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글로벌 뷰티 플랫폼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된 가운데 CJ올리브영이 주목받고 있다.

CJ올리브영은 당초 화장품과 뷰티 소품을 판매하는 H&B스토어로 출발했으나 최근 여성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집중 큐레이션 하면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포라코리아는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한국에서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오는 5월 6일부로 온라인몰·모바일앱 스토어·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종료하고 시장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의 원조격인 세포라는 유럽·미국·중국 등 34개국에 26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거대 브랜드다. 국내에는 2019년 10월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내며 처음 진출했으며, 이후 LVMH 그룹 소속 명품 브랜드들의 뷰티제품 뿐 아니라 타르트·아나스타샤 베벌리힐즈·후다뷰티 등 ‘뷰티 유튜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던 해외 제품들을 들여왔다. 

한국 진출 당시 세포라코리아는 2025년까지 매년 매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매출 142억원, 영업손실 1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적자 규모는 2021년 확대돼 매출 124억원, 영업 손실 14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엔데믹화가 이뤄지면서 화장품 수요 역시 회복됐지만, 세포라는 끝내 K-뷰티 제품을 앞세운 신세계백화점 시코르, CJ올리브영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신성장동력을 집중 강화한 점이 주목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당초 H&B스토어답게 뷰티제품 유통에 집중했으나 최근 수년간 중소기업 비건뷰티 제품에서 시작해 여성용품, 주류, 건강기능식품 등 신규 먹거리를 모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앞서 CJ올리브영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2년 '올리브영 비건뷰티'를 선보였다. 비건뷰티는 제조·가공 단계에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올리브영은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된 비건 트렌드에 집중해 기초 및 색조 등 다양한 비건제품을 선보였다. 한국비건인증원과 영국 및 프랑스 비건협회(Eve Vegan) 등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을 한데 모아 올리브영 비건뷰티 브랜드로 선정했고, 기관별로 다르게 부여하는 인증 마크를 하나로 통합한 ‘올리브영 비건뷰티 아이콘’을 부여해 소비자들이 쉽게 비건 제품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사측은 생리대 등 여성용 위생용품 시장에도 눈을 돌려 ‘W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 초 론칭 1주년을 맞은 W케어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협업해 개발한 ‘스마트 예측 주기’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월경주기를 알려주는 서비스로 론칭됐다.

올리브영 모바일 앱 내에서 예정일뿐만 아니라 월경 전 증후군(PMS), 배란일, 가임기 등 주기에 따른 알림 기능도 제공한다. 또 주기별 맞춤 코멘트와 함께 △W.밸런스(생리대) △W.클렌징(Y존케어) △W.웨어(컴포트웨어, 편안한 속옷류) 등 상품을 추천한다.

CJ올리브영은 W케어 서비스 출시 이후 관련 상품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올리브영이 육성에 주력했던 입는 생리대, 여성청결제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41%, 6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여성용 사각팬티나 와이어가 없는 패드형 브라 등이 포함된 '컴포트웨어' 매출 또한 전년 대비 64% 늘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22년 3월 정관 내 사업 목적에 ‘주류 제조업 및 도소매’를 추가한 이후 본격적인 주류 판매에도 나선 상태다. 역시 펜데믹기간 증가한 홈술, 혼술 수요를 잡고 변화하는 MZ세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올리브영은 당초 캔 와인과 하이볼 등 RTD(ready-to-drink) 제품을 주로 유통했으나 최근에는 RTD에 더해 전통주, 위스키, 와인, 하드셀처 등으로 판매 품목을 확대했다.

주류 판매에 매장 수는 시범도입 당시 70여곳에서 지난해 100여곳 이상으로 늘렸다. 각각 대규모 매장에는 주류 매대가 별도로 설치돼 있고, 매장 면적이 작은 곳에선 음료 매대에 함께 진열하는 방식으로 판매 중이다.

이외에 고객들의 모바일 앱 이용 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선보였던 ‘매거진’ 서비스는 론칭 1년 만에 누적 조회수 1000만 건을 기록한 상태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월 앱 내 콘텐츠 서비스 ‘매거진’을 개설한 후 사내 에디터들이 기획한 뷰티, 라이프스타일 관련 영상과 화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매거진은 입점한 브랜드에 대한 심층 콘텐츠를 제공하는 창구로 활용됐다. ‘사적인 TMI’, ‘쇼케이스’, ‘주관신상’ 등 콘텐츠로 중소브랜드 제품의 홍보를 지원한 결과 CJ올리브영 전체 매출의 약 30%가 온라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 주문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당일 배송해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한 ‘오늘드림’ 서비스 역시 이같은 매출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CJ올리브영은 올해 국내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K-뷰티 산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기능성 기초 화장품 카테고리의 소비자 인지도 제고를 추진하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3년간 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의 기획부터 연구개발(R&D), 영업·마케팅 등 전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등 신진 브랜드를 발굴하고 해외 진출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관련 업계 안팎에선 국내 1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며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확보하게 된 CJ올리브영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재추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측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7971억원 수준으로 2022년 연간 매출액인 2조7774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특히 4분기 추석, 성탄절, 연말연시 선물 등으로 뷰티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2022년 4분기에 이어 지난해 같은 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 연 매출 4조원 규모를 달성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CJ올리브영이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따른 과징금 규모가 업계의 당초 예상보다 작아진 점도 주목된다. 

당초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에 행사 독점을 강요하고 정보처리비를 부당하게 수취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판촉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를 행사 후 정상 납품가로 환원하지 않은 행위도 위법하다고 봤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업체가 이같은 지적을 받을 경우 과징금은 통상 수천억원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 판단이 올리브영의 IPO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CJ올리브영의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최종 과징금은 약 18억9600만원에 그쳤다.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는 현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다만 업계에선 2023년 CJ올리브영 대표에 오르면서 그룹 내 최연소·여성 CEO가 된 이선정 대표가 신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IPO 추진 당시 3조원대로 평가됐던 CJ올리브영의 몸값은 현재 4조원대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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