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 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내일을 바라보면서 하늘보고 웃음 짓고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로다
그대 맑고 향긋한 향기 온누리 적시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있게 살아가리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나무가 있다. 목련(木蓮)이다. ‘우리 민족의 얼’과 닮은 나무로 아름다운 꽃 목련화가 핀다. ‘나무에 피는 연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창시절 배운 노래로 지난해 봄 일본 홋카이도 여행 때 가로수로 수백 미터 늘어선 목련이 생각난다.  

이맘때면 목련꽃을 소재한 노래 ‘목련화’를 방송이나 행사무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다. 경희대학교 설립자 조영식 박사가 작시(作詩)하고 경희대 음대 학장이었던 김동진이 작곡한 가곡이다.

조 박사의 시에 김 학장이 멜로디를 붙인 것이다. 조 박사가 젊은 학생과 청년들에게 희망과 꿈, 패기와 기상을 심어주기 위해 출장길의 비행기 안에서 지은 시가 노랫말이 됐다. 힘차고 중후한 느낌을 주는 노래엔 고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가자는 깊은 내용이 담겨있다.

‘60번’ 별칭 붙은 노래

그렇게 태어난 노래 ‘목련화’는 1974년 경희대 개교 25주년행사 때 처음 소개됐다. 경희대출신 음대 강사였던 성악가(테너) 엄정행이 개교기념 ‘경희 칸타타’ 2악장 ‘대학송가’에 들어간 곡을 열창한 것이다.

그는 이 노래 바람에 ‘잘 나가는 성악가’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조영식 박사로부터 사랑을 받아 모교교수가 되기도 했다. 그는 ‘목련화’ 노래 히트로 대중적인 유명음악인이 됐다. 외국유학을 가지 않은 순수 국내파성악가로 음악계에 이름이 크게 알려진 것이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 특유의 머리스타일로 우리나라 가곡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목련화’가 실린 그의 음반이 20만장 넘게 팔린 게 잘 말해준다.

‘목련화’엔 ‘60번’이란 별칭이 붙어있다. 작곡가 김동진이 새내기성악가 엄정행에게 60번이나 다시 고쳐 부르게 했기 때문이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김 학장이 연습을 엄하게 시켜 무대에 올린 일화가 있다. 흠잡을 데 없도록 혹독하게 노래지도를 했다는 얘기다.

‘목련화’는 우리나라 가곡이 국내 음악의 한 장르로 국민 속에 파고들 수 있게 길을 연 노래이기도 해 의미가 크다. 시대배경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부터 대중음악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트로트곡이 인기였다.

1970년대 들어선 가수 나훈아-남진의 라이벌구도로 가요가 안방TV를 파고들며 주류음악으로 자리를 넓혀갔다. 반면 가곡은 상대적으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목련화’가 샛별처럼 나타나 국민들 귀를 사로잡았다. TV, 라디오를 틀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랑받은 국민애창곡이 됐다.

짧은 시간에 ‘가곡 열풍’을 불게 한 명곡으로 떠오른 것이다.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대중적인 노래장르로도 자리를 굳혔다. 고등학교 음악과목 실기수행평가 때 이 곡으로 하기까지 했다.

목련화는 경희대 상징 꽃이자 서울 동대문구, 마포구의 구화(區花)다. 그래서 ‘목련화’ 노래는 경희대 동문이나 학생, 교수들이 즐겨 부른다. 이 노래를 맨 처음 부른 경희대출신 엄정행의 간판곡이기도 하다. 성악가 특유의 힘찬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경남 양산에 ‘엄정행뮤지엄’ 개관

엄정행은 1943년 2월 12일 경남 양산군 양산면 중부리(현 양산시 중부동)에서 태어났다. 부산 동래고를 졸업, 경희대 음대에 들어가 경희대대학원 성악음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68년 서울 명동국립예술극장 독창회를 시작으로 50년 넘게 무대와 대학, 방송가를 누볐다.

그는 ‘목련화’를 부르며 모교 교수로 34년간 후배들도 가르쳤다. 우리 가곡은 물론 이탈리아가곡, 오페라, 성가 등 여러 분야 음반을 냈다. 대표곡으로 ‘목련화’, ‘기다리는 마음’, ‘선구자’, ‘떠나가는 배’ 등이 있다. ‘예술가의 삶 22 : 목련화에 새긴 영혼’, ‘목련꽃 진자리 휘파람새는 잠도 안자고’ 책도 썼다.

2008년 2월 퇴직한 그는 서울과 양산을 오가며 음악 삶을 이어오고 있다. (사)연우엄정행음악연구소를 세우고 콩쿠르도 열었다.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2022년까지 3년간 울산예술고 교장도 지냈다. 2022년 12월 27일 그의 이름을 붙인 박물관이 생겨 눈길을 끈다.

양산시 신기동 쌍벽루 아트홀 2층(302㎡)에 문을 연 ‘엄정행뮤지엄’이 그곳이다. 양산시가 양산출신으로 우리나라 가곡의 대중화에 힘쓴 그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엄정행이 평생 모아온 DVD, CD, 레코드, 음악도서, 포스터, 액자 등을 전시하고 정기음악회도 열고 있다.

그는 올 가을 양산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은퇴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양산에선 2022년 목련청소년관현악단이 생겨 2년째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작시자, 작곡자 모두 북한출신

‘목련화’ 작시자, 작곡자는 북한출신의 교육자, 음악인이다. 노랫말을 쓴 조영식은 1921년 11월 22일 금이 많이 나오는 평안북도 운산군에서 금광을 경영하던 조만덕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 꿈은 목사였으나 교육자가 됐다. 1947년 월남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서울고 교사로 시작해 경희학원 초대이사장, 경희대 초대총장, 경희중・고와 경희여고 초대교장을 지냈다. 밝은사회운동 등 여러 사회운동을 펼친 사회학자이기도 하다. 박정희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계획할 때 도움을 줬다. 2012년 2월 18일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작곡가 김동진은 1913년 3월 평안남도 안주에서 목사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음악 삶은 교회에서 싹텄다. 11살 때 교회오르간을 치면서 음악에 관심을 갖자 기특하게 여긴 그의 아버지가 바이올린을 사줌으로써 음악인생이 시작됐다.

평양 숭실중학교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작곡을 공부한 그는 일본 니혼고등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1939년 만주 신경교향악단에 들어가 제1바이올린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했다. 평양음악대학 교수시절 평양교향악단 전신(前身)인 중앙교향악단과 합창단을 창단, 지휘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6‧25전쟁 때인 1950년 12월 임진강을 건너 남으로 온 그는 종군작가단 소속으로 ‘육군가’ 등 여러 군가를 작곡했다. 휴전 후 서울로 와선 서라벌예술대, 경희대 음대 교수로 몸담았다. ‘가고파’, ‘봄이 오면’, ‘수선화’, ‘산유화’, ‘못 잊어’ 등을 작곡해 우리나라 가곡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말년엔 베토벤처럼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무척 고생한 그는 2009년 7월 31일 96세로 별세했다. 

300년 된 목련 한라산에 자생

노래소재가 된 목련은 관상용나무(낙엽활엽수)로 ​대기오염에 잘 버티고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란다. 잔털에 꽃눈이 덮여있는 게 특징이다. 마디마다 어긋나게 피는 잎사귀는 계란 꼴이다. 끝이 뾰족하며 5~15cm쯤 된다.

꽃은 3~4월 가지 끝에 한 송이씩 잎보다 먼저 핀다. 꽃에선 향내가 난다. 열매는 9~10월 맺히며 닭 벼슬모양이다. 꽃망울은 두통, 치통, 비염, 축농증 약재료로 쓰인다.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를 따서 차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꽃말은 ‘고귀함, ‘자연애’.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자라는 목련은 제주도, 추자군도에 많다. 한라산은 국내 유일의 목련자생지로 국내 최고령인 300년 된 목련도 있다.

왕성상 언론인 / 가수  wss4044@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