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대한민국은 아파트 인기가 정말 많은 나라이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아파트 운영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파트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을 뽑는 선거에 좀처럼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다. 후보자가 나오더라도 정족수가 부족할까봐 경비원이 집집이 방문하며 투표를 받기도 한다.

오늘은 아파트 동대표 선출과 관련해 투표방식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선거는 보통·평등·직접·비밀이라는 4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은 민주시민으로서 투표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동대표 선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이 위 4가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와 떼어놓을 수 없는 핵심가치가 ‘공정성’이다. 투표자가 후보자에 대해 가지는 선호가 선거의 운영방식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방문투표를 받는 방식은 비밀선거의 원칙과 선거의 공정성을 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방문투표는 어렵게 나온 1명의 후보자가 정족수 미달로 당선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한 것이므로 투표하는 세대수를 채우는 데 급급한 나머지 투표방식이 격식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여러 세대를 표시한 종이에 찬반을 체크할 수 있도록 공란을 두어 세대를 방문하면서 서명과 찬반 기재를 받는다.

그나마 나은 경우는 세대별로 별개 종이를 만들어 서명과 찬반 기재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이든 방문투표를 받는 경비원이 후보에 대한 찬반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비밀선거의 원칙에 명백히 반한다.

방문투표를 받으면서 투표용지를 별도로 주어 투표함에 넣도록 하는 등으로 비밀선거원칙을 준수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경비원이 모든 세대가 투표할 때까지 방문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족수만 채우면 되기 때문에 특정 세대를 선택적으로 방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후보자와 우호적인 세대를 위주로 정족수를 채운다면 원하는 후보자의 당선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상황이므로 선거의 공정성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관리규약에 근거 없이 방문투표를 해 동대표를 선출한 경우 동대표의 당선을 무효라고 판단한 하급심 판례가 있다. 아파트 선거관리규정에서 명시한 무기명 비밀선거원칙과 선거의 공정성을 해했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사람들이 아파트 운영에 크게 관심이 없는 탓에 방문투표는 적지 않게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이를 관리규약에 명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관리규약에 방문투표를 투표방법으로 명시한 사안에서도 투표 효력을 부인한 하급심 판례가 있다.

방문투표는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투표방식임을 이유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의 투표방식으로 적절치 않다고 하면서 후보자가 다수 있는 경우나 동대표의 해임을 결정하는 경우 방문투표에 의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선거의 기본적인 원칙을 준수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대표 선출을 위해 별도 기표소를 마련해 선거관리위원의 참관하에 투표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가 없어 단독 후보자인 경우가 적지 않고 세입자라도 자격을 부여해 후보자를 마련하고자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방문투표도 어느 정도 허용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최근에는 전자투표가 활성화되고 있어 방문투표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므로 방문투표는 가급적 지양해 동대표 선거에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택종 변호사  tjkim00@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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