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한지안 기자] 한국 사회 내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마약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통과됐다. 각각 마약 관리법 개정안에는 마약류 취급 의료업자가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자신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식품 위생법 개정안과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식품 접객 업소 영업주가 마약류 관련 범죄 행위를 위한 장소와 시설을 제공하는 경우 영업장 폐쇄나 일정 기간 영업정지 등의 행정 제재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더해 올 하반기부터는 음식 이름에 마약, 대마 등의 문구를 사용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식약처가 이달 발표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일상에서 ‘마약’ 용어가 긍정적·친화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차단하고 마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마약’ 관련 용어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상태다.

이같이 마약 범죄 차단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서 진행된 마약 관련 정책토론회 역시 주목된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과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마약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마약류의 유통 차단, 마약 사범의 재활치료 및 사회 복귀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번 토론회는 마약사범의 치료·재활 체계와 연령별 마약투여방지교육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토론회를 개최한 서정숙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수 년간 10대·20대 마약사범과 초범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단계별 재범방지체계 구축, 약물중독 예방 교육 강화, 치료 및 재활 지원 확대를 비롯한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오유경 식약처장은 “마약사범의 주요 연령대가 40~50대에서 20대 이하 젊은 층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재범률 또한 36%에 이르고 있다”며 “이러한 통계는 마약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고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때 보다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천기홍 법무법인 YK 대표 변호사(전 대검찰청 마약과장)는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재활제도를 소개했다. 천 변호사에 따르면 마약류 범죄의 경우 최근 국제 마약조직이 연계된 밀수 범죄가 급등하는 상황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20~30대 청년 계층 사이에서의 유통 사례 역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10개년 마약류사범 단속현황의 경우 2014년 9984명 수준이었으나 2015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이후(1만 1916명) 지난해 9월 처음으로 2만 명 선을 돌파하는 등(2만 23-명)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마약류를 실제 투약하다가 검거되는 ‘마약 투약사범’이 전체 마약 사범의 약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기준 총 7820명이 마약을 투약해 적발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세를 나타냈다.

마약 공급으로 검거된 공급사범은 같은기간 3600명에서 6414명으로의 폭발적인 증가세(78.2%)를 기록, 마약 범죄에 연루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특히 천 변호사에 따르면 마약범죄의 문제는 재범률이 36.6%에 달해 다른 형사범죄의 재범률을 웃돈다는 점이다. 

천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마약 공급의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다. 천기홍 변호사는 “초국가범죄인 마약류 대규모 밀수, 유통범죄에도 잠입수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전문수사기구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공급사범은 엄벌에 처하고 치료·재활은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가야 한다”며 “재범률을 줄이기 위해 마약사범에 대한 치료·재활제도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사법부의 정책은 지난 2018년부터 마약류 사범 처벌을 강화하기보단 치료·재활제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 마약류 재범을 구속수사하는 등 이들을 환자로 보기보다 단순 범죄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장 역시 마약 사범의 재활에 대해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불법마약류 예방을 위한 교육 홍보 및 중독자 재활방안’을 주제로 “지난해 마약류 사범(1만8395명) 가운데 20대의 비중이 31.6%(5804명), 30대의 비중이 25.6%(4703명)으로 2030세대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 지부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사범의 경우 2017년 2112명, 2018년 2118명으로 증가 수준이 미미했으나 2019년 3521명으로 급증했고, 이후 2020년 4493명, 2021년 5077명, 2022년 5804명으로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30대 마약사범의 경우 2017년 3676명에서 2018년 2996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으나 2019년 4126명으로 재차 증가했다. 또 2020년~2021년 각각 4516명, 4096명을 기록하며 소폭 줄었다가 2022년에는 다시 4703명으로 세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2년 20대와 30대 마약사범 수는 1만 1507명에 달했다. 

이 외에 10대 청소년 마약사범 수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으며 특히 지난해 급증했다. 10대 마약사범의 경우 지난 2017년 119명, 2018년 143명, 2019년 239명, 2020년 313명, 2021년 450명을 거쳐 2022년 481명을 기록했고, 2023년 9월 875명으로 폭증해 7년간 약 735% 증가율을 기록했다.

10대 청소년의 마약범죄는 2022년 481명 중 291명 등 고등학생 연령대에서 약 절반 가까이 발생했다. 또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명미만 수준을 유지하던 15세 미만 마약사범 수는 2022년 한해에만 41명을 기록해 8배 이상 증가율을 보였다. 

이 본부장은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며 “현재 우리 사회는 마약류 투약 경험이 알려지면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잃고 단절되는 분위기다. 재활 중 다시 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중독을)치료할 수 없다’고 단정 짓는 인식이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중독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포기하게 한다. 중독자에 대한 이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그러면서 “마약예방교육은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각 연령별 특성에 맞게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효과적이다. 학교 밖 청소년 등 기존 제도권 교육기관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어떻게 마약교육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청소년 및 젊은 층의 마약류사용 증가원인은 마약류 유통방식의 변화, 다양한 신종마약류의 등장, 의료용 마약류 문제, 호기심을 유발하는 수많은 뉴스·정보의 범람 등이다. 언론의 자정노력과 연령대별 홍보방식 차별화, 참여형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또 마약류 관리를 위해 공급통제방식과 수요억제방식의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며 유통사범 단속 및 의료용 마약류 관리 강화와 마약 투여 예방교육 및 중독자 치료·재활 프로그램 도입을 복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부처, 유관기관, 민간단체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미래를 바라보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대책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최미영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간한 ‘2022 마약류 오남용 폐해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 절과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류 오남용 폐해에 대한 국민인식도는 20대·30대가 40대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인식도와 20대·30대의 마약류사범 증가 현상에 대한 간접적인 인과관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최 부회장은 “특히 프로포폴, 졸피뎀에 대한 마약류 인지도는 높은 반면, 일명 ‘살 빼는 약’이라 불리는 ‘펜타민’에 대한 마약류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졸피뎀, 펜타민을 구입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마약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본인도 모르는 불법마약류 사용과 중독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사전 예방교육 및 홍보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한 ‘초·중·고교생 대상 예방교육 강화 및 교육지원청별 전담약사 지정’을 제안했다. 최 부회장은 “마약류는 의존성, 내성, 금단현상이 심하며 이로 인한 피해가 개인에게 한정되지 않고 사회에 상당한 위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사전 에방교육과 홍보가 고도화돼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의도하지 않게 불법마약류에 노출되었을 때 바르게 선택하고 행동하는 습관을 갖도록 꾸준히 교육하고 훈련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초중고 학생 대상으로 의약품 오남용 교육이 연중 실시되고 있으나 학교 밖 청소년이 상담받을 수 있는 상시 채널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행 의약품 오남용교육을 마악류까지 확대하고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의약품 및 마약류 오남용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별로 전담약사 인력(학교 약사)을 배치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교육할 수 있는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KAADA)는 2019년부터  마약퇴치 전문강사를 양성하고 있는데, 청소년 대상 마약중독 예방교육 강사 양성과 교육교재 개발을 고도화하고 험력하기 위해 시군구 약사회, 시도 마약퇴치운동부, 시군구 교육지원청, 치료병원이 공동으로 참석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운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 부회장은 또 “불법마약 관련 범죄는 특정 연령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마약 범죄자에 대한 처벌만큼이나 마약증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예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직업별 마약사범 비율 중 무직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상황을 고려할 때 마약 중독자가 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건강보험(본인부담금 산정특례 등)을 적용해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을 지원해야 한다. 개인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마약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마약 중독재활센터와 중독자 치료전문병원을 점진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마약중독은 개인의 의지나 격리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중추신경계 질환이다. 따라서 마약 중독자 치료는 심리치료와 행동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약물치료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마약중독 약물치료제가 부족하고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인해 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2000년부터 현재까지 마약중독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마약중독으로 인한 2차 범죄 발생과 사회적 문제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마약중독 치료제 개발을 미률 것이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마약중독 치료제를 적극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예산편성과 지원을 제안드린다”고 촉구했다.

한지안 기자  hann92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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