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장사를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상가를 빌리는 계약을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 민법은 임대차계약을, 물건을 빌려쓰기로 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라고 정의하는데, 장사를 하기 위해 상가를 빌려 차임이나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임대차계약은 기본적으로 민법에 의해 규율되나, 상가건물의 임대차계약에 관해서는 일정 부분 특별법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아래에서는 간단히 ‘상임법’이라 하겠다)에 의해 규율된다.

상임법은 민법의 특례로서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상임법 제1조 ‘목적’의 내용이다. 가령 영세한 상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상가를 빌린 경우, 상임법은 상인들의 영업을 보장하기 위해 몇몇 장치들을 두고 있다.

우선, 상임법은 상가의 소유자가 바뀌더라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대항력’을 규정하고 있다. 원래 계약은 계약당사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으나, 상임법은 일정한 경우 상가를 산 사람이 종전 상가 주인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항력을 갖춘 상인은 새로운 상가 주인에게도 임대차계약을 주장하여 지속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 상임법은 상인이 최소한 10년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계약갱신요구권’도 규정하고 있다. 상가 주인 입장에서는 자기 소유 건물을 10년 동안 뜻대로 쓸 수 없다는 점에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가는 월세 수입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 상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된 것이다. 한편, 상임법은 상가 주인의 권리도 고려하여 차임과 보증금 증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월세 3개월치를 연체하는 등 상인이 자신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거나 건물이 낙후하여 재건축을 할 필요가 있는 등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셋째, 상임법은 계약기간이 10년을 넘었다고 하더라도,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될 수 있는 ‘묵시적 갱신’에 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기간만료를 앞두고 계약변경이나 종료에 대하여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계약은 동일한 조건으로 연장되도록 한 것이다.

이때 계약기간은 1년으로 본다. 다만 상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계약해지의 효력은 3개월 뒤에 발생한다. 민법은 묵시적 갱신이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라고 하여 양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다만 해지의 효력은 일정기간이 지나야 발생한다), 상임법은 상인을 좀더 보호하는 방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상인이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선변제권’에 관한 규정도 있다. 상가주인이 빚이 많아 상가가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일정한 범위의 소액 보증금은 경매대금에서 최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고, 보통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채권자들(가령 상가 주인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보다 먼저 보증금 반환을 받을 수 있다. 우선변제권은 마치 상가를 담보로 보증금을 빌려준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끝으로 상임법은 영세 상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도 보장하고 있다. 상인이 자신의 가게를 인수할 새로운 상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고자 하는 것을 상가 주인이 방해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방해할 경우에는 상가 주인이 상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이 관례상 인정되던 권리금을 상임법에서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이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상임법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적 지위에 있는 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나, 상가를 빌려 장사하는 상인이라고 하여 모두가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증금이 일정액 이상 되는 상가건물 임대차계약에 관해서는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령, 서울의 경우 보증금이 9억 원을 초과하면, 묵시적 갱신에 따른 계약기간 1년 보장이나 우선변제권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비록 고액의 보증금을 약정한 경우에는 상임법의 일부 조항의 적용이 없지만, 그렇더라도 상임법은 상가 주인보다 상인들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경매든 상속이든 매매든 상가를 새롭게 취득한 소유자가 상인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대항력’, ‘계약갱신요구권’, ‘권리금’이 많이 다투어진다.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대항력 존부나 계약갱신요구권의 존부 또는 거절 사유의 존부, 권리금 보호 가부 등이 다르고, 그에 따른 파급효과는 적지 않으므로,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

김택종 변호사  tjkim00@centro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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