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최문희 기자] “열심히 일을 했다. 2004년 8월, 다시 죽자고 생각했다. 팔에 피가 흘렀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하늘로 간다고 생각했는데, 청소 이모가 알고 다시 119차를 불러서 병원에 갔다. 정말로 싫었다. 일주일 뒤에 다시 일을 했다. 그리고 9월이 됐다. 정말 남자들이 싫었다. 다 싫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돈도 다 싫었다. 나 자신도 싫었다. 성매매법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다 싫었다. 10월, 나는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팔에 칼을 댔다.”

다음 글은 부산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인 ‘살림’에서 발간한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에 실린 한 여성이 털어놓은 수기의 일부이다. 성매매는 그 공간을 사는 여성들에게 지속적인 폭력이면서 매일 펼쳐지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된 지 10주년이 됐지만 시행에 따른 성과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여전히 산더미이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성매매 등장으로 ‘장소는 더욱 은밀하게, 수법은 훨씬 교묘하게’ 변형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지역명을 따 ‘청량리 588’, ‘용주골’ 등으로 불렸던 성매매 업소는 이제 다른 이름을 달고 곳곳에서 통용되고 있다. ‘오피’, ‘안마’, ‘풀싸롱’, ‘건마’, ‘인형체험방’ 등 각종 다양한 변종 업소로 확대되면서 남성들의 삐뚤어진 성욕 탈출구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내놓은 ‘2013 성매매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과거 집장촌의 모델이었던 유리방은 21개소, 지난 2010년 대비 2개소 감소했다. 전체 집결지 또한 총 44개소로 2010년 대비 1개소가 감소했다.

그러나 성매매 업소 수는 52개로 2.9%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업소에 종사하는 여성의 숫자 역시 186명으로 3.8% 늘어났다. 최근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운영자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사이트 주소를 여러 차례 바꾸면서 남성들의 접근을 편리하고 용이하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단속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처럼 사이트 주소가 수시로 바뀌면서 실제 사이버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밀하게 단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뿐 아니라 성매매 사이트 시정요구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유해정보심의팀에 따르면, 성매매 사이트 시정요구 건수는 지난 2010년 5770건, 2013년 1만1779년, 올해는 6975건으로 가파르게 상승선을 타고 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성매매방지 정책 10년, 성과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지난 30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는 '성매매특별법 10주년 성과와 과제' 연구를 진행하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박사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학계·정부·검찰·경찰·성매매방지기관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해 토론했다. 토론회에서는 성매매 정책에 대해 예방(Prevention), 보호(Protection), 집행(Prosecution)의 3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향후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지원시스템 구축을 토대로, 지원기간 간의 유기적인 연계와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피해자에게 자원을 연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까지 자원 연결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잦았다. 생활시설의 경우 긴급상황을 위한 경우로 한정돼 있어 궁극적으로는 주거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미흡한 외국인여성 피해 지원 시스템

청소년과 외국인 여성들을 위한 피해특성별 지원전략 역시 미흡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한 아웃리치와 전문상담소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외국인성매매피해여성의 치유와 치료가 필요한 경우,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현행 3개월 지원기간에 대한 연장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집결지 폐쇄 이후 재영업에 대한 우려도 새나왔다. 법 제정 당시 집중적인 단속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경찰의 단속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지자체 역시 성매매업체 단속에 소극적인 자세로 관여하고 있다. 탈성매매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됐던 집결지지원사업과 현장기능강화사업의 예산 또한 차츰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미정 연구위원은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해 다양한 주거지원을 기반으로 서비스나 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탈시설보호의 투트랙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성매매피해청소년을 위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사이버상담을 체계적으로 확대·운영하고 오프라인 상담시스템의 경우 아웃리치에 기반한 이동형 상담활동을 정기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드랍인센터의 기능을 부여해 상담과 숙식 등 긴급일시지원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청소년통합지원체계인 CYS-Net의 경우 종사자 관련 교육 실시 등 조직 내부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위기청소년 교육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단기적으로 현행 근거규정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결지 폐쇄에 관한 마스터 플랜에 관한 수립도 개선방안으로 제시됐다. 성매매현장에 있는 여성들과의 접촉면을 확대하는데 집중하면서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어떤 역할과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도 강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의료지원, 법률지원, 직업훈련, 치료회복 등을 분석해 구조지원사업의 효과성을 평가해 적정 사업 예산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개선의 의견도 제시됐다.

자활지원 시스템 ‘엔진’이 원활해야

자활지원센터를 통한 실제 직업준비 등 인턴십과 취업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이미정 연구위원은 기존 자활지원센터에서 추진돼 왔던 자활지원을 대상자 특성에 따른 자활지원 경험으로 개별 모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경우, 자활지원을 위한 자원을 발굴해 시범적으로 운영 후 지역 자활지원센터로 자원을 연계·배분하는 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매매피해여성을 위한 지역별 자활적합 직종을 개별하는 동시에 컨설팅을 통해 효율화하고 고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주제발표에 이어 신·변종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 성매매업주에 대한 몰수·추징 보전 조치 적극 시행, 인터넷 성매매 확산 방지, 성매매 신고보상금제도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지정토론에서 정재원 교수(국민대)는 신업종 업소에 대한 풍속영업규제법에 의한 처벌 강화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풍속영업규제법 외 겸업형이나 신변종 업소에나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행정적 근거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행정관청의 경우, 사실상의 성매매 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근거법령의 부재로 말미암아 영업정지, 영업장 폐쇄, 등록 취소 등의 행정처분이 어려웠던 현실을 적극적으로 타개해야 옳다고 내다봤다. 그 외 어떠한 형태라도 성매매를 알선하는 경우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처벌 병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교수도 외국인 여성들을 위한 성매매 대책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예술 흥행 비자를통해 들어오는 방식들 외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유입되고 있는 현실을 좀 더 조사·연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외국인 여성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 대해 이미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또한 “한국 여성들의 해외 성매매 문제의 경우에도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하는 원칙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지에선 범죄자로 취급되더라도 한국에서는 여성들을 비범죄화해야 앞으로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범의지 꺾을만한 수준까지 형량 높여야

서울 서대문경찰서 윤후의 서장은 성매매사건의 선고 형량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매매 알선 업주에 대한 법원의 형량을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형량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성매매업주들이 경찰에 단속돼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대부분 낮은 수준의 벌금이 매겨지는 것 외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는다.

반면, 미국에서 한인이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다 미국 사법당국에 단속된 경우에는 국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처벌 수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서장이 설명한 사례를 살펴보면,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3곳의 성매매 시설을 운영하던 교포 미나 말콤은 연방법원에서 10년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2012년, 애틀랜타 남쪽의 메이컨에서 마사지업소를 차려놓고 안마사 자격증이 없는 한국 여성들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 대금을 갈취한 혐의로 기소된 C씨의 경우에도 징역 3년과 복역후 보호 관찰 3년이 선고됐다.

미국에선 단 한번 단속된 성매매 업주의 경우에도 또 다시 영업을 재개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형량이 내려지게 되는 셈이다.

윤 서장은 이에 “우리나라의 경우, ‘성매매업소를 줄이려는 정책의 초첨이 업소와 사람을 얼마나 많이 단속했느냐’하는 단순하고 외형적인 통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업주들의 성매매 재범의지를 꺾을만한 형량인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재범의지를 꺾을만한 수준까지 양형을 높이는데 정책의 초첨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성매매 불법성 인식은 크게 높아져

성매매특별법 10년의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성매매 불법성 인식 확산,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확대를 비롯해 성매매 예방교육의 확대, 성매매방지대책 추진점검단을 통한 부처 행정 집행력은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성매매 특별법 제정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살펴보면 '성매매 행위는 처벌 받는다'는 국민 인식 개선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성매매 불법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살펴보면, 2009년 69.8%에서 2013년 들어선 93.1%로높아졌다.

하지만 휴게방과 키스방 등 각종 변종된 성매매 업소와 인터넷 성매매는 날로 갈수록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변종 성매매 업소의 수익은 연간 성매매 산업 규모인 6조6267억원의 9.8%로 집결지 등 전통적 성매매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이다. 따라서 성매매특별법이 오히려 음지 성매매 산업의 외형을 더 부풀렸다는 문제도 여전히 간과할 수는 없는 현실을 결코 묵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문희 기자  moon@wso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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