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면세업계가 지난해 업황 부진 속 치열한 경쟁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점 철수에 따라 위기론이 대두됐던 롯데면세점은 국내 매출에서 큰 폭으로 앞서며 업계 1위를 지켰고, 이어 신세계면세점이 처움으로 국내 매출 기준 2위에 올랐다. HDC신라면세점과 해외 점포를 더한 매출로는 신라면세점 2위·신세계 면세점 3위 구도가 유지됐고, 현대백화점면세점은 4위를 기록했다. 

최근 관세청의 ‘2023년 면세점별·월별 실적’ 자료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국내 매장에서만 4조2939억원의 매출을 냈다. 이어 신세계면세점이 3조1623억원, 신라면세점이 3조31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1조816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선정 당시 단 한곳의 사업장도 낙찰 받지 못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인천공항이 국내 면세 시장의 상징적인 사업지인 만큼 22년 만의 철수에 따른 매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다만 롯데면세점은 시내면세점을 중심으로 해외관광객을 겨냥한 K-패션·뷰티, 국내 여행객을 겨냥한 주류 특화 전략 등을 펼쳐 업계 1위를 수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면세점의 명동본점은 3조159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이에 더해 최근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내 주류·담배 판매 구역 사업권을 8년 만에 확보하기도 했다. 김포공항 DF2 매장은 당초 롯데면세점이 입점해있던 사업장의 운영권을 신라면세점이 낙찰받았던 것으로, 사업장 운영기간 종료에 따른 신규 입찰 진행 결과 다시 롯데면세점이 입점하게 됐다. 

해당 구역은 연간 매출 규모가 약 419억 원 정도로 작은 편임에도 ‘알짜 사업장’으로 꼽힌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간소했음에도 내국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주류 및 담배 판매 매장의 마진율이 높아서다. 인천공항과 달리 김포공항이 ‘매출 연동형’ 임대료 산정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사업자의 부담이 적다.

롯데면세점은 국내에서 시내면세점 위주로 고객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 점포 역시 본격 강화해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입·출국장 1~4터미널 19개 구역 매장을 전면 개장했다. 창이공항은 2019년 기준 연간 약 7000만명의 여객이 이용하는 세계 1위 공항으로, 롯데면세점은 해당 점포를 통해 5000억원대를 연매출을 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사측은 이에 더해 △미국 괌공항점 △일본 간사이공항점·도쿄긴자점 △베트남 다낭공항점·나트랑깜란공항점·하노이공항점·다낭시내점 △호주 브리즈번공항점·다윈공항점·멜버른시내점·시드니시내점·멜버른공항점 △뉴질랜드 웰링턴점 등 해외 점포를 모두 합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3조1623억원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국내 기준 2위로 올라섰다. 국내 본점 매출에서 신라면세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2조4595억원,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2조385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의 국내 총 매출은 3조 31억원이었다.

업계에선 지난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재개됐지만 단체 관광객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상황에 캐세이 항공 등과 손잡고 개별 관광객 확보에 집중한 신세계의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라면세점은 국내 매출에 더해 HDC신라면세점과 해외사업장 등을 합칠 경우 매출 3조5383억원으로 업계 2위를 유지하게 된다.  신세계면세점이 해외 매장을 보유하지 않은 반면 신라면세점은 해외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이 총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신라면세점은 현재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홍콩 첵랍콕공항점, 마카오공항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4분기 싱가포르 창이공항 화장품·향수 매장의 사업권을 4년 연장하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운영 중인 인도네시아 바탐공항에도 지난해 말 입점,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매장을 오픈하고 본격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 현지 시장에 의류·화장품·향수·기호식품·주류 등 주요 상품을 독점 공급하게 된다.

다만 면세점 업계는 올해도 수익 확보를 위한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19 전염병의 풍토병화(엔데믹)가 이뤄졌지만 매출은 펜데믹 당시보다도 감소해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 국내 면세업계의 총 매출은 약 24조8586억원이었다. 이는 이듬해인 2020년 15조5052억원으로 급감한 이후 2021년 17조 6403억원, 2022년 17조8164억원을 기록하며 지지부진한 회복세를 보였다. 엔데믹화가 이뤄진 2023년 매출은 13조7585억원으로 펜데믹 발병 초기 대비 약 2조원 축소됐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