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진실이란 말

참, 나무처럼 시퍼렇지요

시퍼러면 뭐하겠노

새빨간 거짓이 판치니까

입이 너무 많은 세상이

다 새빨갛게 보이제

그래도 거짓한테는

진실만큼 좋은 선생이 어딨겠노

친구는 거듭 말하지만

오늘은 진실에도 오류가 있다는 말

하지 않기로 한다

어느 날 내가

읽고 있던 <시와 진실>책장을 덮을 때

나에게 남은 불편한 진실은

나도 이따금 시퍼렇게 질린다는 것이다

거짓의 모서리가 불편해

나는 둥근 진실에 항복했다

요즘 가짜 뉴스가 빈번하여 사회가 더욱 혼란스럽다. 천양의 시인의 시 '불편한 진실'이 이렇게 말한다. “진실이란 말/참, 나무처럼 시퍼렇지요/시퍼러면 뭐하겠노/새빨간 거짓이 판치니까/입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새빨갛게 보이제”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졌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진실을 말하기 꺼려지는 분위기를 과감히 깨뜨릴 수는 없는가? 어떠한 상황이라도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가?

진실을 말하기가 불편한 현실을 맞닥뜨리면 개인적으로 넘어서기 어려울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거짓한테는/진실만큼 좋은 선생이 어딨겠노”라고 일러준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지키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쉬쉬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럴 때 진실을 말하는 용기 있는 내부고발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진실을 말한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암암리에 진실을 숨기는 일이 많아지고 그에 맞서는 진실이 없다면 사회적인 질적 몰락만 반복될 것이라 한다. 사회의 건전한 생존을 위해서라면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거짓을 쉽게 퍼뜨리는 입이 많아지지 않도록 정치가 나무처럼 시퍼렇게 살아있기를 사람들은 바란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  k9350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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