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독수리는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부엉이는 부엉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보라매의 부리는 먹이를 쪼는 창이지만
딱따구리의 부리는 집을 짓는 연장이다

물에 사는 오리의 발은 물갈퀴요
뭍에 사는 닭의 발은 흙갈퀴다

창공에 날개 드리운 수리부엉이여
한 마리의 벌 나비를 비웃지 마라

그대가 어이 알리
꽃 속의 달콤한 이 꿀맛을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존재 이유가 있고 생각이 있고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제 각각 모양이 다르고 쓰임새도 다르다. 그러니 서로 비교해서 잘나고 못나고를 따질 수는 없겠다.

내가 안 가진 것을 그대가 가지고 있고, 그대에게는 부족한 필요한 기능을 내가 더 잘 발휘할 수 있다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나누고 보완하며 살아가는 평등한 세상이 될 것이다.  

“독수리는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부엉이는 부엉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시인의 표현 속에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보는 눈이 다르지만 바로 그것이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오리발은 물갈퀴여야 하고 닭의 발은 흙갈퀴여야 제격이며, 창공을 높이 나는 수리부엉이는 작은 벌 나비가 느끼는 “꽃 속의 달콤한 꿀맛”의 행복을 알지 못한다고 노래한다.

세상 만물은 제 각각 존재의 의미가 있는 바, 근원적으로 평등하기에 서로 상생하며 공존해야 완벽하다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저작권자 © 여성소비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