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영화 관람 중에 눈물이 맺히고 영화가 끝났는데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과 함께 박수를 쳐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먹먹한 가슴 때문에 놓친 영화 장면들이 아쉬워 며칠 후 같은 영화를 다시 관람한 것 또한 처음이었다.

다큐영화 ‘건국 전쟁’ 이야기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반민족 친일분자, 한반도 분단의 원흉, 독재자, 전쟁을 피해 도망한 ‘런승만’ 등 온갖 부정적인 단어와 이미지로 악마화되어 왔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독립투쟁과 정치 역정을 재조명한 기록영화이다.

그동안 누가 건국 대통령에게 존경어를 쓰노라면 무식하거나 정신병자 취급을 해왔다. 특히 4.19 혁명 이후에 출생한 젊은 세대들은 더욱 심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몇 년전부터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 지나치다며 불편한 진실을 바로 잡겠다는 지식인들의 각성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나 오류 투성이인 영화 정치로 인하여 야기되고 있는 국가적 갈등과 분열을 우려한 극작가 겸 영화제작인 김덕영 감독은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의로운 투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 ‘건국 전쟁’이 태어났다.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영화는 1959년에 개봉된 신상옥 감독의 ‘독립협회와 청년 리승만’이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 시골 공회당에서 관람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반공 문예 영화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승만은 독립운동가이며 자유대한민국을 세운 국부(國父)로서 존경을 받았다. 불행히도 그다음 해인 1960년 4.19혁명으로 대통령직을 물러나 하와이로 떠난 후 그의 이름은 물론 기념물이나 사진조차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말았다.

그 후 격동의 시대를 사는 동안 나의 뇌리를 떠나 있던 이승만을 다시 일깨워 준 것은 미국의 위스컨신 주립대학교 유학 시절 만난 밥(Bob)이라는 동양사 전공의 미국 학생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광주사태 등의 우울한 국내 소식에 의기소침해 있는 나에게 그의 멘트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희 민족에게 이승만 박사는 이스라엘의 모세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하나님께서 보낸 선각자이며 지도자임이 틀림없어. 그러나 그의 잘못도 있었겠지. 하나님의 사람 모세도 실수를 범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했거든.”

그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당시 나라조차 없는 너희 민족은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킨 군사 대국 일본 점령하에서 속박, 가난, 봉건식 계급제도, 이념 갈등 등 온갖 고난과 혼란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포격을 가하기 몇 년 전에 이승만은 이미 미국과 일본 간의 전쟁을 예고했고, 1941년에는 쓴 ‘Japan Inside Out, 일본 내막기’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이승만을 탁월한 정치학자로 인정했다. 자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 땅에 자유민주 국가를 세우고 교육에 치중한 덕분에 그는 쫓겨나는 아이러니를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미국 유학 시절, 다국적 기업에서 일해온 직장생활 그리고 국내에서의 대학 교수직을 수행하는 동안 교류해온 외국인 친구들과의 대화 중 말꼬리를 흐리는 곤란한 질문 두 가지가 있었다.

한가지는 개고기의 식용문제이고 또 다른 한가지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다. 군사 대국 일본, 세계 최대의 공산국가인 중국과 소련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반도의 남쪽 한모퉁이에 위치한 가난뱅이 대한민국이 70여년만에 자유민주국가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도록 나라의 기초를 세운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이나 동상을 보고 싶다는데 나는 답변을 못하고 우물대곤 했다.

세계 어느 나라이건 국가를 건립한 초대 지도자의 동상이나 기념관이 있다. 미국의 워싱턴, 중국의 마오쩌둥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베트남의 호찌민의 기념관 등도 관광 명소가 되어있다. 그런데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온갖 거짓과 왜곡된 진실로 건국 대통령을 매장시키고 흔적을 지웠다.

‘건국전쟁’은 거짓과 흙탕물을 벗기는 작업의 시작이다. 첫째 이승만은 결코 친일적인 민족 반역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벌인 항일 독립투쟁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와 함께 일한 초대 내각은 모두 항일 독립투사들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의 김일성 각료들은 온통 공산주의 친일분자들이었다. 이승만은 죽는 날까지 우리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우리 민족이 굳게 서서 국방에서나 경제에서나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두번째는 6.25 전쟁시 북한군이 남침하자 한강다리 폭파로 수많은 민간이 죽었는데 혼자서 살겠다고 도망친 “런승만”이라는 오명이다. 영화는 당시 한강다리가 군경의 통제하에 있었고, 한강에 설치된 부교를 통하여 민간인의 피난을 도왔기에 민간인 피해자가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대통령에게 해외 도피를 제안하자 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이 땅에서 최후를 맞겠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의 김일성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중국으로 도망했다. 또 한가지의 불명예스러운 수식어인 ‘탐욕스러운 독재자 이승만’을 두고 영화는 말해준다.

3.15 부정선거는 조병옥 후보의 사망으로 단독 출마가 된 이승만과는 무관하였고, 단지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한 자유당의 불법 선거이었다.

4.19후에야 선거의 불법성을 알고 난 이승만은 중화민국 장개석 총통의 위로에 대해 “우리나라에도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있음에 감사한다”고 답했다. 그가 그토록 정성을 쏟았던 교육입국 정책의 결과 학생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알게 된 것이다.

옷가방과 타자기가 든 여행가방 4개만을 들고 도착한 하와이에서 하와이 교민들의 도움으로 어려운 생활을 해야했던 그에게서 탐욕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신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기호1번을 달고 선거운동을 했다고 거짓을 가르친 국립대학교수의 실체도 드러났다.

해방 후 김성수, 신익희 같은 지주계급의 방해를 과감하게 물리쳐 농지개혁을 단행하고 남녀 또는 신분의 귀천에 관계없이 투표권을 행사함으로 봉건주의로부터 현대국가로 전환시켰다. 1948년 총 선거에서 여성이 투표한 것은 당시 선진 문화를 자랑했던 유럽 국가들보다 앞선 선진화된 선거이었다.

이밖에도 한국의 분단이 미국의 사주를 받은 이승만 때문이라는 ‘분단국가 책임론’의 오명이 있다. 그 당시 소련과 김일성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었고, 미국 군대가 철수하자 침략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 후 미국과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없었던들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북한의 음모에 속아 북한을 방문했던 김구는 북한의 남침을 알고도 이승만을 돕지 않은 위선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그러나 기록물을 증거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건국전쟁’을 ”쓸데없는 영화“로 매도하는 지식인, 역사적 진실을 폄훼하는 정치가, 교수, 언론인, 좌파 이론가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나의 후배가 이 영화 후기를 남긴 SNS에 대하여 거짓에 속지 말라고 윽박지르며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지는 것처럼 진실게임은 진행형이다.

아직도 다 이루어지지 못한 팩트체크를 위하여 김덕영과 같은 용기 있는 행동하는 양심이 이어지며 건국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승만의 실책과 과오 또한 당시의 상황에서 재해석 되어야 하고 그의 공과에 관계없이 이승만 역사관 건립을 서두르는 것 또한 마땅하다.

강창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kkucwkang@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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