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 나오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저 목장에는 여름철이 오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여도

나 항상 오래 여기 살리라

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그 고운 꽃은 떨어져서 죽고

나 또한 죽어 땅에 묻히면

나 자는 곳을 돌아보아 주며

거룩하다고 불러 주어요

네 고운 목소리를 들으면

내 묻힌 무덤 따뜻하리라

너 항상 나를 사랑하여 주면

네가 올 때까지 내가 잘 자리라

 

‘아 목동(牧童)아’는 아일랜드민요 ‘오 대니 보이(Oh Danny Boy)’의 번안곡이다. 시골목동이 도시로 떠나는 사랑하는 소녀와 헤어지기 안타까워 부르는 이별의 노래이자 연가(戀歌)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흘러 가슴으로 연주하고 영혼으로 부르는 듯 뭉클한 느낌을 준다. 4분의 4박자로 멜로디가 단순하면서도 부르기 쉽다. 피리소리, 산골짝, 목장 등의 가사가 서정적이고 목가(牧歌)적인 맛이 난다. ‘목동’은 양, 소 등을 치는 아이를 말한다.

1910년 영국변호사 겸 시인 웨드리 작사

이 노래는 아일랜드 고전포크송지만 영국의 오랜 지배를 받은 북아일랜드 전통곡이어서 ‘잉글랜드포크송’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노래가 만들어진 건 1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변호사이자 시인인 프레데릭 에드워드 웨드리(Frederick Edward Weatherly, 1848~1929년)가 1910년 노랫말을 쓰고 아일랜드출신의 유명 테너가수 존 맥코맥(John McComack)이 음반으로 취입, 대중적 인기곡이 됐다.

악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웨드리의 형수가 ‘런던데리 에어(Londonderry Air)’란 곡을 처음 듣고 너무 마음에 들어 구해 보내줬다. 웨드리는 악보를 받자 자신이 쓴 가사가 곡과 잘 어울릴 것 같아 멜로디에 맞도록 노랫말을 손질했다.

제목은 ‘오 대니 보이’. 1913년 첫 발표됐다. 런던데리는 아일랜드 서북쪽 마을이름이다. 영국왕 제임스 1세의 명으로 런던이란 이름을 붙여 부르도록 했지만 그곳 사람들은 ‘데리’라고 부르길 좋아한다.

노래는 그때부터 큰 사랑을 받아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국에 이민 간 아일랜드계와 캐나다인들 사이에 많이 불려 곳곳에 퍼져나갔다. 아일랜드의 비공식 국가(國歌)처럼 불렸고 국경을 넘어 세계인들 애창곡이 됐다. 각국 초등학교, 중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수록됐다.

북아일랜드 전통가락으로 아일랜드 특유의 슬픈 리듬이 지구촌명곡이 된 것이다. 호주출신 작곡가 퍼시 그레인저가 남성합창곡으로 편곡, 더욱 널리 알려졌다. 무반주 혼성6부 합창을 위한 그레인저의 편곡은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하는 몬테베르디합창단 연주로 녹음됐다.

우리나라에선 ‘아 목동아’로 번역돼 1935년 음악인 현제명이 펴낸 ‘세계애창곡집’에 처음 소개됐다. 이어 고등학교 교과서에 같은 가사로 실려 학생애창곡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악단과 독주악기가 이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아이돌가수 아이유, 소녀시대도 취입

‘아 목동아’는 여러 나라 수백 명의 가수들이 불렀다. 노래발상지 아일랜드에선 포크전문가수인 짐 매캔, 패디 레일리, 더 울프 톤스, 메리 오하라, 더 발리콘, 팝가수인 셀틱 우먼, 록가수인 시네이드 오코너가 취입했다.

미국에선 엘비스 프레슬리, 존 바에즈, 주디 콜린스, 주디 갈런드, 이버 캐시디, 빙 크로스비, 슬림 휘트먼, 로이 오비슨, 짐 리브스, 링크 레이, 샘쿡, 빌 에반스, 빌 먼로, 조니 캐시 등이 불렀다.

▲아일랜드계 캐나다 포크노래그룹 라이언스 팬시 ▲호주의 더 시커스, 대니얼 존스 ▲그리스 팝가수 나나 무스쿠리 ▲독일의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영국의 에릭 클랩턴, 킹스 싱어스, 톰 존스도 이 노래를 취입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이돌가수인 아이유(2009년)와 소녀시대(2011년)가 불러 음반을 냈다.

특히 1977년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장례식 때 연주돼 음악팬들 심금을 울려 화제가 됐다. ‘유토피아’의 작가 토머스모어는 작곡자 미상의 멜로디에 센티멘털한 연애시를 붙였다. 영국작곡가 조지 페리(1793~1862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 극찬했다.

노래기원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다. 지금 형태의 악보를 맨 먼저 만든 사람은 아일랜드 북부지방 런던데리의 리마바디(Limavady)에 살았던 제인로스(1810~79년)다. 제인로스는 1850년 창밖에서 한 집시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곡을 듣고 악보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해져온다.

그 뒤 수집가 죠지 페트리(Jeorge Petrie, 1789~1866년)가 악보를 넘겨받아 1855년 출판한 ‘The Ancient Music of Ireland’에 ‘제목 미상’의 곡으로 실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8년 뒤인 1913년 웨드리가 쓴 시 ‘오 대니 보이’를 가사로 붙여 노래제목이 ‘런던데리 에어’로 불리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가 부르는 ‘아 목동아’는 19세기 중엽부터 아일랜드 런던데리주(州)에서 불리던 ‘런던데리 에어’가 원곡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땐 빙 크로스비의 음반으로도 리메이크돼 유명해졌다.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야하는 어버지의 사랑노래이자 멀리 떠난 목동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노래이기도 하다.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주가(州歌)

흥미로운 건 ‘오 데니 보이’가 아일랜드민요이지만 그곳 가수들은 부르길 꺼린다는 점이다. 아일랜드가락에다 사이가 좋지 않은 영국(잉글랜드)출신 시인이 가사를 붙였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아리랑’ 원곡에 일본사람이 가사를 붙인 곡이란 이유에서다.

그래서 아일랜드포크가수들은 이 노래를 웬만해선 부르지 않는다. 1960년대 포크송 리바이벌시기엔 완전 외면 받았다. 1980년대 들어서야 경력을 쌓은 일부 아일랜드포크가수들이 가끔 불렀을 뿐이다.

라이언스 팬시, 더 울프 톤스, 더 발리콘 음반에 한 번씩 나온다. 더 클랜시 브라더스, 더 더블리너스 등 대표적 아일랜드포크가수들 음반엔 ‘오 대니 보이’는커녕 원곡인 ‘런던데리 에어’도 나오지 않는다.

‘오 데니 보이’는 북아일랜드 주도(州都)인 런던데리지역 노래(州歌)다. 800년간 잉글랜드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사람들에겐 고향의 평화로운 마을을 그리워하면서도 가슴 아파한 곡이다. 나라를 잃어 애인마저 먼 곳으로 보내야하는 농촌목동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그래서 아일랜드에선 이 곡이 전통적으로 장례식 때 불린다.

미국, 일본, 우리나라에선 아일랜드 대표 고전포크송으로 알려져 있으나 꼭 그렇지도 않다. 노래가 담긴 음반 대부분이 최근 취입된 것이고 해당 가수들의 주요 곡도 아니다. 아일랜드가수들이 불렀더라도 장르가 록이나 팝인 경우가 많다.

아일랜드포크음악계에서의 인기도 그리 높지 않다. 아일랜드대중음악은 민족주의사상에 바탕을 둔 게 많아 현지가수들에게 이 곡이 인기 있을 리 없다. 아일랜드인들은 대체로 쾌활하고 낙천적이다.

아일랜드 대표 고전포크송인 ‘아이리시 로버’, ‘홀리 그라운드’, ‘피네건스 웨이크’, ‘라이징 어브 더 문’, ‘브레넌 온 더 모어’, ‘와일드 콜로니얼 보이’ 등은 빠른 박자에 경쾌한 리듬이다.

노래 부르는 가수들마다 가사 조금씩 달라

반면 ‘오 대니 보이’ 원곡 ‘런던데리 에어’는 아일랜드인들 국민성과는 달리 차분하고 슬픈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착 가라앉는 분위기다. 잉글랜드 고전민요에 많이 드러나는 정서다. 아일랜드 고전포크송 중 이런 흐름을 가진 곡은 ‘캐릭퍼거스(Carrickfergus)’ 정도다.

따라서 가락과 노랫말이 애상적․감상적인 ‘오 대니 보이’는 아일랜드사람들에겐 맞지 않다. 더 클랜시 브라더스의 전 멤버였고 지금은 더 클랜시 레거시소속의 포크음악가 로비 오코늘이 작사·작곡한 ‘유 아 낫 아이리시(You're not Irish)’에 관련내용이 나온다.

“미국에서 아일랜드 고전포크송을 부르게 됐으나 첫 공연 때 3가지 곡을 모른다는 이유로 아일랜드사람이 아니란 오해를 받는다”는 대목이다. 3가지 노래 중 하나가 ‘오 대니 보이’다. 미국인들은 ‘오 대니 보이’가 아일랜드 대표곡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아일랜드사람들에겐 인기가 없다.

게다가 작사가가 1929년 세상을 떠나자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마다 가사가 조금씩 다르다. 고전포크송은 저작권이 없어 가수들이 같은 곡을 각자의 버전과 취향에 맞춰 부르기도 해 서다.

왕성상 언론인/가수  wss4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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