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소비자신문] 자라뫼 마을

-이효복-

여행이란 결국 자아 찾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 
자꾸만 들여다본다 

신념이나 철학, 소양은 
이미 어렸을 때 완성된다 
도회지를 떠나 참 많은 것을 본다 

살았던 어린 추억의 집터 
비석 글자가 닳아 보이지 않는다 
허물린 담으로 기어든다 

세종의 스승 후손인 집안 
옛 집터에 쓸쓸히 머문 금낭화 
대나무 시렁 

살지 않아 방치된 뜰 
꼭 그 자리 우둑우둑 앉아 눈뜬
원초적 숙명을 생각한다 

직관이다 
은연중에 머물렀던 것들 
나무를 보았다 오래된 집 

바스락거리는 ‘보리수’ 
노래처럼 누워보고 싶다 
모두 떠나간 텅 빈 나의 본향 

이효복 시인은 70년대 시인이다. 어느덧 등단 5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시집 제목의 국도 1번은 목포에서 신의주까지를 가리킨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총 53편이 꿈 연작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간적 장소성이 두드러진다.

이 시의 제목 ‘자라뫼 마을’은 전남 장성군 북이면에 자리한 시인의 본향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자라뫼 마을은 나의 본향이다. 세종대왕 스승 이수의 19대손 나는 이 집안의 출가외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도회지를 떠나 찾아온 본향은 부모님도 안 계시고 집안 어른도 없는 텅 빈 곳이 되었다.

얼마 전 뉴스에 유독 전남에는 모두 떠나가 텅 빈 집들이, 그리하여 낡고 허물어진 집들이 부지기수라고 보도되었다. 이효복 시인 역시 그와 같은 처지인 본향에 와서 오래된 나무와 쓸쓸히 머문 금낭화, 대나무 시렁, 살지 않아 방치된 뜰을 본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효복 시인의 창조의 경험을 수반한 시적 인식에 공감한다. 

허형만 시인  hhm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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